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구멍뚫린 소비자 규정㊷] 한국형 레몬법 해답될까?

새 차 수리 30일 넘으면 교환? 현실에선 '그림의 떡'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2018년 11월 30일 금요일 +더보기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차량 수리 대기기간만 3개월 소비자만 천불 대전시 목동에 사는 이 모(남)씨는 최근 자신의 르노삼성 자동차의 브레이크에서 소음 발생해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이 씨는 2차례에 걸쳐 수리를 받았지만 오히려 수리 후 상태가 더욱 악화 됐다는 주장이다. 이 씨가 재정비를 요청했으나 대기 기간이 3개월이나 소요되고 수리기간 역시 2주가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씨는 “당장 출·퇴근 뿐 아니라 아이들 등하교를 시켜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황당해했다.

# 새로 산 신차 7일 간격으로 에어컨 3회 고장 광주시 광산구에 사는 장 모(여) 올해 6월 BMW 신차를 구입했다. 장 씨는 차를 인수 받은 직후부터 7일 단위로 에어컨이 3번이나 고장났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당시 딜러나 서비스센터 담당 직원은 어떠한 조치도 없고 고장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없어서 입고를 통해 정밀 진단을 해야 한다고만 했다”며 “차에 대한 신뢰도와 서비스센터 수리 전문성이 의심돼 교체를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서비스센터도 모르는 예상 수리 시간 전주시 서신동에 사는 성 모(남)씨는 한국닛산 차량을 운행 중이다. 최근 미션 이상으로 인한 차량 입고를 진행한 그는 서비스센터로부터 수리에 짧게는 2~3주 길게는 한 달 이상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 씨는 “보증기간 내에 문제가 생겨 차량 수리가 들어가는데 수리기간은 무한정으로 길어지고 대차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언제쯤 수리가 완료돼 차를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 차량 구매 후 1년간 운전석 창문 오작동 지속 시흥시 정왕동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해 6월 중순경 인천 한성자동차에서 벤츠 E200 모델을 구매했다. 이 씨는 차량 구매 직후부터 운전석 창문의 오작동 고장으로 최근까지 1년여가량 수리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 씨가 동일 증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른 문제해결을 요구했으나 업체 측은 “계속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씨는 “비오는 날은 창문 오작동으로 인해 빗물이 들이쳐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새로 구매한 자동차에서 동일한 결함이 수차례 반복되거나 수리기간이 30일을 넘겨도 교환이나 환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같은 권리를 규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강제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 정비 현장에서의 수리기간 산정 기준도 모호해 업체와 소비자간 분란한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결함 수리 횟수와 기간에 따른 교환·환불 소비자분쟁해결기준> 
 - 동일하자에 대해 3회까지 수리했으나 재발했을 경우
 -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발생해 동일 하자에 대해 2회까지 수리했으나 재발했을 경우
 - 하자에 대한 수리기간이 누계 30일(작업일수 기준)을 초과할 경우 차량
    (※ 차량인도일로부터 12개월 이내) 

  <규정 속 구멍> 
 -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권고사안이다 보니 위 기준을 충족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교환이나 환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 
- 수리 소요기간 계산 시 공휴일 및 파업, 천재지변 등에 의해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는 누계일수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있어 업체와 소비자 간 입장 차이 발생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고객 인도일로부터 12개월 이내의 차량에서 동일 하자로 3회 수리 후 재발(4회 째)하면 교환이나 환급을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중대 결함이 발생해 동일 하자로 2회 수리 후 재발(3회 째)하면 교환이나 환급을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 결함'은 엔진 및 동력 전달 장치, 제동 장치, 조향 장치, 기타 이에 준하는 주행·안전도와 관련된 결함을 말한다. 아울러 일반 하자 발생으로 인한 수리기간이 누계 30일(작업일수 기준)을 초과할 경우에도 차량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정비 현장에서 부품이 없어 수리 자체를 못하거나, 엔진 등 중대결함의 경우 수리일수가 30일을 초과하는 경우 부지기수다. 또한 수리기간 산정 기준도 모호해 업체와 소비자간 분란 조장의 소지도 다분하다.

◆ 강제력 없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한국형 레몬법’으로 일부 해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은 강제력이 없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권고적 효력만을 갖는 임의적 기준으로 실제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형 레몬법’을 통해 이 같은 문제가 일부 해소되리란 기대도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신차에서 동일한 하자가 반복되는 경우 중재를 통해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토록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를 전제로 차량의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했다. 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인 교환·환불의 요건, 교환·환불 중재 절차,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 관련 세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개정안은 하자발생 시 신차로의 교환 또는 환불 보장, 환불액 산정에 필요한 총 판매가격, 인도날짜 등을 신차 매매계약을 체결 시 계약서에 포함돼야 하는 필수사항을 규정했다.

이에 따라 반복적 수리(중대한 하자는 1회, 일반하자는 2회) 후에도 하자가 재발한 경우 소비자가 제작자에게 하자 재발을 통보하는 데 필요한 서식, 방법 등을 마련해 제작자가 하자를 구체적으로 인지토록 했다. 환불 기준도 계약 당시 지급한 총 판매 가격에 필수 비용은 더하고, 주행거리만큼의 사용 이익은 공제하는 등 구체화했다.

다만 여기에서도 누계 수리일수 30일 이상에서의 교환·환불 내용은 빠졌다.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이 초래할 혼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세부 규정을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기업과 소비자 간 분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내년에 새롭게 시행되는 한국형 레몬법은 국내에는 아직 구체적인 사례집이 없어 개정안이 자칫 추상적으로 변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모으고 국내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해, 기업과 소비자 간에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http://www.consumer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Head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