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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정제마진 악화에 '우한 폐렴' 겹쳐 실적 전망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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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정제마진 악화에 '우한 폐렴' 겹쳐 실적 전망 먹구름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2.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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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가 정제마진 급감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한 폐렴 여파까지 겹치며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 GS칼텍스(대표 허세홍), 현대오일뱅크(대표 강달호), 에쓰오일(대표 후세인 알 카타니) 등 정유업체들은 수급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제마진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 일제히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10% 이상 밑도는 ‘어닝쇼크’를 냈을 것으로 잇달아 추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오는 31일,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2월 초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것으로 정유사 실적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9월까지 배럴당 7.7달러이던 정제마진은 10월 4.1달러, 11월 0.7달러에서 12월에는 -0.1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1년 6월 이후 18년 만이다.

1월 셋째 주에도 정제마진은 평균 0.3달러에 그쳤다. 정유사들은 4~5달러 수준을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현재 상황에선 석유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복병까지 등장했다. 우한 폐렴 확산으로 글로벌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또 국내 정유업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 중국의 석유제품 수요 급감이 직접적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한 폐렴의 영향으로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4%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은 글로벌 석유 수요의 14%를 차지한다. 국내 정유업계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19.5%에 이른다.

우환 폐렴 영향으로 중국 한공, 철도, 도로 등 연료 수요 감소 및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고, 글로벌 항공유 수요도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유 회사들의 배럴당 항공유 정제 이익이 9.25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연초보다 40% 급락하며 2017년 6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우한 폐렴의 공포가 확산하며 중국의 항공 운항과 단체관광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체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지난해 4분기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흐름을 보면 1분기 실적도 지난해 4분기보다 나아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정제마진 악화일로 속 우한 폐렴 악재까지 만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일제히 TF 등을 통해 우한 폐렴 사태에 대한 비상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사업 다각화로 실적 악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의 추가 증설 계획을 연내 확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분기 내로 감압잔사유 탈황설비를 본격 가동하는 등 고부가 석유제품의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비정유 부문의 사업 비중이 낮은 GS칼텍스의 경우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까지 가능한 토털 에너지스테이션 확대를 추진하는 등의 사업다각화 노력을 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5조 원을 투자한 1단계 복합석유화학 시설을 준공해 가동 중이고, 2023년까지 추가로 7조 원을 투자해 고부가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축소, 우한 폐렴 모두 내부적으로 손을 써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외부적 악재여서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저마다 대응책이 각가 다르지만 우한 폐렴은 TF를 구성해 사태확산 추이를 적극 모니터링해 대응하고, 사업다각화를 통해 외부적 영향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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