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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차강판 '그룹사 의존' 해결책 없나?...3년 가격동결로 수익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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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차강판 '그룹사 의존' 해결책 없나?...3년 가격동결로 수익 악화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2.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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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대표 안동일)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하는 부진을 겪으면서 핵심 사업인 차량강판의 판로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경쟁사인 포스코가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고르게 강판을 공급하고 있는 반면, 현대제철은 판로가 현대기아자동차에 집중된 것이 성장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사실상 현대기아차에 차강판을 공급하기 위해 세워진 회사로 연간 500만톤의 차강판을 생산해 이 가운데 80%인 400만톤 이상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강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고, 영업이익 기여도는 5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업구조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가격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 차강판 가격은 2017년 2분기 톤당 6만 원 오른 이후 동결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이 톤당 12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가격인상에 번번히 실패했다. 조선사의 수주급감으로 타격을 입은 조선용 후판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에 톤 당 3만 원 인상된 것과 대비된다. 물량의 대부분을 소화하는 현대기아차가 차강판 가격을 올려주지 않았고, 이는 현대제철의 실적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하락한 제선원가(철광석과 원료탄의 가중평균 가격)는 2015년 말을 기점으로 반등, 원화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2015년 4분기 톤당 15만원 수준이었으나 이후 평균 30만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동사의 현대기아차향 차강판 가격은 2017년 2분기 톤당 약 6만원 인상에 그쳤다.

이로 인해 지난해 현대제철의 차강판 마진은 톤당 9만 원 축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영업이익을 4000억 원 가량 깎아먹는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0조5126억 원에 영업이익 331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7.7%나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4.9%에서 1.6%로 급락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손실 1479억 원을 냈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2015년 1조4641억 원에서 해마다 줄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증권 이재광 연구원은 "현대제철 실적악화는 현대기아차향 차강판 마진 축소 영향이 가장 컸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대기아차 차강편 가격 협상이 시장 논리로 결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가가 오른다고 해서 제품가격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아닌 외부업체에 판매한 차강판은 60만톤에 불과하다.

포스코(대표 최정우)가 차강판 전량을 글로벌 자동차사들에게 공급하며 마진을 확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이 8.5%에 달했는데 여기에는 수익성이 높은 차강판이 효자노릇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는 지난해 총 900만톤의 자동차강판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판매했다. 포스코의 차강판 수익성은 다른 철강제품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BMW와 GM, 폭스바겐 등 전 세계 메이저 주요 완성차 업체에 차강판을 공급하는 등 수요처가 다양하다. 포스코가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자동차강판은 연 70만톤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 한 곳에 물량이 쏠려있는 현대제철보다 가격협상에서 보다 자유로운 입장이고, 이는 차강판 마진 확대로 이어졌다. 

차강판 가격 동결로 현대제철이 실적악화를 겪은 것과 달리,  현대기아차의 실적은 반등했다. 현대차의 작년 영업이익은 3조6847억원으로 2018년보다 52.1% 증가했고, 기아차의 작년 영업이익은 2조97억원으로 1년전보다 73.6%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7개 주요 계열사중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은 현대제철이 유일했다.

현대제철은 차강판 외부판매량을 지난해 60만톤에서 올해 80만톤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증가폭이 현대기아차의 의존도를 낮추기엔 미미한 수준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라를 등에 업고 고속성장해 왔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에서 차강판 가격을 인상해 주는 등 수익성을 보전하지 않으면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현대제철이 독자적으로 자생력을 갖추려면 높은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포스코처럼 수요처 다변화 및 수익구조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와 올 상반기 차강판 가격협상을 진행 중인데 톤당 3만 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톤당  3만 원 인상에 성공하더라도 차강판 마진은 여전히 박하다. 이마저 현대기아차가 가격인상에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올해도 차강판 이익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단기 휴업을 진행하면서 2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던 만큼 현대제철의 가격 인상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차강판 가격인상을 추진 중이지만 인상에 성공할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글로벌 차강판 판매량을 늘리고, 저품위 탄을 사용해 마진을 개선시키는 등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증대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제적인 철강업황이 부진해 실적이 악화된 것이지 현대기아차가 차강판 가격을 올려주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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