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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울화통 소비자, 누가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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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울화통 소비자, 누가 만드나?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5.07.27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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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이미 절반이 훌쩍 지났다. 올 상반기 소비자 민원을 결산하기 위해 지난 6개월간 접수됐던 제보 내용을 되짚어보자니 떠오르는 단어가 딱 하나 있다.

바로 울화통이다. 쌓이고 쌓인 마음속의 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다소 과격하다 싶지만 달리 대체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온라인몰 업체들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품절로 인한 구매취소’는 소비자를 열불 나게 하는 민원 단골손님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마구 판매해 수일간 대기하게 한 후 ‘재고가 없어 구매를 취소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처리해 버리는 게다.

구매자가 오랜 시간을 들여 비교하고 결제하는 과정의 노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심지어 품절이라던 제품의 가격을 올려 판매한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장터를 연 업체들은 “개별 판매자의 영업방식이라 개입할 수 없다”는 한마디면 끝이다.

휴대전화 보험도 마찬가지다. 단말기 재고가 없어 동일 기종을 교환할 수 없을 경우 하위 모델이나 비인기 모델에 대해서만 선택권을 부여한다.

차액을 지불하고 상위 모델을 선택하겠다는 소비자의 요구는 단박에 거절된다. 일부 가입자가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다.

단말기 재고는 확보해 두지 않고 “없으니 대충 아무거나 해, 아님 말고”식의 대응이다. 멀쩡히 보험료를 내고도 공짜나 바라는 사람인양 취급을 받는 셈이다. 이런 대우에도 울분이 터지지 않는다면 부처님 '허리토막'이 아닐까 싶다.

‘모든 질병에 대해 보장을 받을 수 있다’, ‘100% 원금 보장’이라는 말에 믿고 계약한 금융 상품들도 정작 열어보면 약관상에 빼곡히 적어 둔 코드번호 한자리, 사업비 기준 등에 의해 달라지기 일쑤다.

여기에 정점을 찍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4월 22일 시작돼 2달여간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가짜 백수오 (이엽우피소)’.

갱년기여성에게 효과적이라는 말에 고령의 어머니를 위해, 건강이 나쁜 아내를 위해 백수오를 선물했던 소비자들은 가짜 백수오 소식에 절망했다. 손발 저림이나 두통, 안면홍조, 소화불량, 이명현상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부터 부정맥, 간수치 이상, 유산의 원인으로까지 거론될 만큼 불안감이 컸지만 피해 입증이 어려워 보상은커녕 구매액 환불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후 ‘가짜 백수오 논란’을 빚은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의로 혼입하거나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나 식품위생법에 형사 처벌할 규정이 없어 재판에 넘기기 어렵다는 이유도 추가됐다.

홈쇼핑, 대형 온라인몰 등 업체의 환불 처분(?)만을 기다리며 수십 일간 애를 태웠던 소비자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힘없는 소비자만 봉되는 나라’, ‘아픈 사람에게 독을 먹여도 고의성이 없으면 그만이냐’는 다소 격앙된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아직도 백수오 관련 민원이 접수될 만큼 소비자들의 가슴에는 한으로 남은 사건이다.

미리 알고 조심하면 걸러낼 수 있는 분쟁거리가 있다.

통신 결합상품은 약정 이용 시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지만 계약 기간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거나 병행수입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AS가 제한된다는 등의 내용은 사전에 제대로 내용을 알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민원들 대부분은 소비자가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해도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무더운 여름 날씨의 짜증을 잠시 잊을만한 기분 좋은 소식은 없었나 생각해보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어쩌면 소비자 민원을 다루는 업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올해도 5개월가량 남았다. 그사이 또 어떤 기함할 일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매일 같이 발견되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문제를 주의보성 기사를 만들어내면서 머릿속 생각은 언제나 똑같다. '주의하세요'가 아니라 '이렇게 대응하세요'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들려줘야 할텐데...

여전히 뾰족한 답 없이 문젯거리만 열거해야 하는 현실 앞에 다시금 가슴이 답답해진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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