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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설계만 하면 안전하다고?...건설사들 비용이유로 내진용 철근사용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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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설계만 하면 안전하다고?...건설사들 비용이유로 내진용 철근사용 기피
  • 김정래 기자 kjl@csnews.co.kr
  • 승인 2018.01.05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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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경주 지역의 지진 여파로 건축물 내진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법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내진설계를 하고는 있지만 시공과정에서 내진용 철강재 사용에는 소극적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건설사들은 건축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내진용 철근 사용을 기피하고 있지만, 철강업체들은 가격차이가 별로 없다고 반박했다. 

포스코(회장 권오준)와 현대제철(부회장 우유철), 동국제강(부회장 장세욱)은 그간 연구개발을 통해 형강·철근·후판·강관 등 각 분야 내진용 철강재를 선보였다. 

포스코는 지난 1995년 SN강재 상용화를 시작으로 TMCP강, HSA강 등을 개발한 이후, 현재 후판 등 내진용 철강재 공급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내진용 전문 철강재 ‘H CORE’는 지진의 충격을 흡수해 지각의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성능을 지닌 제품으로, 일반강재 대비 높은 에너지 흡수력·충격인성·용접성 등의 특성을 지녀 건축물에 적용할 경우 외부 충격으로부터 거주자의 안전도를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

동국제강 역시 SHN과 내진용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SD600S급 내진용 철근에 대한 KS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SD600S급 제품의 항복강도는 600㎫(메가파스칼) 이상이다.

이 같이 내진용 철강재의 높은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건설 등 수요업계는 비싼 가격을 이유로 내진용 철강재 사용을 꺼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32평형 아파트 한 채 당 내진용 철근을 쓰면 원가가 50~60만 원 정도 더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높은 가격으로 인해 내진용 철근 사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내진용 철근 가격과 일반 철근 가격차가 큰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철근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고, 이 달부터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모두 철근 가격을 톤당 3만 원 인상키로 결정해 철근 가격이 톤당 70만 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내진용 철근을 일반 철근과 동일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혀, 비싼 가격때문이라는 건설업계의 해명은 더욱 옹색해졌다.   

현대제철 관계자에 따르면 “판매량 증가를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H CORE’ 철근 가격을 일반 철근과 동일하게 책정해 공급하고 있다”며 “포항, 경주 지역의 지진 여파로 인한 일회성이 아닌 제품 생산 초기부터 시행해온 정책이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H CORE’ 철근을 일반 철근과 동일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실제로 그런지 알아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철강업계는, 건설 등 수요업계가 내진용 철강재를 외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로 철강재 공급업체 변경에 대한 보수적인 자세와 내진 관련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일본은 건물을 지을 때 건축구조용 강재만 사용할 수 있으며, 미국은 구조엔지니어가 강재를 선정할 때 내진 성능을 확보한 건축구조용 강재를 필수적으로 적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내진설계 건축물 대상을 늘리는 추세로만 개정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경주지진 이후, 내진 설계 의무화 대상 건축물 범위를 지난해 12월부터 2층 또는 200㎡ 이상 모든 건축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도 일본, 미국과 같은 내진용 철강재 강재 사용 법안은 쏙 빠진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가격을 이유로 건설사들이 내진용 철강재를 꺼려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더이상 대한민국이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 내진용 철강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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