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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우리은행 ‘비번 도용’ 제재심 예고...늑장대응에 보복조치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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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우리은행 ‘비번 도용’ 제재심 예고...늑장대응에 보복조치 구설수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20.02.11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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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직원들의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기로 했다. 우리금융이 금감원의 DLF 징계에 반기를 든 상황에서 양측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8년 10∼11월 이뤄진 우리은행 경영실태평가의 IT(정보기술) 부문검사 결과 조치안을 이른 시일 안에 제재심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우리은행의 비밀번호 도용 건은 2018년 7월에 벌어졌다.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휴면계좌의 비밀번호가 바뀌어 활성화되면 새로운 거래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을 악용해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이 휴면계좌 2만3000여개의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한 것이 사건의 골자다. 

우리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문제를 적발하고 금감원에 통보했으며 금감원은 같은 해 10월부터 우리은행 IT부문 점검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2018년 10월~11월 기간 중 실시한 우리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IT부문검사)에서 전자금융거래와 관련해 은행 직원이 고객 임시 비밀번호를 부정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검사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고객 안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감원의 제재심 결정이 우리금융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이 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확정한 후 우리금융이 불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마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피해 고객이 1년 넘도록 비밀번호 도용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상황 대처를 너무 안일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이 이미 1년2개월 전에 이번 사건을 인지했지만 고객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고 이번 도용 사건 또한 금감원 발표가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비밀번호 도용 건과 관련해)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조치하고 일제 점검을 통해 전체 은행권에 유사사례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법규 위반 여부 검토 및 추가 사실관계조사 등을 진행한 바 있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거나 ‘1년 넘게 은폐’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 재개...김정기·권광석 ‘2파전’ 양상

반면 우리금융은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연기됐던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를 재개한다.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에도 우리금융은 손 회장 연임과 행장 선임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부터)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 김정기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이사
(왼쪽부터)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 김정기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이사

우리금융 임추위는 11일 임추위를 소집해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차기 행장 후보에는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등 3명이 올라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미 우리은행장 후보자에 대한 심층면접까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 관례를 고려했을 때 11일 열리는 임추위에서 차기 우리은행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김정기 부문장과 권광석 대표 간의 ‘2파전’ 양상이 점쳐지고 있다. 김정기 부문장은 손태승 회장과 오랜 세월 호흡을 같이 맞춰왔으며 그간 우리은행 내부에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의 CEO가 교차 선임됐던 관행에 따라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김정기 부문장은 조직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 최근 어수선한 우리은행의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권광석 대표는 우리은행 IB그룹 겸 대외협력단 집행부행장과 우리PE 대표 등을 지냈다. 과점주주 중 한 곳인 IMM PE가 권광석 대표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IMM PE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2016년 지분 매수 당시 새마을금고로부터 1700억 원의 출자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우리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행장 선임 작업이 중단되면서 우리카드, 우리종금,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등 자회사 6곳에 대한 대표이사 후보 추천 작업도 보류된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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