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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 과자' 면죄부 주는 환경부…과자 과대포장 추가 규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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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 과자' 면죄부 주는 환경부…과자 과대포장 추가 규제 어렵다?
소비자 "기만 행위" 불만, 업계 "포장공간 비율 준수"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11.0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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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류 과대포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줄지 않고 있다. 업체들이 한 줌 밖에 안 되는 과자량을 빵빵한 포장지로 가려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포장지 크기와 부피를 보고  과자가 많이 들어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제품을 구입한다. 그러나 막상 포장지를 뜯어보면 과도한 질소와 완충재 뿐, 내용물은 쥐꼬리 수준이다.

과자보다 질소가 많다는 조롱과 함께 '질소 과자'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환경부가 고시하는 포장공간 비율을 준수한다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과대포장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를 뜻하는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률'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다. 과자값 인상은 하지 않고 제품 중량을 줄이면서 과대포장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 서울 용산구에 사는 서 모(여)씨는 이달 1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2000원을 주고 오리온 '눈을감자'를 구매했다. 1000원대인 다른 봉지과자들보다 가격이 비싼 데다 포장지도 크고 빵빵해 넉넉한 양을 기대했다. 하지만 포장지를 뜯어 보니 과자량은 한 줌도 되지 않았다는 게 서 씨의 주장이다. 서 씨는 "과자가 포장지 바닥에 붙어 있는 수준이었다. 소비자 기만이라는 생각만 든다"라고 어이없어 했다.

#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김 모(남)씨도 과자 과대포장을 지적하는 소비자 중 한 명이다. 올해 4월 마트에서 대용량 지퍼백으로 나온 농심 '포스틱'을 구매했는데 막상 포장지를 뜯어보니 내용물이 포장지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김 씨는 "내용량이 적정량에 못 미치는 것은 둘째 치고 업체들이 불필요한 포장재를 사용해 환경오염이 가속화되는 것 같다. 개선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농심 '포스틱'(왼쪽)과 오리온 '눈을감자'
▲농심 '포스틱'(왼쪽)과 오리온 '눈을감자'

갑과자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갑과자는 통상 종이박스 안에 종이·플라스틱 트레이(받침 접시) 또는 개별 비닐포장으로 내용물을 포장하고 있다. 1차 포장으로만 비교하면 빈약한 내용물에 비해 빈 공간이 지나치게 많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박스 크기를 보고 꽉찬 내용물을 기대하지만 막상 뜯어보면 겹겹히 포장뿐이다. 낱개 포장을 모두 제거하고 겉포장인 종이박스와 크기 비교를 하면 내용물이 터무니 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광주광역시 북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올해 6월 마트에서 구매한 오리온 '초코칩 쿠키'가 과대포장이라고 지적했다. 초코칩 쿠키는 종이 상자 안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사용해 과자를 포장하고 있다. 김 씨는 "트레이에 담긴 쿠키의 양이 4분의 3밖에 안 된다"고 분개했다.

부산광역시 사상구에 사는 이 모(남)씨도 올해 3월 롯데제과 '하비스트 오리지널'을 마트에서 구매했는데 내용물이 종이박스의 3분의2에 불과했다며 과자업체들이 꼼수를 쓰는 것 같다고 항의했다. 하비스트 오리지널은 길쭉한 종이상자와 비닐포장을 사용하고 있다.
 

▲오리온 '초코칩 쿠키'(왼쪽)과 롯데제과 하비스트 오리지널
▲오리온 '초코칩 쿠키'(왼쪽)과 롯데제과 하비스트 오리지널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과자에 비해 포장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낱개로 포장한 제품이 친환경 소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문제삼을 수 없다. 환경부가 고시하는 제품포장규칙 제4조 제2항에 따른 포장공간 비율을 기업들이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제과류 포장 기준은 포장공간 비율 20% 이하, 포장 횟수는 2차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1차 포장에 공기를 주입한 봉지과자는 포장공간 비율이 35% 이하다.

한 개씩 낱개로 포장하고 여러 개를 함께 포장하는 단위 제품의 낱개 제품포장은 포장공간 비율과 포장 횟수 적용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완충재 역할을 하는 트레이나 종이 고정 박스 등도 포장 횟수에서 제외된다.

과자업계는 포장공간 비율을 지켜 제품을 출시한다고 공통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통 중 내용물이 부서지고 침체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만나보는 일부 제품은 빈 공간이 커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질소 포장 스낵은 관련 기준이 35%로 공간비율이 넉넉하지 않다. 스낵 포장공정상 포스틱처럼 길이가 긴 형태의 스낵들은 포장 마무리 단계에 포장 기계에 찝혀 불량품이 나와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포장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품질 안정성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갑과자의 경우 부드러운 쿠키류가 주를 이루다보니 유통 과정에서 부서지거나 찌그러지는 경우가 흔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완충재로 질소·추가 포장재 등을 상당한 비용을 들여 사용하고 있으며 포장공간에 대한 법 규정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도 "과자 제품 모두 법 기준을 충족하고 있고, 출시 전 외부 공인기관에 의뢰해 포장공간 비율에 대한 검사성적표도 받고 있다. 또한 빈 공간 비율을 줄이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상품 패키지를 다운사이징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을 올리면 소비가 감소할 것을 의식, 제품 용량을 은근슬쩍 줄였다는 뉴스를 오래 전부터 심심치 않게 접해왔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제 외국 사례와 시장 조사, 사회적 합의 등으로 현재 기준을 마련한 이상 더 이상의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행 기준은 시중 판매되는 제품들을 전수조사해 한계점을 설정한 것으로 개선이 불가하다고 볼 수 있다. 법에 의해 정해진 측정 방법과 측정기관, 검사기간 등을 거쳐 확인 후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과자 과대 포장에 대한 지적이 수년 간 이어지며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소비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환경부에서 1차 포장과 실제 내용물 간 공간 비율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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