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기자수첩] 증권사, 디지털 혁신 외치면서 반복되는 접속장애 사고는 해결불가?
상태바
[기자수첩] 증권사, 디지털 혁신 외치면서 반복되는 접속장애 사고는 해결불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03.08 07:05
  • 댓글 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접속장애 사고가 발생했다. 주인공은 국내 대형 증권사 중 한 곳인 KB증권이다.

지난 달 28일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도중 오찬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투자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대거 매도가 이뤄졌다. 이때 거래가 몰린 증권사 MTS가 일시적으로 먹통이 됐다. 증권사 측에서는 장애 시간을 오후 3시10분부터 약 20분 간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그보다 20분 전이었던 2시50분 전후로 장애가 시작됐다며 항의하고 있다.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의 접속 장애사고는 매년 수차례 반복되는 연례 행사가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선물업계에 제기된 민원 분쟁건수는 1542건, 그 중에서 전산장애가 370건으로 가장 많았을 정도다.

사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부 이슈로 인해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 또는 매도를 하면서 거래량을 감당하지 못해 시스템 접속이 지연되는 것이다.

올해 KB증권에서 지난 1월과 2월 한 차례씩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 등 개인고객이 많은 대형 증권사에서 수차례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MTS에서 반복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최우선 순위로 대고객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 년 전 한 증권사에서 시작한 국내주식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현재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대다수 증권사에서 신규고객에게 기본 제공하고 있는 기본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미국, 일본 등 해외주식투자 수요가 많은 일부 국가에 대해서도 해외주식수수료도 받지 않기 시작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감소를 감수하면서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건 셈이다. 

증권사들은 주식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로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했다. 대부분 비대면 계좌 고객들이다.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그만큼 투자자들의 진입 문턱이 많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주식투자는 전문가들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던 과거 분위기와는 달리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대면 계좌 활성화가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투자자보호 측면에서는 여전히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비대면 채널로 고객은 다수 유치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서버관리나 서비스, 피해보상 등 소비자 보호 장치는 기술의 진보 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각 증권사마다 전산장애 또는 접속장애 발생시 보상 규정을 마련해놓고 이를 기준으로 피해 보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투자자들에게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접속장애가 발생한 HTS 또는 MTS 화면을 직접 캡쳐해서 증빙해야한다던가 오프라인 지점 또는 전화주문을 반드시 해야해서 주문기록을 남겨야하는 등 조건이 꽤나 복잡하다. 순간적으로 매수 또는 매도 타이밍을 놓쳐서 경황이 없는 투자자들이 침착하게 다른 거래수단을 찾아 거래를 하고 접속장애 화면을 증거물로 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01.png
피해보상 역시 주문시점 주가를 근거로 합리적 보상을 한다고 하지만 투자자에게 미친 평가손해액과 장애로 인해 허비한 시간과 같은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은 담겨있지 않다. 투자자들의 불신은 그 만큼 커지고 있다. 

디지털 혁신은 금융권에서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 됐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미 신규 계좌 중에서 비대면 계좌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HTS와 MTS를 통한 거래가 상당수를 차지할만큼 디지털화가 보편화 된 시장 중 하나다.

그러나 반복되는 접속장애와 같은 단순한 사고로 인해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매년 강조하고 있는 디지털 혁신은 겉모습만 화려한,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9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만세 2019-03-20 08:06:40
장애당일 .. 14시50분부터 16시00분 까지 고객센터 무지 전회했는데 영어로 씨부리고 뚝... 어찌라고요

바른말 2019-03-14 20:51:54
정말 kb증권사에서 빠져 나오고 싶네요.

꼬망이 2019-03-08 20:21:23
기자님! 피해자 대신 속 시원하게 진실을 기사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피해자들은 대기업에 비하면 작은 존재이지만 우리는 거짓에 맞서 싸울것이고 진실을 밝혀질것 입니다. 앞으로도 약자에게 귀 기울여 좋은기사 많이 써주세요. 우리 모두 화이팅 입니다!

영화이 2019-03-08 18:18:43
기자님 답답한 맘에 조금의 위로가 되었습니다. 추천합니다.

인천댁 2019-03-08 18:16:06
피해자의 심정을 잘~대변해준 기사네요!
피해보상 제대로 안된다면 끝까지 싸워봐야겠지요?!
힘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