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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CEO'의 DNA는 뭔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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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CEO'의 DNA는 뭔가 남다르다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3.1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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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이민재 기자]직장인들에게 CEO는 하늘의 별처럼 아득히 높은 꿈이다. 남들은 그 자리에 올라가는 것도 어려운데, 정상에 서서 오래도록 내려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장수CEO'라 불리는 스타급 전문경영인이 바로 그들이다.


'장수CEO'들은 질긴 생명력을 발휘해 기업을 위기에서 구하고, 2등을 1등으로 만들고,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쌓기도 한다. CEO자리를 오래도록 지키려면 그에 걸맞는 실적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장수CEO'의 존재는 분명 기업에게 축복이다.


물론 오너가 아닌 이상, CEO의 수명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2년 동안 삼성전자를 이끌었던 윤종용 고문이나, 지난 연말 인사에서 10년 만에 대표이사직을 놓은 구학서 신세계 회장, 12년간 CEO로 활약하며 현대자동차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시킨 김동진 전 부회장 등이 최근 수 년 사이에 경영승계 과정에서 자리를 내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1991년 은행장 취임후 20년째 CEO생활을 하고 있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나, CEO 경력 13년차에 들어간 남용 LG전자 부회장, 유통계의 풍운아로 떠오른 12년차 CEO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처럼 현직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 가는 이들도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2006년 '장수CEO이것이 다르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신만의 경영철학과 비전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추구 ▲미래 성장산업 발굴 ▲현장경영 중시 ▲ 우수인재 확보를 성공비결로 꼽았다. 2004년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장수CEO의 특징'이라는 보고서에서는 ▲독특한 비전이나 철학 ▲보수적인 자금 운용 ▲카리스마보다는 겸손함 ▲변화를 통한 젊음 유지 ▲경쟁체제를 활용한 후계자 육성 등 5가지를 공통 덕목으로 소개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생존위기와 글로벌화의 높은 파고에 직면했던 우리 기업들은 장수CEO들의 이 같은 리더십에 힘입어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최근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촉발된 새로운 경영환경에서 '장수CEO'들은 또 어떤 능력을 발휘해줄 것인가? 현역에 남아 있는 장수CEO를 중심으로 그들의 유전자를 새롭게 분석해봤다.

 

▲남용 LG전자 부회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박세준 한국암웨이 사장.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 최양하 한샘 회장. 허영호 LG이노텍 사장 (사진-가나다 순)


◇위기를 즐겨라

"경기침체가 좀 더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 중이던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던진 말이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떄문에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 부회장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있었다. 경기가 나쁠 때 경쟁기업을 물리치기가 더욱 쉽고, 다른 업체에서 흘러나온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LG전자는 6~7%에 그쳤던 TV 세계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13%로 끌어올렸고, 해외로드쇼를 통해 우수인재를 대거 유치할 수 있었다.

무려 25년 동안 CEO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동후디스의 이금기 회장도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전문경영인이다. 신설 자회사인 일동후디스 경영을 맡기 위해 일동제약에서 잠시 손을 놓고 있던 이 회장은 1998년 회사가 1차 부도를 내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이 회장은 거래업체를 설득해 90억원에 달하는 무보증 전환사채를 인수하도록 하고, 임직원들에게는 상여금  450%를 반납케 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2001년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하는 기적을 이뤘다. 일동제약은 1999년 이후 해마다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거두고 있고, 일동후디스도 출범 10년 만에 유아식업계 빅3로 뛰어올랐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부터 한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양하 부회장도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제로 1997년 종합인테리어 사업에 도전해 외환위기 파고를 겪으면서도 5년 만에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최근에는 경기침체에 맞서 해외시장 공략과 비(非) 브랜드 부엌가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위기가 있고 어려움이 있어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게 최 부회장의 굳은 믿음이다.


◇오너처럼 일한다

장수하는 CEO들은 스스로를 월급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수CEO'가 위기를 극복하고,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주인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4번째 연임에 성공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비결에 대해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라 회장이 신한금융 조직문화에서 직원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한금융지주의 최대 지주인 200여 명의 재일교포들이 라 회장에게 깊은 신뢰를 보낸 것도 그의 연임을 가능케 한 주요인이다. 라 회장의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주주들이 믿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금기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주인이야 하다가 안 되면 접으면 그만이지만, 전문경영인은 실적이 나쁘면 남의 회사를 망치는 것은 물론, 자기 평판까지 나빠지니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전문경영인은 오너보다 더 큰 책임감과 목표를 가진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 회장은 자신이 25년간 전문경영인으로 살아남은 비결도 오너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일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승한 회장도 '오너처럼 경영하는 경영자'로 통한다. 이 회장은 "경영인으로서 탁월한 재무적 성과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지속가능한 기업의 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 경영자고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주인의식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사람'과 '소통'을 사랑한다

장수하는 CEO들은 직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기울인다. 라응찬 회장은 자신의 직원들을 애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조직의 미래라고 믿기 때문이다. 

남용 부회장은 LG전자 CEO로 취임한 뒤 직원들과 격식없이 대화를 나누는 찻잔 미팅을 매주 2~3회씩 가지며 소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남 부회장은 주제를 가리지 않고 직원들의 말을 편하게 들어주고, 질문에는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면서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02년부터 사장을 맡아 LG이노텍을 LG그룹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킨 허영호 사장의 별명은 '소통 전도사'다. "기업경영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함께 할 때 회사가 발전하고 비전을 향해 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허 사장은 별도의 CEO 홈페이지를 운영해 임직원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수렴하고 직접 답변해준다. 또 수시로 e메일을 주고 받는다. 직원들과 금연상담은 물론, 금연침까지 놔주고 있을 정도라고.

'소통'하면 1998년 롯데리아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롯데마트를 거쳐 롯데백화점을 맡고 있는 이철우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장은 분기마다 임원과 팀장급 200여 명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시간은 줄이고, 임원과 팀장들이 주제와 상관없이 5분 스피치를 시킨다. 이 사장은 또 선임구매기획자(CMD)들이 매달 모여 상품도입 성공.실패담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빠지지 않는다.

 

◇해답은 '고객'과 '현장'에 있다

 

90년대초반까지만 해도 은행의 분위기는 관공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무겁고 조용했다. 그런 분위기를 일소한 것이 바로 금융업계의 후발주자인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고객이 들어올 때마다 전 직원이 일어나서 "어서 오십시오, 무얼 도와드릴까요?'라고 합창했다. 신한은행 직원들은 또 동전 카트를 끌고 나가 시장 상인들에게 동전을 바꿔주고, 길에서고객들에게 큰 목소리를 인사를 했다. 그런 문화는 다른 은행으로도 확산됐다. 라응찬 회장이 주도한 현장과 고객중시의 경영이 금융권 전체를 바꿔놓은 것이다.

 

지난해초 샤넬화장품이 매장 위치문제로 갈등을 벌인 끝에 롯데백화점에서 철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롯데백화점은 본점 매장에 샤넬화장품을 판매하는 인근 백화점의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장을 내걸었다. 샤넬화장품을 사러왔다가 허텅을 치는 고객들을 위해서였다. 경쟁사를 도울 수도 있는 이런 파격적인 조치는 이철우 사장이 고객을 얼마나 중시하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최양하 부회장은 현장을 가장 중시한다. 최 부회장은 한샘의 대리점과 직영점은 물론 인테리어 제휴업체와 공장을 수시로 방문한다. 해외에 있는 현지 법인 순례도 거르지 않는다. 또 매주 금요일을 '현장경영의 날'로 지정해 전 임직원이 현장경영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고객 사랑과 현장경영을 외치지만 '장수CEO'들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하고, 직원들이 함께 변화하도록 이끄는 대목에서 남다른 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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