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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약관 신고 ‘사후보고’ 전환...소비자권익 침해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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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약관 신고 ‘사후보고’ 전환...소비자권익 침해 가능성은?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20.01.03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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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의 약관 신고 절차가 ‘사후보고’로 전환됨에 따라 금융회사의 상품개발 자율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금융사의 사전적 책임이 완화되는 만큼 소비자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도 있어 사후 제재 강화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새해부터 금융상품의 개별 약관 제·개정 시 신고 절차가 기존의 ‘사전신고’에서 ‘사후보고’로 전환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은행법, 자본시장법, 저축은행법, 여전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소비자에 대한 금융서비스 적시 제공, 금융회사의 상품개발 자율성 확대 등을 위해 금융회사의 개별 약관 제정·개정 시 신고절차를 현재 ‘원칙 사전신고/예외 사후보고’에서 ‘원칙 사후보고/예외 사전신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영국 등 금융 선진국처럼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인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전환하려는 취지다.

금융위는 대통령령에 위임된 ‘예외적인 사전신고 대상’에 대한 4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2월 금융위 의결(4일)과 법제처 심사(16일), 차관회의 의결(20일)을 거쳐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에 대한 금융서비스 적시 제공, 금융회사의 자율성 확대 등 법률 개정 취지를 감안해 사전심사 대상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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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된 시행령 개정안은 예외적인 사전신고 대상에 관한 주요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은 △약관의 제정으로서 기존 금융서비스의 내용 등과 차별성이 있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이용자의 권리를 축소하거나 의무를 확대하기 위한 약관의 개정 △제도변경으로 현재 사후보고대상이 사전신고대상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예외적인 사전신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약관 제·개정 사전신고 원칙이 사후보고로 바뀌게 되면 금융사의 상품개발 자율성이 크게 확대되고 이에 따라 새로운 금융상품의 출시도 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최철 교수는 “약관 신고 절차의 사후보고 전환은 소비자의 권익 보호나 편리성 강화 효과 보다는 금융회사의 상품개발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취지가 강하다”면서 “상품개발 과정에서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고 비용을 절약하는 측면에서 당위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정 취지가 금융사의 상품개발 자율성 확대 등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소비자 권익에 불리한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때문에 금융사의 자율책임을 강화하고 사후검토를 통해 불합리한 약관에 대한 시정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철 교수는 “판매과정에서 소비자피해 우려가 있거나 사후 검토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약관 규정이 발견될 경우 즉각 시정조치를 진행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사의 편의만 높아질 뿐 금융소비자의 보호는 되레 나빠질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 역시 금융사의 사전적 책임 완화는 사후 책임 강화의 전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규복 연구위원은 “약관 신고 사후보고 전환은 금융사의 사전적 책임이 완화하고 사후적 책임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상품 내용, 판매 방식 상 문제점 등이 포착될 경우 즉시 판매제한 조치를 진행하거나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사후제재가 필요하며 이 같은 부분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시행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이 같은 부분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고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같은 정책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소비자보호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의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DLF 사태에 따른 배상 판정 등 금융사고 발생 시 중징계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사들이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때문에 약관 제·개정의 사후보고 전환에 따른 효과가 당초 예상한 것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에 빈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①제도 개편 취지 ②소비자 보호와의 조화 ③업권간 통일성 확보 측면을 감안해 예외적으로 사전신고 대상을 규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에 빈틈이 없도록 기존 이용자의 신뢰보호, 새로운 서비스로 인한 예측할 수 없는 피해 방지 등이 필요한 경우는 사전심사 대상으로 유지했다”면서 “업권간의 규제차익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 업권의 사전신고 대상의 통일성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약관 보고 절차 관련 개편된 제도가 신속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금융권에 안내하는 한편, 향후 취지에 부합하게 실제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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