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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갑질 보고서⑦] 참다 못한 기업들 공개대응 나서...소송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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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갑질 보고서⑦] 참다 못한 기업들 공개대응 나서...소송도 불사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8.11.28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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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게 분명 ‘소비자(고객)는 왕’이다. 하지만 왕으로서의 권리라고 착각하는 행태의 도 넘은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소위 블랙컨슈머라고 불리는 행태는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업종을 망라하고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갑질은 결국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여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권리주장을 위해 했던 행동이 뜻하지 않게 '갑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반성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갑질 행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소비자 여러분의 믿음과 안심을 위해 분유 이물질 루머에 강력 대응하겠습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발생한 분유 이물질(2.4cm 길이 코털 및 코딱지 추정) 논란에 대해 남양유업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입장문이다. 남양유업은 이에 그치지 않고 11월 20일 기자단을 불러 모아 분유를 제조하는 세종공장 견학 행사를 진행했다.

여론몰이를 통해 논란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경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소비자의 말을 들어주던 과거의 대응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간 유아용품과 관련한 업체의 경우 기업이 소비자와 싸우면 모양새가 좋지 않아 회사 이미지가 부정적이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식품 업체들도 대부분 블랙컨슈머에 관대한 편이었다. 이물질은 정확한 혼입 이유를 알기 어려운 데다가 이슈화되면 일단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비방에는 할 말을 하겠다"...기업 대응 달라져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덮기에 급급했던 기업들의 자세가 달라지고 있다.

블랙컨슈머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 전인 200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업체들이 일부 소비자들의 악성 민원을 원만하게 푼다는 명목으로 서둘러 금전적 보상을 해주기 일쑤였다. 일부 소비자가 폭언과 성희롱 등 언어폭력을 행사하더라도 고객이라는 이유로 직원들은 참아야만 했고, 콜센터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블랙컨슈머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달라지고, 사내 직원 역시 고객만큼 중요하다는 의식들이 생겨나면서 업체들의 대응법도 달라지고 있다.  

2014년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아메리카노가 쏟아지는 바람에 4세 아이가 화상을 입는 일이 있었다. 당시 아이 엄마가 온라인에 ‘스타벅스에서 대응을 하지 않고 주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기만 했다며 억울하다’는 호소문을 올려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당시 스타벅스는 CCTV를 공개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CCTV는 엄마가 아이를 방치해 일어난 사고임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여론은 갑질 소비자의 자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단번에 뒤집혔다.

소비자 일탈행위에 강력대응 불사

고소·고발 등 더욱 강력한 조치에 나서는 곳도 있다.

SK텔레콤은 고객이 상담원에게 폭언 등을 할 경우 전화상으로 1차 경고를 하고 등록된 주소지로 내용증명을 발송해 고소·고발 조치를 취한다. KT의 콜센터 자회사인 케이티스(KTIS)는 협박, 폭언, 성희롱 등을 하는 고객에게 1단계로 경고하고 팀장이나 관리자급이 삼진아웃제에 대해 설명한 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들어간다.

고의적이거나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고객은 EC(Extra Care)로 정의하고 유형에 따라 ▲난폭 언행형 ▲업무 방해형 ▲사실 왜곡형으로 나눠 관리한다. 이들이 상담을 해오면 상담원에게는 전상상으로 팝업을 통해 주의가 당부된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서비스센터 및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이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폭언 등 갑질 행위를 하면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 노트7 리콜을 발표한 뒤 고장을 허위 신고하는 블랙컨슈머들로 몸살을 앓았다. 전자레인지에 스마트폰을 넣은 뒤 폭발됐다며 1인 시위에 나서 ‘휴대폰 환불남’으로 불렸던 사례는 유명하다. 이후부터 삼성전자는 무조건 제품 수거 후 원인 규명에 나서고 있다.

항공·여행업계는 아직도 눈치보기 바빠 

그럼에도 악성 소비자에 여전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많다. 서비스경쟁이 치열한 항공·여행업이 대표적인 업종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수하물 수속, 탑승 수속 카운터에서는 특별한 고객 대응 매뉴얼은 없는 상태다. 문제가 생기면 담당 매니저를 호출하는 게 전부다.

하나투어 역시 갑질 고객 대응 매뉴얼은 갖춰져 있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홈페이지 이용후기에 욕설 및 개인 정보 유출을 하는 일부 고객이 있어 대응 매뉴얼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고 민원제기도 많은 업종이지만 일부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에는 아직까지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상담원들에게 소비자의 돌발행동에 대한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쌍용차도 블랙컨슈머 대응 매뉴얼은 없다. 판매 상위 수입차 업체인 메르세데스 벤츠나 토요타 등도 아직까지는 대응 매뉴얼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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