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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산업 황사①] 철강사, '구조조정' 외로운 승부...정부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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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산업 황사①] 철강사, '구조조정' 외로운 승부...정부 지원 절실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6.06.0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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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던 주력 업종들이 중국 기업의 무차별 공습에 휘청거리고 있다. 철강, 자동차, 디스플레이, 전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황사'가 덮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기업의 과잉생산으로 무한 가격 경쟁에 내몰리거나,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으로 선두 기업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외칠 정도로 위기에 몰린 국내 산업계의 돌파구는 무엇인지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1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철강분야 공급과잉과 구조조정’을 주제로 고위급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미국 일본 한국 등 OECD 회원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비회원국도 대거 대표단을 파견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작년까지 철강위원회에 과장급 직원을 파견한 한국은 올해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직접 포스코(대표 권오준), 현대제철(대표 우유철) 등 철강사 대표를 이끌고 단장으로 참석했다.

OECD는 이날 각국 정부 대표 간 원탁토론을 통해 공급과잉 해소 방안을 담은 ‘코뮈니케(선언문)’ 채택을 시도했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유럽 국가 간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전세계 대표들이 모인 국제회의에서도 중국의 철강 수출을 억제할 이렇다 할 대책마련에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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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한국철강협회


중국의 지난해 조강생산량은 8억2천만 톤. 전세계 조강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중국 내 건설경기 침체로 조강 수출량이 계속 늘면서 시장 가격을 교란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 2013년 연간 수출량은 5천300만 톤이었으나 2014년에는 9천300만 톤, 지난해에는 1억1천928만 톤으로 늘었다.

중국의 수출량은 전체 조강생산량의 10%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것만 해도 세계 2위인 일본의 철강생산량을 웃도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문제는 중국의 철강소비량이 현재 8억 톤 수준에서 2030년 6억 톤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내수로 소비하지 못한 2억톤 이상의 물량이 해외시장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공급과잉은 전세계 철강업계는 물론 우리나라 철강업계도 궁지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수입 철강재의 국내 내수시장 잠식비율은 40%에 육박했다. 한국철강협회의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품목별 수입재의 시장점유율은 선재 55.3%, H형강 47.2%, 봉강 43.0%, 핫코일 42.3% 등에 달한다. 이 중 중국산 비중은 품목별로 20%~40%를 넘나들고 있다. 

부적합 철강재를 수입할 경우 건설업자 뿐만 아니라 수입업체, 유통업체까지 처벌가능토록 법이 개정되어도,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해도 중국산 철강 수입은 줄어들 줄을 모른다. 

이로 인해 철강재 국제 가격은 10년 전 가격대에 머물러 있고 국내 철강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중이다.

전기로 제철소를 가동중단하고 냉연단압밀로 돌아온 동부제철은 산업은행이 새주인이 됐으며, 매각되어야 할 처지다. 포스코는 지난해 사상 첫 당기순손실을 내며 계열사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중국발 위협, 선제적 구조조정 통해 극복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조선업계와 달리, 국내 철강업계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추진안에 철강업계도 포함돼 있지만 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자율적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철강업계는 시장 자율적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있는 분야는 대형화, 전문화 시키고 노후시설은 감산, 폐쇄를 추진해왔다. 

현대제철(대표 우유철)과 동국제강(대표 장세욱)은 대형화를 통해 위기극복에 나선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5년 2월 동부특수강, 그해 6월 SPP율촌, 7월에는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했다. 또 100만톤 급의 당진 특수강 공장을 올해 4월 신규 투자하기도 했다. 동국제강은 오랜 역사의 냉연도금업체인 유니온스틸을 지난 2015년 1월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세아베스틸(대표 윤기수, 이태성)은 2015년 3월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면서 전문 특수강업체로써의 입지를 강화했다.

철강사들은 감산에도 적극 나섰다. 포스코(대표 권오준)가 지난 2015년 3월 연산 180만 톤 급의 광양 전기로 공장을 가동중단했고, 같은  해 11월 현대제철은 연산 75만 톤 규모의 포항 전기로 공장을 폐쇄했다. 동부제철(대표 김창수)은 지난 2014년 12월 연산 300만 톤 규모의 당진 전기로 공장을 가동중단했고, 동국제강은 지난 2012년 5월 연산 100만 톤 짜리 후판 1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 2015년 8월에는 연산 180만 톤 규모의 2공장도 폐쇄했다. 

포스코의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인 월드 프리미엄(WP) 판매 비중을 높이며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저가제품 시장경쟁을 피하고 고급강 시장에서 앞서겠다는 전략은 주효했다. 포스코의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은 10%를 상회했는데 이는 WP 제품 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WP 제품 판매비중은 전체의 38.4%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의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올해 WP 판매비중을 48.5%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같은 자발적 사업개편에 힘입어 국내 철강업체들의 실적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정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주요 철강업계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5.3%, 2014년 6.2%, 2015년 7.5%로 높아지고 있으며, 이자보상배율도 2013년 3.5배에서, 2014년 2.6배, 2015년 4.3배로 개선 중이다. 차입금 상환 및 자본증가로 부채비율은 2013년 62.4%에서 2014년 57.8%, 2015년 50.2%로 낮아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수입 철강제 보호무역 강화조치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일본은 중국산 철강재에 비교적 덜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는 중국산 수입 철강에 대한 강력한 무역규제 조치 때문이다. 또 철강이 다양한 경로로 수입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상사에 의해 수입이 통제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입재에 안방을 내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만큼 정부의 과감한 철강산업 보호정책이 필요하다"며 "무분별하게 수입이 이뤄지는 유통구조를 막기 위해 일본의 상사 중심으로 한 수입구조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이 최근 시행하고 있는 강도높은 수입감시제도 도입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0년 5월 15일까지 시행되는 이 제도는 EU 수입업체들이 철강제품을 수입할 때 물량과 금액을 써넣은 감시서류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감시 제도를 통해 모은 통계 자료는 EU가 나중에 무역구제조치를 취할 때 근거로 사용할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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