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새 차 도색 불량, 보상 없이 재도색만? 광주시 산월동에 사는 최 모(남)씨는 올해 4월 링컨 컨티넨탈을 구매했다. 최 씨는 차량 출고 후 운행 일주일째에 차량 곳곳에서 미세하지만 육안으로 확연히 식별이 가능한 도색불량 흔적을 발견했다. 최 씨는 “차체 3군데에서 미세한 도색불량 흔적을 발견하고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했다”면서 “업체측은 재도색을 해준다고 하지만 새차에 흠집이 나 있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거나 차를 교환하고 싶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신차에 흠집, 붓 펜으로 몰래 눈속임 전남 영광군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 6월 중순 르노삼성 SM5를 신차로 구매했다. 구매 다음날 운전석 문짝 밑에 흠집이 나있었고 그곳에 흰색 붓 팬으로 칠을 한 흔적이 발견됐다. 박 씨가 담당 판매 사원에게 사실을 알렸지만 “전시차를 가지고 와서 흠집이 난 것 같다”는 답변 뿐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박 씨는 “아무리 전시차라고 해도 사전에 아무런 고지 없이 흠집이 난 차를 붓 펜으로 칠해 판매를 한 방식 자체가 너무 어이가 없다”고 불쾌해했다.
# 새 차 흠집, 붓 펜으로 덧칠해 판매 안성시에 사는 이 모(남)씨는 올해 4월 BMW X4 M 모델을 구매했다. 차량 출고 후 처음으로 손수 세차를 하던 중 운전석 뒷문 안쪽에서 작은 흠집을 발견했다. 이 씨는 “분명 신차를 구매했는데 운전석 뒷문 안쪽에 붓 펜으로 칠한 부분을 발견했다”면서 “흠집 있는 차를 아무 고지도 없이 살짝 칠만해서 가려 놓고 판매를 해도 되는 것이냐”며 황당해했다.
# 새 차에 부식 흔적, 프리미엄 모델 맞아? 제천시 신백동에 사는 오 모(남)씨는 지난 6월 제네시스 신차를 출고했다. 이후 세차를 하다 차량에서 부식 흔적을 발견했다. 오 씨는 차량 안쪽이 전부 마감 안 된 상태로 출고가 됐다고 주장했다. 오 씨는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광고하고 있는 제네시스 신차를 샀는데, 허술한 공정에 매우 기분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새로 구매한 새 차에서 흠집이나 부식 흔적 등이 발견됐다는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영업사원이 이런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8조의2에 따르면 제작사나 판매자는 자동차를 판매할 때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을 구매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공장 출고 후 인도 전까지 어떤 수리 과정을 거쳤는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도 차량 인도 시 이미 하자가 있는 경우(탁송과정 중 발생한 차량하자 포함) 보상 또는 무상수리, 차량교환, 구입가 환급을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단 판금, 도장 등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하자인 경우에는 차량 인수 후 7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신차 상태에 대한 구매자 고지와 교환/ 환불 관련 규정>
- 자동차관리법 제8조 :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여부와
상태 등을 구매자에게 고지
- 소비자분쟁해결기준 : 차량 인도 시 이미 하자가 있는 경우 보상, 무상수리, 교환/환불.
(판금, 도장 등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하자는 인수 후 7일 이내에 이의 제기)
- 자동차관리법 제8조 :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여부와
상태 등을 구매자에게 고지
- 소비자분쟁해결기준 : 차량 인도 시 이미 하자가 있는 경우 보상, 무상수리, 교환/환불.
(판금, 도장 등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하자는 인수 후 7일 이내에 이의 제기)
<규정 속 허점>
실제 현장에서는 수리 이력 등 차량 상태에 대한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뒤늦게 발견해도 보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음
실제 현장에서는 수리 이력 등 차량 상태에 대한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뒤늦게 발견해도 보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음
하지만 실제 판매 현장에서는 이 같은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다. 수리 이력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안내하지 않고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태반이며 보상을 받는 사례도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새 차 하자와 관련된 민원을 줄이기 위해 불명확한 ‘새 차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새 차에 대한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자동차 제조사는 ‘소비자 인도 시점’을 새 차의 기준으로 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공장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생산 후 점검이 끝난 상태로 출고가 되기에 운반이나 보관 중에 생기는 문제는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도전에 흠집이나 파손 등으로 수리를 한 차량을 중고품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 “신차에 대한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 업체와 소비자간의 분란을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아가 업체들은 법으로 정한 고지 의무를 잘 따르고, 소비자와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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