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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사 우발채무 급증 '주목'...증권업계 "IB사업 위해 일정 수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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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사 우발채무 급증 '주목'...증권업계 "IB사업 위해 일정 수준 필요"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04.0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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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증권사들의 우발채무가 급증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과도한 우발채무는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투자은행(IB)으로서 일정 수준의 우발채무 발생은 필연적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에서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 1년 만에 우발채무 10조 원 증가...금감원 종합검사시 집중점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우발채무 규모는 전년 대비 10조1257억 원(36.1%) 증가한 38조1652억 원에 달했다. 우발채무는 사전적 의미로 '미래에 일정한 조건이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채무'로 불확정 채무라는 점에서 우발채무가 많으면 건전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과거 브로커리지 위주의 천수답 영업 비중이 높았을 때는 우발채무 문제가 큰 이슈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초대형 IB 도약을 위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본 확충이 시작되고 늘어난 자기자본을 활용해 증권사들이 IB영역 확장에 나서면서 우발채무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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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의 작년 말 우발채무 비중을 살펴보면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무려 193.8%에 달했고 하이투자증권(대표 김경규)도 102.1%를 기록하며 자기자본보다 우발채무가 더 많았다.

신한금융투자(96.4%), NH투자증권(95.9%), 한국투자증권(90.1%), KB증권(89.3%) 등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대형 증권사 상당수는 자기자본과 비슷한 규모의 우발채무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69.4%p)와 메리츠종금증권(50.7%p), 대신증권(41.6%p) 등은 전년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압도적으로 상승했다.

우발채무 비중이 가장 높았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전년 대비 자기자본은 약 800억 원 늘었지만 우발채무는 같은 기간 무려 1조8351억 원 늘어나면서 압도적으로 높은 우발채무 비중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IB부문에서 거두고 있을 정도로 IB 비중이 상당히 높다.

특히 우발채무 중 상당수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물량이라는 점도 우발채무 증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과거 부동산 PF는 건설사의 고유 영역이었으나 건설사들의 부채부담과 더불어 증권사들의 신규 사업 진출로 인해 주요 증권사들도 부동산 PF 영역에 진출하면서 증권업계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과거 저축은행 상당수가 건설경기 호황으로 인해 부동산 PF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집행했다가 부실채권 여파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도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급증하는 증권사의 우발채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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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급증하고 있는 우발채무에 금융당국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최근 발표한 '금융투자회사 중점검사 사항'을 통해 부동산금융 등 잠재리스크 관리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채무보증, PF대출 등 부동산금융 리스크관리의 적정성을 주요 검사항목에 포함시켰다.

최근 투자중개부문 실적위축 등에 따라 부동산금융, 파생결합증권 등 고위험·고수익 분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현재 국내 15개 증권사의 부동산PF를 포함한 우발채무 내용을 제출받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증권사들 "과도한 논란, 리스크 관리 강화하고 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발채무 증가 우려 목소리에 대해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과도한 논란이라는 입장이다. 우발채무 계정으로 잡히는 모든 금액이 채무라고 볼 수 없듯이 과도한 논란으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회계 측면에서 아주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위험 요소로 인지될 수 있으나 우발채무 자체가 채무가 아니고 그만큼 딜 초반부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우량 딜만 성사시킬 수 있다면 실제 채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측면도 반영돼야한다는 주장이다.

복수의 증권업계 종사자들은 증권사의 핵심 업무인 IB사업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우발채무비중이 높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완충력이 높은 대형사의 경우 풍부한 자금조달력과 잉여자본을 통해 위험관리가 일정부분 가능하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는 것.

A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우발채무를 줄이려면 간단하게 IB영업을 하지 않거나 아주 보수적인 거래만 성사시키고 브로커리지 같은 안전한 장사만 하면 그만이다"라며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우발채무는 일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최근 대형사 중심으로 IB딜이 늘어나면서 우발채무로 잡히는 금액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상품 구조도 착공 이전에 대출이 들어가 리스크가 많았던 저축은행 사태와 달리 최근 증권사 부동산 PF의 대부분은 착공 이후 대출이 진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위험도가 낮은 편"이라며 "최근 신용평가사에서 부실 위험에 대한 경고 시그널을 내보내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 신용평가 등급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쉽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발채무가 가장 많은 메리츠종금증권은 전체 우발채무 중에서 실질 우발채무 비중이 자기자본 총액을 하회하는 수준이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거래 대부분 리스크가 적은 선순위 대출로 진행하는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거래 검토회의'의 경우 주 2회 실시하는데 매주 검토되는 수 백여 건의 딜 중에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선별된 물량을 회의를 통해 검토 후 딜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무자와 그 자리에서 의견 교환을 통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지만 이전 단계에서 꼼꼼하게 리스크 체크를 하기 때문에 실제 채무로 이어지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신용평가사들도 증가세가 뚜렷한 증권사 우발채무에 대해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업계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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