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⑰] 부광약품, 김동연 일가 경영권 지배...동업자 후손과 분쟁 여지
상태바
[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⑰] 부광약품, 김동연 일가 경영권 지배...동업자 후손과 분쟁 여지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2.07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치약 명가’로 불리는 부광약품(대표 유희원)은 1960년 설립된 부광상사를 전신으로 한다.

2018년 기준 매출은 1942억 원으로 제약 업계 23위다. 메디톡스(대표 정현호), 경보제약(대표 김태영), 신풍제약(대표 유제만) 등과 함께 20위 이내 진입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광약품은 마케팅 강화와 일반의약품(OTC)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 다각화를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생약성분 변비치료제 ‘아락실’과 시린이 시장의 대표 제품 ‘시린메드’, 리뉴얼해 출시한 외용소염진통제 ‘타벡스겔’의 광고를 지속하며 브랜드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해외 바이오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외 바이오벤처에 75억 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회수한 금액만 1385억 원에 이른다.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 부광메디카, 다이나쎄라퓨틱스 등 비상장사 3곳을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8830억 원 수준으로 업계 10위권에 해당되며, 김동연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자들이 24.45% 지분율로 지배하고 있다.

◆ 김동연·김성률 회장 공동 창업...현재는 한 지붕 세 가족

김동연(83) 회장은 1973년 고(故) 김성률 회장과 공동으로 회사를 인수해 2000년 부광약품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동업한 두 명의 회장이 모두 살이 있던 시절 부광약품의 최대주주는 김성률 회장 일가였다. 김성률 회장 일가 지분은 28.02%로 김동연 회장 일가 지분(27.92%)보다 약간 높았다.

사업보고서상 최대주주도 김성률 회장을 중심으로 기재됐다.

하지만 2006년 김성률 회장이 타계하면서 지배구조는 큰 변화가 생겼다. 최대주주 일가가 김성률 회장에서 김동연 회장 일가로 바뀐 것.

당초엔 김성률 회장이 7.78%, 그의 장남인 김기환(64) 씨와 차남 김재환(60) 씨가 4.23%, 3.92% 지분을 보유했다.

현재는 김기환 씨 5.67%, 김재환 씨 0.52%, 김영숙(73) 씨 0.02% 등 6.21%에 그친다. 김성률 회장이 자녀 6명에게 지분을 1.3%씩 나눠 상속했고 대부분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매각한 탓이다. 김기환 씨만 지분이 올랐다.

김성률 회장이 타계하면서 오너 일가로 묶여 있던 동서 정창수(85) 부광약품 부회장도 현재는 지분공시를 별도로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부광약품 지분 12.1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경영권을 보유한 김동연 회장은 9.61%로 2대 주주다. 김동연 회장의 장남인 김상훈(53) 사장은 지분율이 7.4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김성률 회장의 타계로 김동연 회장 일가는 부광약품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섰고, 현재는 승계 작업에 한창이다.

◆ 경영권 잡은 김동연 회장 일가 2,3세 승계 박차
 

홀로 부광약품을 지배하게 된 김동연 회장 일가는 현재 장자를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성률 회장이 타계하기 전 부광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였으나, 김동연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가 된 이후 2013년 3월 김상훈 사장이 대표로 선임되며 오너 일가가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다만 김 사장은 현재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최고전략책임자(CSO)로서 등기임원과 이사회의 한 자리를 맡고 있다. CEO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부광약품 경영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회장 일가의 보유주식 가치는 2151억 원(4일 종가 기준)이다. 김 회장이 849억 원으로 보유액의 39.5%를 차지한다. 2세는 김상훈 사장이 659억 원으로 30.6%, 김은주(60)씨 277억 원(12.9%), 김은미(58)씨 292억 원(13.6%) 등이다. 2세로의 자산승계율은 57.1%다.

창업세대에서 2세로 지분이 이미 상당부분 넘어간 가운데 3세로의 승계도 시작됐다. 올해 21살인 김동환 씨는 부광약품 지분 0.46%를 보유했고 주식가치는 41억 원이다. 김 회장의 외손주 4명도 각각 7억 원가량의 지분을 지니고 있다.

김동연 회장 일가는 2,3세 승계과정에서 보유 주식 상당부분을 담보로 잡힌 상태다. 김 사장의 주식담보대출 비중은 87.5%다. 김은주·은미 씨도 담보대출 비중이 60% 이상으로 높다.

3세 김동환(21)씨는 담보대출 비중이 90.9%에 달한다. 지난 2015년 김 회장과 김 사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 받으면서 세금납부를 위해 주식을 담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로 투자 심리 위축이 일어날 수 있고,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소액 주주 피해가 우려된다. 최악의 경우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어 김동연 회장 일가로서는 추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담보로 잡힌 주식은 증여에 대한 세금 납부 때문인데 추후 주식을 매각하는 일이 있어도 정상적으로 세금을 낼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인 최대주주인 정창수 부회장은 지분가치가 1061억 원으로 가장 많다. 김기환 씨는 497억 원, 김재환 씨는 46억 원으로 주식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 2세 김상훈 사장 대표 재임기간 부광약품 수익성 곤두박질

김상훈 사장을 중심으로 승계작업이 착착 진행되는 것과 달리, 경영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2013년 김상훈 사장이 대표를 맡은 첫해 부광약품은 매출이 13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3% 감소했다. 김 사장이 대표에서 물러나기 전인 2017년 부광약품 매출은 1507억 원에 그치며 완만한 상승세를 그렸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김 사장 재임 기간 동안 영업이익 규모는 급감했다. 2012년 214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6년 85억 원, 2017년에는 77억 원으로 줄었다. 20%를 바라보던 영업이익률도 2017년에는 5.1%로 추락했다.

공교롭게도 김 사장이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부광약품은 2018년 매출이 19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크게 늘었다. 영업이익도 351억 원으로 2010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 1679억 원, 영업이익 93억 원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 사장이 대표를 맡던 시절 부광약품은 현금 및 주식배당 규모도 증가했다. 주당 200원~500원 수준이던 배당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500원~700원으로 늘었다.

2010년 초 7억 원 미만이던 주식배당 규모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5억~36억 원으로 늘었다. 2018년에는 73억 원으로 더욱 증가했다.

최대주주서 밀려난 김기환 씨, 주주로서 영향력 행사하며 견제

고 김성률 회장 타계로 최대주주 지위에서 밀려난 김기환 씨는 현재 4대 주주에 머물고 있다. 회사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서 영향력은 유지하고 있다.

특히 김 씨는 지난해 3월 “기존 사업 성장, 신사업 진출 등이 정체돼 브랜드, 역사 등에 비해 경쟁사나 유사업체에 비하면 매출이나 수익이 정체돼 있고 주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통 제약사의 장점인 병원과 약국에 대한 채널영업을 등한시하면서 신약개발에만 치중해 수년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사장이 대표를 맡으며 실적이 곤두박질 친 것에 대해 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김기환 씨는 이사수 상한을 15명 이내에서 7인 이내로 줄이는 정관 변경에 반대한 것을 비롯해 출석률이 낮은 사외이사 및 감사의 선임, 임원퇴직금지급규정 부활, 대표이사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의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김 씨가 주주들에게 반대해줄 것을 요청한 안건들은 모두 가결됐다.

김동연 회장 일가가 2,3세 승계 과정에서 보유 주식 대부분을 담보로 잡힘에 따라 안정적 경영권 유지에 적잖은 부담이 따르고 있어 향후 경영권 분쟁의 여지도 남아 있다. 정창수 부회장이 김기환 씨와 손을 잡을 경우 김동연 회장 일가와 격차가 크게 좁혀지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 정 부회장은 각각 1938년생, 1936년생으로 80대의 고령으로 접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인지 김동연 회장 일가는 OCI(대표 이우현)를 백기사로 끌어들였다.

OCI는 현재 부광약품 주식 3.09%를 보유했다. 2018년 부광약품과 OCI는 지분 50대 50 비율로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비앤오바이오를 공동설립하며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부광약품 측은 “집안별로 나뉜 오너 일가들 사이에 각이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주주총회 반대의견 개진도 당시 현장에서 충분히 설명했고 당사자도 납득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