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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현의 '유럽돋보기'-5>왕소금 뿌린 유럽 음식 '새발의 피'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1.27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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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나라 사람만 짠 음식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럽 음식도 못지 않다. 독일의 소시지나 프랑스의 스프, 이탈리아에서 전통 파스타 등을 먹어본 사람이면 안다.

    유럽사람들이 많이 먹는 훈제 베이컨이나 올리브 절임 등도 혀를 자극할 정도로 짜다. 독일에는 아예 잘츠슈탕게(salz stange)라는 과자도 있다. 크래커 위에 굵은 소금을 듬뿍 뿌린 과자다.

    다른 맛은 없고 짠맛이 유일한 무기인 과자다. ‘소금 성’이라는 이름의 도시도 있다. 바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salzburg)다. 이번 유럽취재 중 체코에서 먹은 음식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짰다. 빵도 짭짤한데다 양파 스프는 진저리처질 만큼 짰다.

    채식을 즐기고, 짠 음식과 단 음식, 패스트푸드를 싫어하는 기자는 지난14일부터 19일까지 독일 체류 중에 곤욕을 치렀다. 아침식사는 호텔 뷔페식당에서 ‘풀’과 통밀로 만든 빵만 먹었다. 너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점심식사는 먹기 싫은 패스트푸드로 때웠고, 저녁식사는 어쩔 수 없이 현지 음식을 먹었다.

    19일 체코 프라하에서는 모처럼 한국음식점에서 소주를 곁들인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다. 기가막힐 정도로 맛있었다. 그러나 김치를 입에 넣는 순간 경악했다. 너무 짜서 혀가 밀어냈다. 가뜩이나 짠 한국의 김치가 유럽에서 소금범벅이 돼 식탁에 올랐다.

    유럽 현지인과 한국 관광객들이 김치를 밥먹듯이 먹을까봐 아예 소금을 적정량의 몇 배나 쳤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그러나 배추, 고춧가루, 마늘, 젓갈 등 원료를 구입하는 비용이 녹녹치 않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유럽사람들의 지나친 소금 사랑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설은 ‘기압설’이다. 유럽은 대륙 전체가 저기압대다. 특히 독일 영국 스웨덴 핀란드 등 북·동유럽은 내내 구름이 많이 끼고 비가 오는 전형적인 저기압형 기후대다. 기압이 낮으면 사람의 혈압도 떨어진다.

    우리나라 사람이 유럽에 가면 혈압이 보통 10~20mmHg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혈압이 떨어져 저혈압이 되면 만성적인 피로감이나 의욕상실, 우울증이 발생한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높은 나라들이 모인 대륙이 바로 이곳이다.

    결국 유럽 사람들의 소금 사랑은 저혈압을 극복해 생명을 보전하려는 자연스런 자기 방어현상이라는 결론이다. 옛날 영국에서 최고의 손님 접대는 ‘소금소태’의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과 달리 소금이 금보다 비싼 시절이었던 데다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의식이 퍼져 있었으니 이해할 만하다. 이런 소금이 요즘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눈총을 받는다. 소금도 시대를 잘 만나야 대접받는 법인 모양이다.

    현재 영국 등 유럽 여러 국가들이 고혈압 등 성인병의 주범으로 밝혀진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가공식품 관련법을 계속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나라들의 소금 섭취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소금이 ‘칙사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5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5g의 2.7배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남자들의 평균 섭취량이 14.9g으로 여자(12.2g)에 비해 높다. 술, 담배, 스트레스로도 모자라 소금까지 많이 먹으니 평균수명이 여자에 비해 길 리가 만무하다. 이쯤 되니 이젠 한국이 ‘소금의 천국’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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