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이 모(여)씨는 평소 갖고 싶었던 시계를 직거래로 샀다. 입금 확인 후 물건을 보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3일이 지나도록 시계는 도착하지 않았다. 위치조회를 위해 해당 택배사 고객센터와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운송장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위치 추적은 물론 상담원 연결조차 할 수 없었다. 판매자 역시 운송장번호를 몰라 택배사 홈페이지에 민원을 올려두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이 씨는 "며칠 뒤 시계는 받았지만 그동안 속앓이를 해야 했다. 민원 상담조차 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건 '이용자 서비스'라고는 배려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 서비스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배송지연, 분실, 파손 등 관련 민원도 다양하게 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을 해결하는 방법도 쉽지 않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운송장번호를 모르면 상담원 연결은 물론 반품, 발송, 위치 확인, 불편사항 등을 확인하거나 신고할 방법조차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손의 경우 수하물을 받아 확인이 가능한 반편 지연과 분실은 판매자(발송인)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면 상담원 연결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
특히 오픈마켓이나 대형온라인몰에서 실제 제품을 보내기 전 운송장번호를 임의 등록하는 사례가 빈번해 그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운송장 번호를 모를 경우 홈페이지나 모바일웹을 통해 민원을 올릴 수 있지만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거나 고령의 소비자들에게는 그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다.
또 홈페이지에 민원을 올려도 답변을 듣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형식적인 안내일 뿐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푸념이다.
◆ 10개 택배업체, 고객센터 민원 접수 방식 제각각...개인정보 강화가 이유?
6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소장 최현숙)가 국내 택배업체 10개사의 고객센터에 직접 연락해 본 결과 업체마다 운영방식이 달랐다.
운송장 번호 없이는 상담원 연결 시도조차 불가능한가 하면, 몇몇 업체는 상담원 연결이나 시스템에 대한 안내 없이 신호음만 울리다가 끊어져 정상적인 운영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KGB택배는 운송장번호를 모르면 반품, 상품발송, 불편사항 접수는 물론 상담원 연결도 불가능했다.
반면 동부택배, 우체국택배, 일양택배, 현대택배는 운송장번호를 몰라도 상담원과 연결이 가능했다. 현대택배의 경우 반품, 발송, 불편사항 접수는 불가능했지만 '취급전 문의안내'를 선택하면 상담원과 연결됐다.
경동택배와 KG옐로우캡은 각각 5분 간격으로 10번씩 연결을 시도해봤지만 상담원 연결이나 시스템 안내 없이 신호음만 울리다 끊어졌다.
마지막으로 로젠택배는 운송장번호 요구나 다른 시스템 안내 없이 상담원과 직접 연결됐다.
운송장번호 입력 강제 사항에 대해 업체 측은 개인정보 강화 차원이며, 홈페이지 접수 등 대안이 마련되어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개인정보강화 차원에서 운송장번호 필수 입력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드물지만 운송장번호가 없거나 모를 경우 판매처나 거래처에 운송장번호를 조회한 후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진택배 관계자 역시 "개인이용자보다는 유통업체를 거쳐 소비자들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부분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이 접수되고 해결된다"며 "개인이용자의 경우 운송장번호를 입력해야 위치추적, 불편사항 등을 등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소장은 "온라인을 통한 상품거래가 급증하면서 배송 관련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량이 많은 만큼 지연 및 분실 사고도 빈발하므로 소비자들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챙겨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직거래 이용 시에도 판매자에게 제품의 운송장 사진을 요구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