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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약품 이재준 대표, 순이익 흑자 내고 '방긋'...알고 보니 93억 손배소 충당금 안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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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약품 이재준 대표, 순이익 흑자 내고 '방긋'...알고 보니 93억 손배소 충당금 안 쌓아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2.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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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약품(대표 이재준)이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나며 순이익을 냈지만, 수십억 원 대의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충당금은 반영되지 않은 실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당금을 쌓았을 경우 흑자가 상쇄돼 지난해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영진약품 측은 지난해 3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계류 중인 소송의 최종결과가 당사의 재무제표에 미칠 영향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며 충당금으로 바로 쌓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진약품은 지난해 매출 2213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18.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1억 원 적자에서 흑자전환 했다.

당기순이익도 61억 원 적자에서 50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2018년 3월 선임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재준 대표의 임기 마지막 해에 실적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영진약품은 지난해 10월 알앤에스바이오로부터 9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는데, 이에 대한 충당금 설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충당금이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미리 산정해 매출, 영업이익 등 손익계산서에서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 손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중에 일회성 지출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알앤에스바이오가 제기한 손해배상 금액을 전액 손익계산서에 반영할 겨우 단순 계산으로는 영진약품은 지난해 약 43억 원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낸 게 된다.

알앤에스바이오는 아토피피부염, 피부알러지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로 2014년 설립됐다. 2016년 영진약품으로부터 아토피 천연물 신약 ‘유토마’ 판권을 이전 받았다. 알앤에스바이오는 이를 기반으로 유토마일드S 등 화장품 사업을 병행했다.

문제는 영진약품이 유토마 재심사 과정에서 자료 미제출 등의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았고, 2018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받은 것.

이에 알앤에스바이오는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정경제범죄(사기)와 계약위반 등을 이유로 92억9578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영진약품은 “계약 위반이 없었음을 밝혀 상대방 청구를 기각할 것을 주장할 계획”이라고 소송에 대한 대책방안을 공시했다.

충당금을 쌓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영진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분기보고서를 통해 피소 내역에 대해 알렸고, 향후 판결이나 법률검토에 따라 리스크가 크다 판단되면 충당금을 쌓을 부분으로 검토 받았다”며 “소송 판결이 난 게 아니고 승소하기 위해 법적대응을 할 예정이라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 결과는 3~4년 정도 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진약품 측의 기대와 달리 추후 소송에서 패배해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수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대다수의 기업들은 회계처리를 할 때 예상되는 손실을 미리 충당금으로 설정하는 등 보수적 운영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충당금을 쌓는 것은 업체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진다”며 “소송 결과가 나오는 시기는 고려사항이 아니고, 사안을 살펴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되면 예상 비용을 충당금으로 쌓는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 전문가는 “충당금을 쌓을 때는 보수적 회계운영을 통해 보통 예상되는 손실 규모보다 큰 금액을 반영하는 편”이라며 “충당금을 낮게 잡는 경우는 회사의 재정에 문제가 있거나 위험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기업이 부담해야 할 손실을 미리 예상해 충당금을 쌓는 게 안정적이고 신뢰성이 높다고 여기는 경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영진약품은 지난해 10월 피소에 대한 공시를 열흘가량 늦게 하면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받기도 했다. 다만 ‘감경에 따른 벌점 미부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이후 소송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도 하지 않으면서 경영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위한 노력보다 당장의 실적을 우선시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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