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한 소비자가 벤츠로부터 문제 있는 차량을 구입한 것도 모자라, 사기 판매를 당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3년이 갓 지난 차량의 변속기가 고장 나 수천만원의 수리비가 청구됐고 이에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2년 된 재고 전시 차량을 구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흥시 월곶동의 이 모(남.47세)씨는 최근 주행 중 차량고장으로 변속이 되지 않는 바람에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벤츠 서비스센터 측은 변속기에서 쇳가루가 검출돼 전체를 갈아야 한다며 2천만원의 견적을 제시했다.
문제의 차량은 독일 명품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의 플래그십 모델인 S500. 가격이 2억7천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모델이다.
이 씨는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차량을 구입한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구입 초기부터 문제 투성이
이 씨에 따르면 지난 2007년 3월 차량을 처음 구입했을 당시부터 S500 차량은 스위치를 켜지 않아도 히터가 작동돼는 문제가 있었다.
얼마 뒤에는 '끼기긱'거리는 차량 소음으로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했다. 주차를 위해 후진기어를 넣고 2~3미터 주행하면 매번 차체 하부에서 '덜커덕'거리는 소리까지 났다.
심지어 변속기 고장으로 신호대기 후 차량이 출발하지 않아 길 위에서 꼼짝 못한 적도 있었다고.
이 같은 문제를 고치기 위해 이 씨는 무상보증 기간 동안 4~5번이나 서비스센터를 제집 드나들 듯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무상보증 기간인 3년이 갓 넘은 지난 7월 이 씨 S500의 변속기는 구실을 못하게 됐다.
이 씨는 "명품 브랜드의 최고급 차량 변속기가 4년도 안 돼 폐기해야 할 정도로 고장 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처음부터 갖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봐 결함이 있는 차량을 구입한 게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고 보니 전시차량
변속기 고장을 겪은 이 씨는 얼마지 않아 더욱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차량을 판매했던 딜러를 추궁하던 중 S500이 신차가 아닌 전시 차량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
이 씨는 "벤츠코리아 측에서는 ‘2005년 생산 된 차량인데 무상보증 기간 운운하느냐'라는 이야기를 하더라"며 "이는 만들어진 지 2년 된 재고 차량을 신차로 구입했다는 소리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구입 당시의 기억을 되살린 이 씨는 "원하는 외장 칼라를 고를 때 '곧 독일에서 선적될 것'이란 안내를 들었다"며 딜러가 자신에게 새차로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씨는 S500을 판매했던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측에 수입면장을 요청한 상태며, 추후 경찰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벤츠 부품 내구성 문제 있나?
한편 벤츠의 변속기 내구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 신사동의 강 모(남.41세)씨 또한 지난 5월 2006년 구입한 메르세데스 벤츠 CLS 350차량의 트랜스미션이 내려앉는 고장을 겪었다.
강 씨는 고장으로 고속도로에서 큰 화를 당할 뻔했다. 고속 주행 중이던 차량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뒤 따라오던 차량과 충돌사고를 일으킬 뻔했다고.
차량 계기판에 점등된 경고등은 없었으며, 4만5천km 밖에 주행하지 않은 상태서 1천600만원의 견적이 나올 정도의 큰 고장이 발생했기에 황당하기만 했다.
차량 상태를 살펴본 서비스센터 직원은 "일부 부품의 결함으로 미션자체가 내려앉았다"고 설명했다.
3년의 무상보증기간 동안 받았던 차량 점검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었다. 심지어 사고 한 달 전 차량 울렁거림과 경고등 점등으로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단순 프로그램 리셋 조치만 취해졌다.
더구나 고장 난 미션을 고치는 과정에서 벤츠 측이 수리비용을 1천600만원이나 요구했다가 강 씨가 항의하자 다시 200만원, 700만원으로 바꾸는 등 일관성 없는 자세를 보여 소비자의 화를 돋웠다.
강 씨는 "서비스센터의 무성의함도 그렇지만 어떻게 1억이 넘는 벤츠 차량의 미션이 4만5천km 주행에서 미션이 내려앉을 수 있는지"라고 반문하며,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회사 측은 고장에 대한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고급 세단을 전문으로 수리하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벤츠 차량 부품의 내구성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사장 하랄트 베렌트) 측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수차례 내용확인 요청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