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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불 펄펄 나는 에어컨...징그럽고 고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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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불 펄펄 나는 에어컨...징그럽고 고약해"
잘못된 설치로 빗물 새고 뜨거운 바람에 매출도 '뚝'..."피해 입증해"
  • 박윤아 기자 ya321@csnews.co.kr
  • 승인 2011.09.06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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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로 습하고 무더웠던 올 여름, 에어컨과 관련한 별의별 불만들이 쏟아져 소비자들의 열을 올렸다.

구입에서부터 설치, AS단계까지 판매처와 제조사는 물론 설치업체까지 누구에게 뒤질세라 앞다퉈 다양한 소비자 피해를 만들어냈다. 

 

최근 <소비자가만드는 신문>에는 판매처가 저렴한 제품가격으로 소비자를 현혹해 판매한 후 터무니없이 높은 설치비와 반품비를 청구하는가 하면, 영업용으로 들인 중고에어컨의 고장을 제조사에서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장사를 못할 지경이 되는 등 피해사례가 줄을 이었다.

잘못된 설치로 인해 에어컨과 실외기를 연결해둔 호스에서 누수가 발생해 신혼집의 거실 바닥을 모두 뜯어내야 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피해에도 에어컨 고장과 매출액 감소간에 인과관계를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제조사와 설치업체가 책임소재를 두고 공방을 펼치기 일쑤라 보상을 받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피해 소비자들은 “유난히 습도가 높아 힘들었던 올 여름, 더위 식히려다 되려 에어컨 때문에 열불만 터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렴한 에어컨, 배보다 배꼽?

 

6일 인천 문학동 거주 조 모(여.33세)씨는 지난 8월 초, 오픈마켓의 한 판매자를 통해 40만원 대 에어컨을 구입했다가 터무니없는 설치비와 취소 수수료를 청구 받았다.

 

오피스텔 건물주인 조 씨는 세입자들을 위한 에어컨을 알아보던 중 기존 거래자보다 4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표를 단 제품을 확인하고 구입을 결심했다.

 

제품 소개에 ‘조건에 따라 설치비가 책정된다’는 안내문이 있었지만 올해 7개의 에어컨을 설치하면서 한 번도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았던 터라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설치기사는 현장 확인 후 ‘운반비 3만원, 타공비 2만원, 냉매완충비 5만원, 배관연장비 7만원’의 명목으로 17만원의 설치비를 별도 청구, 4만원 싸게 사려다가 10만원 넘는 웃돈이 얹어졌다.

 

이에 조 씨가 에어컨을 반품하려 하자 이번엔 ‘고객변심’이라며 취소 수수료로 무려 5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조 씨가 에어컨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냉매완충비도 불필요했고 배관연장비도 상세견적과 차이가 있었다고. 5만원을 청구받았지만 앞서 공지된 내용은 2만원이라고 명시돼있어 3만원이 추가됐다.

▲반품 배송비가 공지된 오픈마켓 에어컨 판매자 화면

 

이에 대해 오픈마켓 관계자는 “에어컨 등 대형가전 설치비용은 지역·건물구조 특수성이 있어 일괄적으로 금액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의 최초 예상과 금액 차이가 컸던 것 같다”며 “반품 배송비에 대해 우리도 일정부분 부담하는 것으로 상황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 에어컨 잘못 설치해 거실에 빗물 펑펑

 

경기 안양시 동안구 거주 박 모(여.42)씨는 지난 6월 초 스탠드형 에어컨을 84만원에 구입했다가 거실 바닥이 난장판이 되는 수고를 겪었다고 한다.

 

올여름 장마에 에어컨 호스에서 누수가 발생, 거실 바닥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던 것. 첫 누수에 박 씨는 거실 바닥의 문제인 줄로만 알고 45만원을 들여 발코니 창에 실리콘을 바르고 바닥에는 방수페인트를 칠하는 등 바닥공사를 했다.

 

그러나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추가로 40만원의 비용을 들여 원목마루 시공업자를 다시 불러 거실 바닥을 살폈다. 뜯겨진 바닥에는 에어컨과 실외기를 연결하기 위해 뚫어놓은 구멍을 중심으로 물이 흘러 바닥이 흥건히 젖어있던 광경이 포착됐다.

▲ 에어컨 한 번 잘못 설치했다가 거실바닥을 모두 뜯어낸 박 씨가 억울해하고있다.

 

에어컨 설치 과실로 확신한 박 씨는 에어컨을 판매처에 항의했고 판매처는 설치기사를 보내 실리콘으로 구멍을 막고 후속처치를 했다. 이후 누수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동안 공사비로 80만원이나 들였던 박 씨는 제조사 측에 피해보상 방법을 문의, 담당자는 “기사가 방문해 실리콘으로 다시 마감 시공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실수를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본사가 아닌 판매처에 해결을 촉구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판매처와 설치기사는 “보수를 위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드레인 호스가 꺾여 있는 상황이라 인테리어 공사 도중 호스가 꺾였을지도 모를 일인데 섣불리 100% 피해보상을 해줄 수 없다”며 “실리콘을 제거해 원래대로 재현한 후 물이 새는지 실험한 후 보상을 결정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박 씨는 “이미 후처치를 마친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기위해 거짓 실험을 할 지 누가 알겠냐”며 “실리콘 처리 후 물이 새지 않는 상황 자체가 설치하자라는 증거 아니냐”고 반박하며 피해구제를 호소중이다.

 

◆ 에어컨 수리 안돼 호프집 한달 매출 뚝!

 

경기도 수원시 곡반정동 거주 강 씨(남.42세)는 에어컨 AS문제로 올여름 영업에 막심한 손해를 입었다.

영업점에 들여놨던 에어컨이 고장나면서 한 달간 3번이나 수리를 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면서 매출액까지 뚝 떨어졌다는 것.

 

호프집을 운영 중인 강 씨는 3년 된 중고에어컨을 100만원에 구입, 올해로 이용 8년째에 이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가스누출 등 이상증세를 보인 에어컨 때문에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덥다 더워~”를 연발하며 하루 20팀 가까이 놓쳤다고. 강 씨는 작년 동월에 비해 매출액이 200만원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강 씨는 수리지연에 따른 매출액 손실 등에 대한 보상을 제조사 측에 요구 중이다.

 

이에 대해 제조사 관계자는 “에어컨과 매출액이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지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에 매출액과 관련한 손해배상은 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종합법률사무소 ‘서로’ 문정균 변호사는 “경험지식 상으로는 여름철 에어컨 가동이 매출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손해배상청구에 앞서 에어컨 고장과 매출액 감소간에 인과관계 입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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