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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건설 등 수주산업 회계기준 '논란'...미청구공사 공시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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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건설 등 수주산업 회계기준 '논란'...미청구공사 공시에 '구멍'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6.03.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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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선, 건설 등 수주산업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회계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조선, 건설업종의 기업에 대해서는 공사 계약별로 미청구공사금액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해당 업종의 기업들이 해외에서 저가수주경쟁을 벌였다가 대규모 적자사태를 겪고 있는 데 따른 보완책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한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비밀유지 계약 등은 회사가 자세한 내용을 공시 하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기업체 감사인과 회계사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점이 지적됐다.

양정아 한국회계기준원 책임연구원은 공시개선방안 등을 설명하면서 군사기밀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서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하는 경우 계약별 정보를 공시하지 않아도 돼도록 예외조항을 뒀음을 설명했다.

계약 당사자가 계약별 공시를 동의하지 않아 계약별 공시 항목의 일부나 전부를 공시하면 기업에 현저한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도 계약별 정보를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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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회계기준원은 회사에 중요한 계약의 경우 계약명과 계약일, 납품기한, 진행률, 미청구공사 금액, 매출채권(공사미수금) 규모 등 6가지를 공시하도록 했다. 예외조항을 근거로 5가지 중요 정보(표에서 2~6번)를 모두 공시하지 않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회계처리 부문을 한국회계기준원에, 감사 부문은 공인회계사회에 위탁했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책임연구원(CPA)은 "기업들이 중요 계약별 공시 항목 중 예외를 적용하려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감사위원회를 통과하기 위해 감사인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보다 수주산업 회계기준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의 의지에 따라 원칙만 만족하면 일부 공시가 생략될 수 있다"며 "회계정보 투명성 강화에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공시 예외조항을 둔 게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윤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회계기준을 개정하면서 두번째 공시 예외조항을 둔 것은 회계투명성 강화라는 좋은 취지를 무위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며 "올해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인회계사로 한국회계학회장을 지냈고, 금융위원회 감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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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계사, 기업체 감사인 등이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수주산업 회계기준 개선방안'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사진=소비자가만드는신문DB)


이와 관련해 한국회계기준원 측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회계기준이 강화되면서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는 기업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회사가 영업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공시 기준을 강화하더라도 틈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양 책임연구원은 "올해 1분기 공시가 나온 이후에야 실효성 여부를 얘기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계약별 공시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 위해 발주자 확인, 내부감사기구의 확인, 외부감사인의 감사, 금융당국의 감리, 투자자 등의 감시 등 5단계로 예외 규정이 남용되는 것을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약별 공시 예외 규정을 이용해) 꼼수로 공시를 회피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이 감리를 하는 과정에서 꼼수를 부리는 상황이 적발될 경우 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은 회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계약수익 금액을 공개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계약은 직전 회계연도 매출액의 5% 이상인 원가를 기준으로 투입법을 적용한 건설계약이 해당된다. 투입법은 공사 투입 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진행률에 따라 공사 수익을 회계 장부에 인식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올해 1분기 보고서부터 강화된 회계기준이 적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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