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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규정⑩ ] '질소과자' 난리쳐도 꿈쩍않는 환경부 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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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규정⑩ ] '질소과자' 난리쳐도 꿈쩍않는 환경부 고시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18.07.03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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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 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마트에서 산 오리온 포카칩을 뜯고 깜짝 놀랐다고. 과자를 넣는 과정에 오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양이 적었기 때문. 이 씨는 "예전에도 양은 적었지만 오랜만에 사서 보니 정말 충격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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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온의 포카칩

# 부산시 진구 동평로에 사는 우 모(남)씨는 슈퍼에서 과자를 몇 봉지 샀다. 그중 해태제과의 '와사비프맛 감자칩'의 봉지를 연 순간 '헉'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용물이 봉투의 4분의 1밖에 들어있지 않았다고. 우 씨는 "아무리 과자의 부서짐을 예방하기 위해 진공포장 했다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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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태제과의 와사비프맛 감자칩.

# 경기도 평택시 동삭로에 사는 이 모(여)씨는 롯데제과의 스낵을 여러개 구매해 확인해봤는데, 과자 과대 포장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씨는 롯데제과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놓은 ‘골든 브라우닝’과 빼빼로을 뜯어 확인해보니 내용물이 포장의 30%도 채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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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제과의 빼빼로와 골든 브라우닝 등 과자 포장 상태 확인 모습.


과자 과대 포장에대한 소비자 논란이 거세다. 빵빵한 봉지, 두툼한 상자를 열어 보면 내용물은 빈약하고 빈 공간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질소 과자 논란이 불거지자 업계에서는 내용물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포장방법이라며 ‘과대 포장’이라는 질책에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 세계과자점 등으로 해외 브랜드 제과를 소비자들도 손쉽게 접하면서 국산 과자의 과대 포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유사한 성질인데도 외국산 제과는 포장이 간소하고 내용물이 가득한 반면 국내 과자는 포장만 번지르르하고 내용이 적다는 불만이다.

결국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등은 앞 다투어 포장 개선에 나섰다.

특히 감자칩이 과대 포장의 표적이 되자 업계 1위인 오리온은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중량은 늘리고 포장은 단순화하면서 빈 공간을 줄여 나간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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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온은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통해 감자칩 중량은 늘리고 포장을 줄여 빈 공간을 25%로 최소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감자칩의 경우 봉투에 가득 담긴 상태로 포장되지만 유통 과정 중 일부 바스라지면서 봉투 아래로 꺼지다 보니 빈공간이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정상 봉투에 담을 때는 포장 공간 비율을 규정보다 강화한 25% 이하로 맞춰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4년째 소비자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많은 제품들이 트레이 등 박스에 담고 다시 2중, 3중 포장하고 있어 개봉 후 소비자들이 느끼는 과대포장의 체감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 '환경부의 포장기준’이 과대 포장 빌미 지적...개선 필요

과자 과대 포장을 개선하려면 포장 기준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제과류는 환경부에서 고시한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따른다. 제과류의 포장 방법 기준은 포장공간비율은 20% 이하, 포장 횟수는 2차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부스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1차 포장에 공기를 주입한 경우의 포장공간비율은 35% 이하다.

문제는 예외사항에 있다.

제품의 특성상 1개씩 낱개로 포장한 후 여러 개를 함께 포장하는 단위제품의 경우 낱개의 제품포장은 포장공간비율 및 포장 횟수의 적용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부스러짐 방지 및 자동화를 위해 받침접시를 사용하는 경우 역시 포장 횟수에서 제외한다.

현행법상 최종 포장과 바로 전 포장에 대한 비율만 정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포장을 다단화해 과대 포장의 근거를 마련해도 이를 제재할 수가 없다. 3차, 4차 포장에 대한 기준은 없어 과대 포장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실제로 과자 한 상자를 사서 받침접시(트레이)를 빼고 비닐 포장을 제거하고 나면 내용물이 기대와 달리 터무니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환경부에서는 포장에 대한 전반적인 규정을 검토해서 과대포장 관련 문제점이 있다면 검토해서 개선해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지난 5월 10일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며 “과대포장 관련 전반적인 규정을 검토해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과자 포장 기준도 문제가 있다면 검토해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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