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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탐사플러스

[한국의 소비자소송①] 티머니 환불소송 1,2심 패소..."소비자권익보다 비용과 법리에 무게"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2019년 01월 07일 월요일 +더보기

지난해 BMW화재 사건을 비롯한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증권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포괄적 집단소송제를 확대해 당사자들이 일일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판결의 효력이 전체에게 미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괄적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더라도 보수적인 법원의 판결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내에서 진행된 소비자 단체소송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제기된 주요 소비자소송의 진행 상황을 살핌으로써 포괄적 집단소송제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어떤 논의와 고민이 필요할 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교통카드 낙전수입은 이용자들로부터 지속적인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사안이지만, 이를 구제할 수단이 없어 소비자들은 발만 굴러야 했다.

충전금액을 채 쓰지 못한 채 카드를 분실할 경우 남아 있는 돈은 고스란히 사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불합리함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2015년 12월 17일 “지난 5년 동안 분실·도난으로 사용되지 못한 티머니 카드 충전금이 650억 원”이라며 “도난·분실된 티머니카드의 미사용액을 환불하라”고 단체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스마트카드의 교통카드인 티머니 카드를 사용하다 분실한 경우 소비자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잔액과 사용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교통카드는 무기명채권이라는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는 업체의 행태가 불공정하다 보고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소송에 나선 것이다.

1.소송 배경 : 충전식 교통카드 분실 시 환불 안 돼...잔액은 카드사 낙전 수입

교통카드 잔액 환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국내 교통카드 사업자들이 환불에 많은 제약을 걸어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2015년 12월 한국스마트카드, 마이비, DGB유페이 등 국내 10개 교통카드 사업자의 환불 정책을 조사한 결과 교통과 구매결제가 모두 가능한 모바일 카드의 경우 분실·도난 시 환불이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잔액이 남은 충전식 교통카드를 분실한 이용자라면 남은 금액을 환불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중교통안심카드’(티머니)나 ‘비토큰’(캐시비)등 일부 교통전용카드의 경우에만 환불이 가능하다.

업체들은 이용자 부주의로 분실한 교통카드 잔액에 대해 규정상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카드를 분실해 허공에 날린 잔액은 채권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지나고 나면 그대로 카드사의 낙전수입이 된다.

카드사들은 2012년 ‘교통카드 소지자가 5년간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한이 소멸된다’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삼아 막대한 낙전 수입을 거두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전국 교통카드 5년 이상 장기 미사용 선수금은 2945억6000만 원이다. 미사용 선수금은 대부분 선불형 교통카드를 분실하거나 카드 주인이 충전 사실을 잊고 있는 경우 발생한다. 무려 3000억 원에 가까운 선불형 교통카드 잔액은 시간이 지나면 고스란히 카드사의 수입이 되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카드사들이 '잔액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분실 카드 잔액에 대해 환불을 거부하는 것이 부당하다 여기고 단체소송에 나섰다.

충전식 교통카드는 구입 후 해당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카드번호를 등록하면 잔액조회가 가능하고 소유권이 명확해진다. 휴대전화 유심칩에 충전하는 모바일 교통카드도 ‘분실·도난 안심서비스(별도 가입비용 없음)’에 등록해 뒀거나 카드번호를 기억하고 있다면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통해 잔액을 확인할 수 있다.

환불이 되면 잔액이 ‘0원’으로 돼 다른 사람의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환불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중사용 등으로 교통 카드사가 손해 볼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카드를 등록해 잔액확인이 되는데도 환불 받지 못하는 소비자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티머니 소송.jpg

2. 소송 쟁점 : "사실상 기명식인데 환불 불가는 문제" vs "규정상 문제없어"

한국소비자연맹은 2015년 12월 17일 단체소송을 제기했다.

티머니가 회원으로 등록된 소비자라면 누구나 온라인에 접속해 잔액과 사용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명식’임에도 한국스마트카드가 분실 카드 잔액에 대한 환불을 거절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분실 카드 잔액에 대해 환불 거부를 명시한 약관도 부당하다고 문제 삼았다. 

반면 한국스마트카드는 '무기명' 카드인 교통카드 특성상 이용자가 분실하더라도 환불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티머니 카드가 무기명 선불식 충전 카드인 만큼 현금과 똑같다는 것.

약관에도 ‘카드 분실·도난 시 잔액과 카드 값은 지급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무기명 카드의 경우 습득한 사람 누구나 사용이 가능해 환불 시 카드사 측이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는 논리다.

한국스마트카드 측은 “티머니는 금전 가치를 카드칩에 저장해 단말기와 오프라인 방식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카드 분실·도난 시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며 “다양한 유통사업자의 단말기가 운영되고 있어 인프라를 제어하려면 개별 사업자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티머니는 현금과 성격이 같아서 환불을 제한한 약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는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접근매체의 분실이나 도난 등의 통지를 받을 때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의 통지를 하기 전에 저장된 금액에 대한 손해에 대해 그 책임을 이용자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이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와 이용자 간에 미리 체결된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9조)

3. 진행과정 : 한국소비자연맹 단체소송 1,2심서 패소...대법원 상고 중

2015년 12월 17일 제기된 한국소비자연맹의 ‘한국스마트카드 환급제한 부당’ 소비자단체소송은 현재 대법원 상고 중이다. 1심과 2심에서 재판부는 한국소비자연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2017년 7월 18일 서울중앙지법은 “고객에게 도난·분실 신고를 받았을 때 카드 소유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이런 비용은 결국 고객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어 카드 잔액을 환급해주지 않는 게 전체 고객에게 불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한국소비자연맹의 1심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전자금융거래법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분실·도난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관해 사업자가 면책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면책사유 또한 카드 명의자를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 없다”고 한국스마트카드의 손을 들어줬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사용자가 개인정보와 카드번호를 등록한 경우에도 거래금액이 소액이고, 간이·신속한 이용을 위해 개별 거래마다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으므로 전자금융업자가 분실·도난 신고를 받더라도 거래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은 다른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본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즉시 항고에 나섰으나 2심에서도 패했다.

이번에도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경우 잔액을 확인하고 이중 사용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환불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한국소비자연맹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2018년 6월 5일 “한국소비자연맹은 카드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경우 잔액 환급이 안 되고 분실 접수도 받지 않는 한국스마트카드 약관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입증 책임은 원고에게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새로운 단말기 추가 없이 밴사와 새로운 계약만 체결해도 큰 비용 없이 도난·분실 시 가액을 반환할 수 있다는 연맹의 주장 역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약관의 부당성과 시스템 보완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 문제에 대한 입증 책임이 모두 원고 측인 한국소비자연맹에 남겨진 셈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해 8월 대법원에 상고했고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4. 해외 사례 : 일본은 개인정보 등록된 교통카드 분실 시 재발급 가능


도쿄 등 일본 주요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충전식 교통카드 스이카는 잃어버려도 개인 정보가 등록돼 있다면 재발급이 가능하다.

전철역이나 버스 영업소에 있는 고객 상담 창구에서 스이카를 구입할 때 등록한 이름, 생년월일, 성별을 확인하면 된다. 분실한 카드는 자동으로 정지된다.

우리나라도 교통카드 구입 후 해당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카드번호를 등록하면 잔액조회가 가능하고 소유권이 명확해진다. 일본처럼 시스템화 돼 있지만 재발급이 안 되는 점만 다르다.

휴대전화 유심칩에 충전하는 모바일 교통카드의 경우에도 ‘분실/도난 안심서비스(별도 가입비용 없음)’에 미리 등록해 뒀거나 카드번호를 기억하고 있다면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통해 역시 잔액 확인이 가능하다.

잔액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을 운영 중임에도 이를 환불로까지 전면 연계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교통카드업체들은 “교통전용카드의 경우 현재 인프라와 기술로 환불이 가능하지만 일반교통카드는 유통 관련 결제 관리가 불가능해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5. 전망 : 한국소비자연맹, “대법원이 소비자 문제 본질 봐주길”

법조계에서는 조만간 나올 대법원 판결이 1,2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법무법인 평우의 조지윤 변호사는 “통계적으로 봤을 때 1,2심 판결이 다르다면 대법원 상고심에서 2심과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1,2심이 동일한 결과가 나온 경우라면 상고심에서 판결이 바뀔 가능성은 5%에도 미치지 못 한다”며 상고기각 전망에 무게를 뒀다.

법원 판결의 형식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대법원은 상고심에 대해 '통상 4개월' 정도 지나 판결을 내리는 터라 이번 사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곧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그보다 늦어진다면 그 기간을 통해 법원이 해당 사항을 얼마나 의미 있게 보고 있는지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관점에 따라 소비자권익 침해 정도가 지나친지 아닌지 판단할 문제로 보이는데 약관규제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법적으로 봤을 때 1,2심 판결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대법원 판결이 원심과 같다면 관련 부처에서 소비자를 위한 정책 차원의 약관 개정 움직임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2심 판결을 두고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 피해의 본질 보다 법원이 비용과 법 규정을 우선시 한 결과라며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금융전자거래법과 약관 등 현 규정에만 한정해 이 사안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한국스마트카드와 관련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봐주기를 원한다는 입장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티머니가 잔액에 대해 분실 신고를 받지 않고 환급하지 않는 게 부당하다고 소를 제기한 것인데 법원은 ‘카드 분실·도난 시 잔액과 카드 값은 지급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 약관 문구를 중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약관은 사업자들의 면책 꼼수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에서는 규정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부당한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문제의 본질을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연맹 측은 업체 측의 면피 조항이 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단서의 위헌 여부도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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