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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닥하면 휴지조각되는 선불전자상품권, 소비자 피해 눈덩이...14일 국회 포럼서 본격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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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닥하면 휴지조각되는 선불전자상품권, 소비자 피해 눈덩이...14일 국회 포럼서 본격 논의
보호 장치 마련 위한 통일적 규정 필요 제기
  • 송민규 기자 song_mg@csnews.co.kr
  • 승인 2023.03.1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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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송 모(남)씨는 법인카드로 직원들에게 1매씩 지급할 롯데모바일상품권 10만 원권 95매를 구입했다. 한 직원이 한 달쯤 지나 상품권 유효기간 만료로 연장이 가능하냐고 물어 확인해보니 연장이나 환불이 불가한 상품이었다. 직원들에게 사용 여부를 조사하자 아직 쓰지 못한 사람이 28명으로 피해액은 총 266만 원에 달했다. 송 씨는 "연장이나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업체의 낙전수입이 되는 게 아닌가"라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 경남 양산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자녀가 교통카드를 분실해 업체에 잔액 환불을 요청했으나 실물 카드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교통카드를 사이트에 등록한 뒤 사용해 잔액이 얼마인지 알 수 있지 않느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씨는 "카드 등록이 안 돼 있어 금액을 알 수 없는 경우라면 이해하겠으나 남은 금액이 버젓이 얼마인지 확인이 가능한데 환불해줄 수 없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최 모씨는 ‘머지포인트’ 잔액 22만900원을 환불받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 씨는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진 지난 2021년 8월 직후부터 업체에 환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고객센터는 지난해부터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최 씨는 "머지포인트 측이 머니코인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환급받고 싶다"며 답답해했다.

교통카드, 모바일상품권 등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유효기간 만료나 분실로 사용하지 못하는 피해가  많아 소비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이전 가능한 금전적인 가치가 전자적인 방법으로 저장돼 발행된 증표 등을 의미한다. 티머니나 캐시비처럼 충전해서 사용하는 선불식 교통카드, 스타벅스·이디야·할리스커피·교촌치킨·비비큐·bhc 등 모바일 상품권, 네이버페이 포인트나 스마일캐시(스마일캐시), 쿠팡캐시 같은 사이버머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모바일상품권과 이커머스 충전 캐시의 유효기간 만료나 선불식 교통카드 분실로 이용 불가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에 대한 피해가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구매후 사용하지 못했거나  선물로 제공받은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한두 달 정도로 매우 짧고 연장이 불가능해 휴짓조각이 됐다는 내용이다. 온라인몰 등에 충전해놓은 사이버머니가 유효기간 만료로 사라졌다는 불만도 많다.

소비자들은 이용하지 못한 충전금액은 업체의 낙전수입이 되다 보니 개선 요구에도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계 등에서도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윤한홍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범위를 확대하고 ▲등록 면제 기준을 축소 ▲이용예탁금 전액을 금융회사에 신탁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선불식 교통카드는 소비자가 얼마를 충전했는지, 어디서 사용했는지는 모두 전산화돼 관리되고 있지만, 실물 카드를 분실하면 잔액은 ‘잃어버린 돈’ 취급을 받고 있다. 관련 법률에 따라 분실한 카드의 잔액은 충전한 뒤 5년이 지나면 낙전수입으로 운영사에 귀속된다.

전자금융거래법 10조 1항과 관련 대통령령에서는 티머니와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이 분실‧도난된 경우 충전한 금액의 책임은 이용자 부담으로 할 수 있다는 약정이 있다면 운영사는 분실한 금액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머지포인트 사태도 권남희 대표이사와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가 구속됐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을 구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는 57만 명 피해액은 2521억 원으로 추산된다.

변웅재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선불전자지급수단 거래 구조에 대해 실증적인 검토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행법이 소비자의 재산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환급의무를 법제화하고 유효기간을 폐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선불사업자 27개 사가 거둬들인 낙전수입은 1192억8900만 원에 달한다. 양정숙 의원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티머니가 거둬들인 낙전수입은 537억 원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15년 단체소송을 통해 도난‧분실된 티머니카드의 미사용액을 환불해 달라며 단체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대법원은 “전자금융거래법 10조 1항 단서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에 기명식과 무기명식이 모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신세계는 스타벅스 코리아 등 선불충전금에 대한 유효기간을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여전히 유효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이디야,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법 제64조(상사시효)와 공정거래위원회 지류형 상품권 표준약관·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라 유효기간을 5년으로 두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 고객이 요청하면 돌려주고 있으며 규정을 변경할 계획도 없다"는 공통된 입장을 전했다.

김수현 변호사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규율하는 어떠한 개별법에서도 이용자에 환급의무를 제대로 규정하고 있지 못하다”며 “선불업자들의 약관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선불업의 등록 범위를 확대하고 지급보증 보험 등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봤다.

남궁주현 교수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법적 규제 영역이 불명확해서 다양한 수단을 통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나 이를 통일적으로 규율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궁 교수는 이어 “상품들의 거래 구조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소비자들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품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상품이라면 폰지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피해 사례가 반복되면서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을 위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어 제도개선이 이루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오는 14일에는 '선불전자지급서비스: 소비자보호를 위한 입법 과제'를 주제로 제20차 금융소비자포럼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오전 10시에 열린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과 한국여성변호사회 금융소비자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김수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총무이사)가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자보호 필요성과 규제 현황'을 주제로 발제한다. 이어 변웅재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선불전자지급수단 소비자피해 사례와 입법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어 윤민섭 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과 이기헌 소비자권익포럼 공동대표, 남궁주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박성빈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정책과 사무관이 지정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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