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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갑질 보고서⑤] 고통 받는 감정노동자...폭언·성희롱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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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갑질 보고서⑤] 고통 받는 감정노동자...폭언·성희롱 악순환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8.11.21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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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게 분명 ‘소비자(고객)는 왕’이다. 하지만 왕으로서의 권리라고 착각하는 행태의 도 넘은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소위 블랙컨슈머라고 불리는 행태는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업종을 망라하고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갑질은 결국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여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권리주장을 위해 했던 행동이 뜻하지 않게 '갑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반성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갑질 행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등 유통서비스업에서 일을 해온 김 모(여)씨는 고객서비스센터 근무를 4년여쯤 했을 무렵 문제에 봉착했다. 매일 수십 명의 고객을 상대하면서 폭언을 듣고 무조건 참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주 불안감이 닥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통증을 느끼게 된 것. 결국 회사를 그만뒀지만 이후에도 대인기피증 등 증상이 쉽게 낫지 않아 은둔형 외톨이처럼 집에서만 1년 넘게 생활해야 했다.

인터넷몰의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박 모(여)씨는 한 남성 소비자가 요구하는 환불을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가 “못 배운 년이 건방지게...평생 거기 앉아 전화나 받아라”는 막말에 모멸감을 느껴야했다. 2만 원짜리 생활용품을 사용하던 중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반품을 요청한 것인데 고객 정보에 뜬 직업은 변호사였다.

10년 동안 유통매장에서 의류 판매업을 해온 이 모(여)씨는 어느 순간부터 손님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 씨가 생각하기에 말도 안 되는 일로 손님이 시비를 걸어오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불안 초초해 진다. 그럴 때마다 화장실에서 안정제를 먹고 한참 앉아 있는 것으로 고비를 넘겼다고. 결국 이 씨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콜센터 상담직원을 상대로 하루에 평균 5시간씩 5일 동안 전화로 욕설 및 폭언을 퍼부은 인물이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센터 직원들 중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졸도하고 병원에 입원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위 블랙컨슈머로 불리는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펼치는 도 넘는 갑질은 수많은 감정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권에 피해를 끼친다.

납득하기 힘든 일부 소비자의 갑질 행태가 널리 알려지면서  감정노동자들에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18일부터 노동자가 고객 응대 과정에서 폭언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장애 예방을 위한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됐다.

자신의 무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을 때 일선 직원을 상대로 스트레스를 푸는 무차별적이고 공격적 행위는 업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감정노동자 3명 중 2명이 '지난 1년간 고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콜센터 직원 등 고객 응대 접점이 많은  감정노동자는 7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40%에 해당되는 규모다.

감정노동의 강도가 가장 센 직업은 ▶텔레마케터이고 ▶호텔 직원 ▶네일아티스트 ▶중독치료사 등의 순으로 알려졌다. 특히 텔레마터케의 85%는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야 이 XX야” 등 직설적 폭언을 비롯해 “쪽쪽 소리내봐”, “잘 좀 해 달라” 등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교묘한 표현들이 감정노동자들을 괴롭힌다. 통신사의 한 상담원은 "요금 체납으로 안내전화를 했는데 상담시간 동안 줄곧 대답 대신 성관계를 연상케 하는 신음소리만 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본인의 감정을 숨기고 서비스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우울한 상태인 '스마일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처받은 감정노동자들의 상처와 고충은 결국 다시 마주쳐야 하는 소비자에게 반영되기 마련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컨슈머들의 의식 개선이 절실하다”라며 “이런 정신적 상처가 큰 경우 감정노동자들이 민감해져  정상적인 소비자들과의 소통에서도 오해가 발생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대카드는 2012년 2월부터 고객이 콜센터로 전화해 성희롱, 폭언 등을 하면 세 차례 경고 후 상담을 중단하는 단선조치를 시행 중인데 고객만족도가 39%에서 60%로 높아졌다. 감정노동자 보호제도가 활성화되면서 고객만족도가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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