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김 모(남)씨도 최근 스마트폰 DMB 수신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안테나 교체를 위해 AS센터를 찾았다가 황당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 안테나뿐 아니라 스마트폰 겉 케이스를 다 교체해야 한다며 3만5천 원이 청구됐다. 온라인몰에서 안테나만 1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팔고 있어 수리 비용도 1만 원 전후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케이스 교체로 인해 금액이 훌쩍 오른 것. 김 씨는 “케이스까지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수리할 수 없다고 안내할 뿐 다른 설명은 없었다”며 “회사 방침이 그렇다고 해도 그걸 왜 소비자에게 강요하는지 황당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휴대전화 수리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리할 부품이 ‘반제품화(모듈화)’돼 나오면서 고장나지 않은 부품 비용까지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것.
실제로 공식AS센터와 사설업체의 수리비용이 최소 2배에서 많게는 4~5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듈화는 쉽게 말하면 ‘레고식 부품 생산’이다. 수천 가지가 넘는 부품을 담당 기능에 따라 여러 개 덩어리로 나누어 고정하고 이를 정해진 자리에 끼워맞추면 제품 하나가 뚝딱 만들어진다.
모듈화가 이뤄지면 일단 조립이 간단하기 때문에 비숙련자도 쉽게 끼워맞출 수 있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장이 나도 ‘액정에 문제가 생기면 디스플레이 기판을 갈고 카메라가 작동을 하지 않으면 카메라 모듈 부품 전체를 갈면 된다’는 매뉴얼대로 쉽게 수리가 가능한 셈이다.
모듈화는 기업에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리비 상승의 원인이 된다. 카메라 렌즈가 고장났을 뿐인데도 해당 부품만 교체가 불가능하고 모듈화된 카메라 관련 부품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 사설업체 찾는 발길 늘어...제조사들 "모듈화로 제품가도 낮춰"
애플코리아의 아이폰 5S 전원 버튼이 고장나 공식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기면 리퍼 비용으로 25만 원 가량이 발생한다. 하지만 해당 부품만 구입해 직접 교체하면 1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또한 애플코리아의 경우 사설업체에서 수리한 흔적이 있을 경우 정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거부하기도 해 소비자의 선택권마저 제한하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권오현) 갤럭시 시리즈나 LG전자(대표 구본준)의 옵티머스 G시리즈도 액정을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교체하면 13만~15만 원이 들지만 사설 수리를 이용하면 5만 원 안팎으로 40~70% 저렴하다.
두 업체 모두 애플코리아와 달리 사설업체 이용 이력이 있다고 해도 유상수리는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설업체에서 이용하는 부품이 중고일 가능성은 높지만 비싼 수리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비용을 많이 부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부속품으로 아예 제작하기 때문에 일부 부품만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모듈화가 아닌 개별 부품으로 생산할 경우 조립공정이 어려워지고 제품 자체 단가가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생산공정의 모듈화로 제조사들은 막대한 원가를 절감하지만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보증수리용 부품 공급 의무화 등을 통해 소비자의 권익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