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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공채 아니면 임원 못 다나?...연구직 외엔 내부출신이 경영진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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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공채 아니면 임원 못 다나?...연구직 외엔 내부출신이 경영진 '독식'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9.01.25 07: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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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오너가 없는 지배구조와 독특한 기업문화로 주목을 받고 있는 유한양행이 임원 구성에서도 폐쇄성을 드러내고 있다.

등기 및 미등기 임원 17명 가운데 외부 영입 인사는 단 3명에 그치고 나머지 14명은 전부 유한양행 공채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영입은 중앙연구소 임원으로 한정됐고 요직은 전부 내부인사들이 꿰차고 있다.

또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가 1969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선임된 최고경영자(CEO) 10명 가운데 외부영입은 단 1명에 불과하고 1985년 이후로는 공채출신이 번갈아가며 회사를 이끌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외이사와 감사를 포함한 유한양행 임원은 총 17명이고 이중 82.4%에 달하는 14명이 공채 출신이다.

등기임원 6명은 전원 1980년대에 유한양행에 입사한 공채출신으로 채워졌다. 미등기임원 11명 중에서도 중앙연구소 임원 3명 외에는 모두 내부인사다. 연구부서 외에는 외부영입 인사들에게 임원자리를 전혀 내주지 않을 정도로 인력운용이 폐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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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이정희 사장은 1978년 영남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2012년 부사장에 올랐고 2015년 3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부사장급인 조욱제 약품사업본부장과 박종현 기획관리본부장, 전무급인 김상철 약품지원부문장과 이영래 생산본부장, 이병만 경영관리부문장 등 등기임원들도 모두 1980년대 중반에 유한양행에 입사한 인물들이다.

미등기 임원 중에서도 전무 3명 중 최순규 중앙연구소장을 제외한 사철기 개발실장, 김재교 전략기획부문장이 공채 입사자다.

이 외에 상무급인 김은식 푸드&헬스 사업부문장, 김성수 일반병원 사업부문장, 유재천 종합병원 사업부문장, 정동균 마케팅부문장, 박남진 해외사업부문장 등이 내부 승진으로 임원이 된 인사다.

최순규 중앙연구소장은 하버드 대학원을 마치고 미국에서 체류하며 바이엘 헬스케어 파마슈티컬, PTC 테라퓨틱스 등에서 근무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녹십자 종합연구소 신약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17년 6월 유한양행 연구소장으로 영입됐고 지난해 4월 전무로 승진했다.

최 소장과 함께 중앙연구소의 오세웅 부소장과 임효영 임상담당도 외부영입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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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직을 제외한 임원진이 내부출신으로만 꾸려지다보니 대표이사 역시 외부에는 문을 닫아 걸고 있다.

고 유일한 박사 이후로 취임한 10명의 CEO 가운데 외부영입 케이스는 단 1명 뿐이다. 대표이사의 내부 승진 비중이 무려 90%에 달한다.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 조사결과 30대 그룹 CEO들의 내부 승진 비중이 51.8%에 그치는 것에 비해 유난히 외부영입에 인색한 셈이다.

1978년 조권순 사장 보좌역으로 영입돼 이듬해 CEO를 맡게 된 박춘거 사장이 임기를 마친 1985년 이후로는 유한양행 공채출신들로만 대표이사 자리가 채워졌다. 

유한양행은 등기임원 5명과 사외이사, 감사 등이 포함된 이사회가 다음 경영진을 결정하는데 임원진 자체가 내부출신으로만 구성돼 있다보니 대표이사도 내부에서만 기용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경쟁 제약사와 비교하면 유한양행의 순혈주의는 더욱 도드라진다.

종근당은 CEO인 김영주 사장이 스미스클라인비참, 릴리, 노바티스에서 영업·마케팅을 총괄했고 머크세로노 대표를 지낸 외부 영입 인사다. 동아에스티의 엄대식 사장도 한국오츠카제약 회장 출신이다.

GC녹십자는 생산과 마케팅 부문 임원을 최성철·남궁현 상무 등 외부 인사가 맡고 있다. 한미약품은 품질관리, 마케팅, 신약임상 등 다양한 사업부에 경력 인사가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안국약품도 지난 21일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에서 연구소장을 지낸 김맹섭 부사장을 중앙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유한양행 임원의 순혈주의를 두고 업계에서는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내부 인재 등용 방침에 따라 직원들이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폐쇄성으로 인해 변화나 혁신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방어적인 경영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순혈주의로 인해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쳐 내부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4년~2018년 제약 빅4의 연간 평균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보면 유한양행은 6.6%로 경쟁사들에 비해 2%포인트 가까이 낮다.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8%대고, GC녹십자는 7.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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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도 순혈주의를 경계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과거 순혈주의로 유명했던 SK그룹은 2000년대 들어 내부에 만연해 있는 이기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순혈주의를 깨는 인사에 나섰다. 한화그룹도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임원인사에서 옥경석 (주)한화 사장,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 등 외부 출신 인사를 CEO로 발탁했다. 최근 4년 만에 지주체제를 공식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도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기 위해 순혈주의를 깨고 조직문화를 바꾸기로 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연구개발(R&D)이나 신 사업부문 등에서 외부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며 “현재 임원들이 과거 신입사원 공채부터 순서를 밟아 올라간 분들이다 보니 외부에 순혈주의로 비춰지는 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R&D부문의 경력직 직원 비중은 20~30%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R&D 부문은 신약 개발에 있어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보니 외부 인사 영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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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말이 2019-01-28 08:42:23
괜한 기삿거리 만들어볼라고 트집잡네

간호노무사 2019-01-25 09:18:12
외부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보다 내부에서 커온 사람들이 경영도 더 잘할거같은데 괜한 오지랖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