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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 과자’라더니 송로버섯 함량 달랑 0.0003%...식품법 허점 노린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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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 과자’라더니 송로버섯 함량 달랑 0.0003%...식품법 허점 노린 꼼수
제품명에 쓴 원재료 함량 기준 없어
  • 정은영 기자 jey@csnews.co.kr
  • 승인 2026.03.09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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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체들이 고가의 식재료를 제품명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함량은 극소량이어서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제품명만 보면 해당 원재료가 주요 성분처럼 인식되지만 실제 함량은 극소량인 경우가 적지 않다.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는 원재료를 제품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을 뿐 함량 기준은 없다. 그렇다보니 극소량이 들어가도 제품명으로 광고해 소비자들을 부당하게 유인한다는 지적이다. 

9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트러플, 납작복숭아, 피스타치오, 샤인머스캣 등 값이 비싸거나 희귀한 원재료를 제품명으로 한 제품 17개를 조사한 결과 실제 함유량이 1%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트러플맛 과자 5종은 트러플 분말이나 추출물이 1% 미만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러플은 유럽에서 생산되는 송로버섯으로 재배가 되지 않으며 땅속에서만 자라 채취가 어려워 세계적으로 초고가 식재료로 손꼽힌다. 희소성과 가격대가 높은 원료여서  제품명에 ‘트러플’이 쓰이면 고급 원재료가 상당량 함유됐을 것으로 기대하기 쉽다.

해태제과의 '생생감자칩 트러플크림파스타맛'에는 송로버섯추출물 0.00265%, 건조송로버섯 0.0003%가 함유됐다. 사실상 향을 내는 수준의 원재료가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농심 '새우깡 블랙'의 경우 블랙트러플분말이 0.017% 함유됐다. 제품명에 '트러플'이 명시되진 않으나 제품 이미지에 트러플을 전면 배치하고 있다. 

최근 SNS 등을 통해 MZ세대에서 화제가 된 ‘납작복숭아’ 맛을 내세운 제품들 역시 실제 함유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서주 '납작복숭아젤리'는 납작복숭아농축액 0.44%로 1%가 되지 않았다. MDS '셰프M 젤리블리 납작복숭아'는 납작복숭아혼합농축액 0.45% 수준이다.

피스타치오 맛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우유의 '초코칩피스타치오크림빵'과 연세우유의 '피스타치오생크림빵'은 피스타치오 페이스트가 1%대 함유됐다. 배스킨라빈스의 '피스타치오 크림 모찌파이' 역시 피스타치오 페이스트가 1.9% 함유됐다.

◆ 최소 함량 규정 없어…표시 제도 보완 필요성 제기

문제는 트러플과 같은 향미 원재료에 대해 제품명 사용을 위한 최소 함량 기준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재료 중 일부를 제품명으로 사용할 때 실제 함량과의 괴리를 방지할 제도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원재료 함량에 대해 별도의 최소 기준이나 정량적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아 함량의 적정 수준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행 표시기준상 특정 성분을 제품명에 사용할 경우 함량을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몇 % 이상이어야 한다’는 정량적 기준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고시하는 '식품등의 표시 기준'의 세부표시기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식품 성분 중 하나를 제품명이나 제품명 일부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제품명으로 사용한 성분의 성분명과 함량을 포장지 주표시면(앞면)에 12포인트 이상의 글씨로 표시하면 된다.
 

▲(사진 왼쪽부터) 오뚜기 옛날국수 쌀소면, 샘표 쌀소면
▲(사진 왼쪽부터) 오뚜기 옛날국수 쌀소면, 샘표 쌀소면
실제 오뚜기 '옛날국수 쌀소면'은 쌀가루가 15% 들어 있다. 같은 쌀소면인 샘표 제품에는 쌀이 93% 함유된 것과 대조적이다. 함량 차이가 80%지만 동일하게 ‘쌀소면’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셈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밀가루 소면에 쌀 특유의 담백한 맛을 더하는 데에 초점을 둔 제품"이라며 "일반 소면보다 더욱 담백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제품명에 특정 원재료를 사용할 경우 일정 비율 이상을 함유하도록 최소 기준을 마련하거나 해당 원재료의 실제 함량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병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재료 함량은 식품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라며 "대신 소비자들이 함량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표시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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