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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2조 부자' 고려아연, 두 자릿수 이익률에 R&D비중은 고작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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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2조 부자' 고려아연, 두 자릿수 이익률에 R&D비중은 고작 0.03%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1.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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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대표 최윤범)이 수 년간 1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연구개발 투자에는 매우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500대 기업 평균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가 하면, 최근 3년간 연구개발실적 공시가 단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연구개발투자 뿐 아니라, 생산설비투자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래 성장잠재력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매출 6조7705억 원, 영업이익 8420억 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1.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0.1% 증가하는 호성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무려 12.44%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4년간 고려아연은 매년 7000~8000억 원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시현해왔다. 영업이익률도 2016년 13.08%, 2017년 13.5%, 2018년 11.1%, 2019년 12.4%(전망치)로 10%대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3.3%에 불과하다.

고려아연은 아연뿐만 아니라 연·금·은·동·인듐 등 희소금속 분야에 이르기까지 총 18여 종류의 비철금속 120만여 톤을 생산하는 글로벌 종합 비철금속 제련 회사로 매년 견조한 실적 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고려아연 연구개발비중 및 연구개발 실적(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고려아연 연구개발비중 및 연구개발 실적(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런데 고려아연이 최근 수년간 미래 생존과 연결되는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는 등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0.03% 불과했다.

국내 500대 기업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연구개발비 비중이 평균 0.34%인데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연구개발비 비중이 0.79%였고 현대제철은 0.6%, 동국제강은 0.17%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봐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연구개발실적 공시도 2017년부터 3년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품질향상을 위해 공정 개발연구를 통한 새로운 신공법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공시에는 2016년 IZO 제조공정 개발을 끝으로 연구개발 기록이 없다.
 
설비투자도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울산에 150메가 와트시(M Wh) 규모의 ESS 설치, 제련공장 합리화 등 이후 투자가 없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의 순현금 자산은 지난 2007년 순현금 상태로 전환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현재 현금성 자산이 2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현금은 잔뜩 쌓아 놓고 이를 미래 성장을 위한 기술개발과 생산설비 확충에 투자하는 데는 소홀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정하늘 연구원은 "2020년 아연 공급량은 전년보다 4.7% 증가하는 데 반해 소비량은 0.9% 증가에 그치면서 아연 가격이 하락할 것이고, 이에 따라 아연 제련수수료 상승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성실한 실적 안정성 외에 새로운 성장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연구개발 비중이 낮은 것이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비철금속 제련업은 장치산업으로써 다른 산업군에 비해 연구개발 비중이 낮다"며 "오히려 연구개발 비중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주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고려아연이 많은 현금성 자산을 이용해 조만간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고려아연은 2조 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가운데 지난 2년 연속 배당을 확대했고, 추후에도 배당 확대와 설비 증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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