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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⑳] '코스닥 1위' 에이치엘비, 진양곤 회장 지분율 한 자릿수 '경영권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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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⑳] '코스닥 1위' 에이치엘비, 진양곤 회장 지분율 한 자릿수 '경영권 불안'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2.26 0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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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에이치엘비(대표 진양곤)는 1975년 현대자동차그룹 자회사인 경일요트가 전신기업이다. 연간 700대의 구명정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1985년 국제스텐레스밸브공업에서 출발한 구명정사업부는 1990년 국제정공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7년 미국에서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여러 차레 사명을 변경하면서 2010년 에이치엘비가 됐다.

에이치엘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드릴쉽용 구명을 비롯한 해양플랜트 크루즈용 구명정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2012년에는 구명정 수출로 2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바이오회사로 업종에 변화를 꾀한 것은 2015년. 그해 에이치엘비생명과학(구 에너지솔루션)을 인수하고, 항암제 연구개발회사 엘레바(구 LSK바이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톱 바이오기업이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에이치엘비(3조7200억 원, 24일 종가기준)와 상장 계열사 에이치엘비생명과학(9800억 원), 에이치엘비파워(1100억 원) 등 그룹사 시가총액은 약 4조8000억 원에 이른다. 에이치엘비파워(대표 임창윤)는 발전플랜트 설비 제조·판매 업체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김태한)와 셀트리온(대표 기우성)에 이어 바이오업계에서 3번째로 덩치가 크다.

◆특수관계인 지분율 15% 남짓... 소액주주 지분 80% 달해 경영권 취약

진양곤 회장은 에이치엘비를 통해 상장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과 9개 비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 다른 상장사인 에이치엘비파워는 진 회장이 10.37%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는 에이치엘비와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지배 지분이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에이치엘피파워 또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3.02%에 불과하다.

핵심계열사인 에이치엘비의 경우 최대주주인 진양곤 회장은 보유 지분율이 8.91%에 그친다. 친인척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들이 가진 지분을 모두 더해도 15.21% 밖에 안 된다. 이마저도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보유한 지분 1.26%는 상법상 상호출자에 따른 제한으로 의결권이 없다.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르면 상호출자 관계 상황에서 A사가 B사 지분 10% 이상을 취득하고 있으면, B사가 A사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약 83%의 주식은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진 회장 밖에 없다.

한미약품(대표 우종수·권세창), GC녹십자(대표 허은철), JW중외제약(대표 신영섭·이성열), 제일약품(대표 성석제) 등 상위 제약사 오너 일가들이 지배기업 지분율을 50% 이상씩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에이치엘비 진양곤 회장
에이치엘비 진양곤 회장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 교체 등 특별 결의사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3분의 1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통상 이 수치를 넘어서는 경우 지배구조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에이치엘비는 그룹 수익창출과 직결된 핵심 계열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보유 지분도 18.58%로 높지 않다. 이 회사는 LSK바이오가 개발 중인 위암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한국 판권과 유럽, 일본지역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 이 회사도 전체 지분의 86% 이상을 소액주주가 나눠 갖고 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의 가능성과 확장성에 대한 자신감은 확고하다”며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점진적 지분 확대를 통해 에이치엘비의 지배구조를 명확히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에이치엘비는 유상증자 참여와 장내매수를 통해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지분율을 2017년 7.83%, 2018년 10.32%, 현재는 18.58%까지 꾸준히 높이고 있다.

또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에 대한 실적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지난해 에이치엘비가 지분 100%를 지닌 HLB USA와 LSK바이오의 합병작업을 실시했다. 합병에 따라 리보세라닙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매출은 모두 에이치엘비 연결 실적으로 잡힌다. 이전에는 에이치엘비가 LSK바이오 지분을 59.83% 보유했다.

◆ 진양곤 회장 보유지분 28% 담보 잡혀...승계작업 첩첩산중

지배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린다고 해도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우선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기업과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진양곤 회장은 에이치엘비 보유 주식의 27.8%가 주식담보로 잡혀 있다.

오너 일가 주식이 담보로 잡힌 경우,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로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할 경우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는데, 에이치엘비는 오너 일가의 우호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더욱 클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승계작업에도 부담이 따른다. 1966년생으로 올해 55세인 진 회장은 2세들이 아직 20대 중반이라 승계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충분한 편이다. 다만 지배력을 높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2세로의 승계는 미미한 규모로나마 시작됐다. 지난해 HLB USA와 LSK바이오 합병으로 진 회장의 두 딸인 진유림(27)·인혜(25)씨는 에이치엘비 지분 0.01%를 보유하게 됐다. 주식가치는 3억 원이다. 소멸법인 LSK바이오 주식 처분대가와 상계해 에이치엘비의 주식을 교부 받은 결과다.

진 회장 보유 주식가치는 에이치엘비 3412억 원, 에이치엘비파워 97억 원 등 3509억 원이다.

진 회장 친인척인 이현아(55)씨도 에이치엘비 지분 1.48%를 보유해 주식가치가 565억 원에 이른다.

진 회장 지배력이 취약한 탓에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아지면 에이치엘비 주가는 즉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LSK바이오 합병으로 에이치엘비에 대한 진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은 1.44% 올랐는데, 이날 이 회사 주가는 8.3% 상승했다. 같은 날 코스닥 주가는 0.68% 하락했다.

진 회장이 2016년 6월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3만5000주를 장내매수 했을 때도 에이치엘비 주가는 각각 전날 대비 8.7%, 4.5% 올랐다. 매수 주식 지분율은 0.1%에 불과했지만 에이치엘비 주가는 코스닥 주가 상승률 1%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공격적 M&A로 덩치 키웠지만 상장 3개사 최근 5년간 1900억 원 적자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바이오사업 추진을 위해 2016년 미국 LSK바이오와 LSK인베스트먼트 지분을 각각 15.49%, 39% 취득했다. 또 의약품 유통업체 신화어드밴드 지분 100%를 70억 원에 사들였다.

2018년에는 라이프리버 지분 97.95%를 795억 원에 인수하며 바이오사업을 확장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19일 미국 면역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이뮤노믹 테라퓨틱스 지분 38.2%를 확보했다. 356억4300만 원을 들였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유통망과 기술확보에 나서는 전략을 펼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적잖은 현금이 유출됐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바이오사업 진출 후 M&A를 위해 총 1200억 원 이상을 썼다. 자금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했다.

외형을 키운 덕에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좋지 못하다. 적자 상황이 지속되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거나,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사채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하지만 자금조달이 가능했던 것은 개발 중인 위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의 기대가치 때문이다. 임상에서 차질이 생길 경우 에이치엘비는 유동성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최근 5년간 4번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 기간 누적 적자액은 225억 원에 이른다.

에이치엘비는 실적 상황이 더 안 좋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다. 게다가 적자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0억 원대였던 적자 규모는 지난해 487억 원으로 커졌다. 5년간 누적 적자액은 1311억 원이다.

또 다른 상장사인 에이치엘비파워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연간 1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 그나마 지난해 흑자전환하며 한숨 돌린 상황이다.

에이치엘비그룹의 상장사 3곳은 최근 5년간 누적 적자 규모가 1900억 원에 이른다.

에이치엘비 측은 “2020년 리보세라닙의 위암 3차 치료제 상용화를 시작으로 2023년 간암 1차 치료제와 대장암 3차 치료제, 2024년 선모낭푸암 1차 치료제와 위암 2차 치료제 등으로 FDA 허가를 받을 계획”이라며 “목표 매출액은 총 28억 달러(한화 약 3조4000억 원)”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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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6 18:36:47
위암인데 두군데 위함이라고 오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