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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규승 금융교육학회장 “공급자 아닌 소비자 중심 교육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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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규승 금융교육학회장 “공급자 아닌 소비자 중심 교육 이뤄져야”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01.04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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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육은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난의 사다리를 끊을 수 있는 콘텐츠이다.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소비자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사전적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는 ‘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져있다.

기자의 학창시절에도 금융교육에 대한 기억은 용돈기입장을 쓰거나 수학교과서 응용문제에서 은행 예금금리를 구하는 것 외에 기억나는 바가 없지만 전문가의 눈에도 아직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학자 시절부터 금융교육 콘텐츠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천규승 한국금융교육학회장은 이 같은 금융교육 소외현상에 대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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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규승 한국금융교육학회장

◆ 콘텐츠는 많지만 전문성 있는 교육 기대하기 어려워

그는 국내 금융교육 실태를 조명하기 앞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따로 노는 국내 금융 환경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정된 금융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가르치기 앞서 빚을 권하는 금융권의 영업행태부터 잘못되었다는 진단이다.

그는 “수요자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남발하고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하지만 금융교육은 여전히 아날로그식으로 머물러있고 정보비대칭성은 떨어지고 있으며 금융회사와의 교섭력은 약화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금융교육 전문가인 천 회장은 국내 금융교육 실태에 대해서도 공급자(금융회사) 중심으로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콘텐츠는 다양하지만 정작 수요자(소비자)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금융교육담당부서를 통해 금융교육 강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일선 현장에서는 용돈교육이나 금융상품, 일부 재무교육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천 회장은 “기재부 소관 경제교육지원법을 통해 금융교육이 법제화가 되어있지만 경제교육지원법은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 주관부서가 되어야 할 교육부가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점도 아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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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은 일선 금융회사 지점과 인근 학교를 매칭해서 금융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1사1교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교육협의회와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을 중심으로 금융당국 차원의 움직임이 있지만 법률적으로도 보장받은 조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 금융위 금융교육협의회 설립 근거가 법제화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지난 정기국회에서 금소법 통과가 불발된 점도 그는 안타까워했다.

그는 금융시장에서 공급자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들의 소극적 참여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금감원 '1사1교 금융교육'과 자체 금융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로 자사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공급자 위주의 마케팅 차원으로 교육이 일시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의미있는 결과물을 맺을 수 없다는 것.

그는 "미국의 경우 교내은행을 금융회사가 운영해 따로 학교 수업이 없어도 학생들이 교내은행을 통해 금융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다"며 "하지만 비용문제로 국내 금융기관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금융교육이 활성화가 되려면 교내은행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 정부-금융당국-금융회사 참여하는 연합체가 이상적, 금융교육 구심점 있어야

그는 현재 수동적이고 일시적인 금융교육이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당국 차원의 기구를 설립하고 금융회사들의 펀딩을 통해 운영자금이 모아져 노하우가 쌓인 금융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모델을 강조했다. 미국의 ‘점프 스타트’와 영국의 ‘피펙(Pfeg)’ 모델이 대표적이다.

점프 스타트는 지난 1997년 설립돼 현재 연방정부∙대학∙소비자보호단체 등 140개 단체 참여해 금융교육 교재를 개발 및 보급하고 개인금융교육 커리큘럼 개발하는 등 금융교육 활동을 왕성하게 실시하고 있다. 이 단체는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금융지식을 습득하여 졸업 후 사회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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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점프스타트는 주요 금융회사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금융교육 콘텐츠 제작과 개발 및 보급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피펙 역시 지난 1996년 기본교육법과 어린이보호법 등에 근거해 금융교육을 학교 정규 교과과정에 편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와 금융회사, 소비자단체 등으로 이뤄진 비영리단체로 영국 금융감독청(FSA)과 주요 금융회사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그는 현재 금융교육의 구심점이 사실상 없어 표준화된 금융교재가 없고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금융교육 행태도 개선돼야한다고 전했다. 금감원 ‘금융교육표준안’이 이미 나와있지만 국내 금융교육 현실과 맞지 않아 외면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천 회장은 “금융교육 강사는 많이 양성되고 있지만 현장에 가보면 사실상 아무나 금융교육을 하고 있는 등 스크리닝이 전혀 안돼고 있다“며 ”누구든지 동일한 양질의 검증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금융교육의 스탠다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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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설립된 한국금융교육학회는 매년 유관단체와 금융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금융교육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금융교육학회

한편 그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금융교육학회는 지난 2014년 9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고 설립됐다. 매년 금융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대학교수, 현직 금융실무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학교 금융교육 커리큘럼 자문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천 회장 역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실장과 교육부 교육과정심의위원장, 경제교과서 감수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사단법인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과 기획재정부 지정 서울·인천권역 경제교육센터 대표, 금융위원회 금융교육TF 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금융교육 전문가다. 지난해 7월 김종호 초대회장(서울교대 명예교수)에 이어 한국금융교육학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그동안 청소년 금융교육을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결국 파급력이 가장 큰 것은 학교금융교육이었다”면서 “올해는 금융교육을 각 세대별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금융교과가 현실적으로 정규 교과목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각 교과목 전문가들과 함께 각 교과에 금융교육 요소를 어떻게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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