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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⑯] 조아제약, 2세 경쟁구도 속에 승계작업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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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⑯] 조아제약, 2세 경쟁구도 속에 승계작업 가시밭길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2.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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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부산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20여 년간 약국을 운영했던 조원기(81) 회장은 1988년 삼강제약을 인수하고, 1995년 조아제약으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최대주주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조아제약은 시가총액이 1350억 원으로 제약 업계에서 40위권에 포진해 있다.

조아제약은 창업주의 경력을 살려 설립 초기부터 약국영업에 주력했다. 조아바이톤, 헤포스, 가레오, 훼마틴, 잘크톤 등 총 200여 가지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130개 품목의 일반의약품을 약국에 공급하고 있다.

조아제약은 약국 체인점 메디팜 지분 49.06%를 보유해 종속회사로 거느리면서 일반의약품(OTC) 판매에 힘주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의 81.7%가 일반의약품에서 발생한다.

안정적인 약국 판매를 통해 매출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09년 296억 원에서 2018년 631억 원으로 113.4%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평균 영업이익률은 1.1%에 그친다. 2014년과 2016년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 매출은 494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6.2% 늘었지만, 영업수지는 이익 19억 원에서 손실 2200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수익성이 낮은 부문에 치우친 탓이다.

계열사는 없고 에프앤에이취넷(45%), 팬바이오텍(30%), 케어몰(45.04%), 메디팜약품(10%) 등 지분을 투자한 관계 기업을 갖고 있다. 이들 회사는 규모가 미미해 지분의 장부가를 따질 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

◆수익구조 부실에 오너일가 지배력도 취약...소액주주 지분율 75%

조아제약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매우 취약하다.

조아제약 오너일가는 조원기 회장 12.24%, 장남인 조성환 부회장 6.53%, 차남 조성배 사장 2.65% 등 21.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율이 75%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조아제약은 조 회장이 17.53%, 조 부회장이 3.88% 지분을 보유했었는데, 그해 10월 10일 조 회장이 지분을 두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지분 변동이 생겼다.

조 회장은 현재 경영총괄로서 경영일선에 있지만 1940년생으로 여든을 넘긴 고령을 감안해 2세 승계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모습이다.

2세 가운데서는 조성환 부회장만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조 회장이 형제에게 2.65%씩 동등하게 지분을 증여함에 따라 형제경영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조아제약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243억 원(3일 종가 기준)이고, 조원기 회장이 139억 원으로 57.1%를 보유했다. 조성환 부회장은 74억 원으로 30.5%, 조성배 사장은 30억 원으로 12.4% 비중을 차지한다. 2세로의 승계율은 42.9%다.

◆2세 승계 첩첩산중...오너 일가 보유지분 대부분 담보 잡혀

조아제약은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도 낮은데다가, 그나마 갖고 있는 주식도 대부분 주식담보 대출에 묶여 있어 승계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이 대부분 담보로 잡혀 있는 상황이라 향후 상속세와 증여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탓이다.

조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비율은 85%에 이른다. 조 부회장도 75.2%의 주식이 담보로 잡혀 있다. 조 사장 역시 40%로 높다.

특히 조성배 사장은 지난해 10월 지분을 증여 받으면서 증여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법원에 공탁했다. 조성환 부회장 역시 같은 이유로 주식을 담보로 맡기면서 주식담보대출비율이 기존 58.9%에서 더욱 높아졌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로 투자 심리 위축이 일어날 수 있고,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소액 주주 피해가 우려된다. 최악의 경우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조아제약 오너 일가처럼 보유 지분율이 낮고 담보대출 비중이 높으면 위험성은 더욱 크다.

주식담보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것으로 보아 오너 일가의 재정상태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아제약이 2017년 120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옵션으로 설정한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을 시일 종료까지 행사하지 않은 것도 현금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조 씨 일가는 지난해 9월 25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했을 경우 109만 주를 취득할 수 있었다. 조 부회장의 경우 콜옵션 행사로 기존 3.88% 지분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었으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전환사채의 만기일은 2022년 4월 24일이다. CB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율은 19%대로 더욱 낮아지게 된다.

배당을 통한 재원 마련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조아제약은 지난 2000년 주당 500원, 총 8억여 원의 배당을 실시한 이후 부진한 실적 탓에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조성환 부회장(왼쪽), 조성배 사장
조성환 부회장(왼쪽), 조성배 사장

◆형제 경쟁구도 '지분'은 조성환 부회장, '존재감'은 조성배 사장 우위

조성환 부회장은 조아제약의 해외사업과 연구개발(R&D)를 맡고 있으며, 조성배 사장은 주력 사업인 국내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회사 입사는 조 부회장이 훨씬 빠르다. 조성환 부회장은 2002년 33세의 나이에 기획팀장으로 입사해 2004년 대표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2017년 부회장이 됐으며 메디팜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동생인 조성배 사장은 2014년 43세에 조아제약 대표로 합류했다. 조 사장의 합류로 조아제약은 단독대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지분은 조 부회장이 더 많지만 회사 내에서 존재감은 동생인 조 사장에게 조금 더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의 74.1%가 내수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출매출 비중은 7.7%에 그친다. 그마저도 2016년 9%에서 2017년 8.8%, 2018년 8.7%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 조 사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복제돼지를 연구하는 생명공학연구소 부서장도 맡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소는 개발부, 임상개발부와 함께 조아제약의 연구개발조직 한 축을 담당한다. 동생이 형의 영역으로도 영향력을 넓인 셈이다.

게다가 복제돼지는 조아제약이 공을 들여 연구하고 있는 분야다. 2002년부터 산학협력을 통해 체세포 복제돼지,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다수 생산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십 수 년이 지나는 동안 실적을 내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조 사장이 새롭게 부서장에 오르면서 향후 어떤 성과를 낼게 될지 주목된다.

연구개발은 조 부회장이 책임지고 있는데 조아제약의 연구개발비는 2014년 23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18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5.24%에서 2.84%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도 3.04%에 그친다.

유한양행(대표 이정희), 한미약품(대표 우종수·권세창), GC녹십자(대표 허은철), 종근당(대표 김영주) 등 상위 제약사가 매출의 10~20%를 연구개발에 쏟고 있는 것에 비하면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원기 회장의 지분이 추후 2세로 나눠 상속·증여될 경우 후계구도를 둘러싼 형제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형제간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 낮은 지배력 탓에 최악의 경우 경영권이 오너 일가 손을 떠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조아제약 측은 자산승계 및 2세 후계구도, 오너 일가의 높은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성을 묻는 질의에 답변이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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