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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비용 아끼려 중국 기업에 전력망사업 맡기나?...전선업계·시민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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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비용 아끼려 중국 기업에 전력망사업 맡기나?...전선업계·시민단체 반발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3.02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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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대표 김종갑)이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 기업에게도 전력 사업 입찰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져 관련 업계와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 부족으로 안전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내 기업들의 생존마저 위협을 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완도∼제주 간 #3 HVDC(제3 초고압직류송전망) 건설사업’ 입찰공고를 조만간 낼 예정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국제입찰로 진행할 예정으로 중국업체들도 입찰에 참여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열린 기술평가 설명회에서는 중국 1위 케이블 업체인 ZTT,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일본 스미토모 등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업은 완도와 제주 사이 100㎞ 송전선(해저 90㎞, 육상 10㎞)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전선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한다. 2015년 발표된 정부의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총 사업비는 변환설비 및 해저케이블을 합해 약 3300억~35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설비용량은 150㎸, 200㎿다.

한전이 중국 업체들에 대한 입찰 문을 여는 이유는 중국 전선업체들과 계약하는 것이 국내업체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1조35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각종 비용을 절감하고, 전기료 인상을 추진하는 한편, 전기차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적자 탈출을 위해 비용을 낮춘다는 좋은 명분이 생긴 셈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업계와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의 우려 및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먼저 일감을 뺏기게 생긴 전선업계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전선업체들은 지난해부터 해외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전력공사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잇따라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어서다.

유럽과 미국은 전력망 입찰에 저가를 앞세운 중국 업체를 참여시키지 않는다. 일본은 전력망 구축 사업을 순수 국내 입찰로만 진행한다. 대만도 2023년까지 5년간 161kV, 345kV급의 초고압 케이블을 수입제한 품목으로 지정했다. 중동 국가들도 자국 전선 업체에 10~15%의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는 물론 알제리, 모로코 등 아프리카 국가까지 모든 입찰 서류를 자국어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케이블에 문제가 생기면 ‘24시간 이내 긴급 복구가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고 있다. 자국 전력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조치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전선업체는 국내에 공장을 증설하고도 물량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일례로 HVDC 해저케이블 기술을 보유한 LS전선은 지난해 3월 400억 원을 들여 강원 동해에 해저케이블 제2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국내 시장 성장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국제 입찰 움직임으로 이같은 노력에도 국내 HVDC 해저케이블 수주를 외국에 뺏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선업계는 중국 전선업체들의 전선망 기술은 신뢰할 수가 없다고도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HVDC 케이블 기술은 LS전선 비롯해 유럽과 일본 등의 5개 업체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전선 업체들은 글로벌 전선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지 못해 주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과 같이 품질보다는 가격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곳에만 공급해왔으며 선진국에 제품을 제품을 공급한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중국 전선업계가 선진국 전력사업을 수주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데 한국이 통로가 돼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의 국제 입찰 시도는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소요되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품질 전력 케이블 시장까지도 중국 업체들에 내어 주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에 국내 핵심 전선기술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 또한 제기된다. 이번 일을 시작으로 중국이 한국 기간산업 시장에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국제 입찰을 진행한다는 것은 자국 산업 보호보다는 비용만 낮추겠다는 것으로 외국업체 선정가능성이 높아 외국업체만 혜택을 보게 된다"며 "해외 선진국들은 전력망 구축사업할 때 자국업체들을 우선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전력 사업에 중국업체들이 참여하면 저가 수주가 만연해지고 국내 전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들도 반발에 가세했다. 지난 26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전 사업에 중국 기업의 참여를 허락하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현재 약 6만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중국이 GPA에 가입하지 않아 현재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전력 케이블을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예외적으로 중국 업체의 입찰을 허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청원자는 "한 나라의 공기업이라는 한국전력공사가 국내 기업에게 도움을 주기는 커녕 유례도 없는 중국 기업의 입찰을 허용시켜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원자력국민연대를 비롯한 7개 시민단체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전력 안보를 위협하는 정부와 한전의 '꼼수' 국제 입찰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막대한 적자를 안게 된 한국전력이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입찰 참가자격 범위와 관련해 최근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적은 있지만 중국 업체의 참여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며 본 사업의 구체적 사항도 아직 최종 결정된 상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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