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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코로나19로 전기료 깎아줘야 할 판에 1조 드는 한전공대 설립은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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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코로나19로 전기료 깎아줘야 할 판에 1조 드는 한전공대 설립은 '착착'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4.0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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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대표 김종갑)의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한전공대 설립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탈(脫)원전정책의 여파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외에 마땅한 대책이 없지만 최근 코로나19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로 전기료 감면 또는 유예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경영난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1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떠안은 채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일 대학설립심사위원회를 열고 한전공대 법인 설립을 허가했다. 총 11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참석 위원 과반 찬성으로 법인 설립을 의결했다. ‘한전의 재원 출연계획안에 구체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나 승인이 미뤄졌다가 3차 회의에서 전격적으로 의결이 이뤄졌다. 총선 불과 10여일 앞두고 법인설립 허가가 떨어졌는데 이를 심사한 10여 명의 대학설립심사위원은 교육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전은 앞으로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법인 등기와 개교 준비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게 된다. 한전공대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특화 인재 양성을 목표로 오는 2022년 3월 나주혁신도시에 개교할 계획이다. 학교 규모를 결정하는 학생 수는 6개 에너지 전공 별로 100명씩 계획된 대학원생 600명, 학부생 400명, 외국인 학생 300명에 교수 100명, 일반직원 100명 수준이다. 한전공대는 파격적인 학업·진학 지원과 국내외 최우수 연구·창업인재 육성을 위해 학생 전원에게 입학금과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고, 아파트형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런데 최대 1조 원이 넘게 소요될 재원 마련 방안은 여전히 확정된 것이 없는 상태다.

한전이 지난해 곽대훈 국회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공대 개교 10년 후인 2031년까지 설립비(약 6000억 원), 운영비, 부대비용이 총 1조6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중 한전이 부담해야 할 몫은 약 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번에 한전공대 설립을 교육부가 최종승인하는 과정에서 중장기 재원 마련에 대한 지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지난 2년 연속 적자를 내며 재정상태가 크게 악화됐다. 2016년만 해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12조1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은 2018년 2080억 원, 2019년 1조276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2008년(2조7980억 원 적자)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2016년 143.4%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186.8%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한전은 전기료 인상이 시급한 처지다. 당초 올해 정부와 논의 후 전기료 인상체제 개편을 추진하려 했으나 코로나19를 만나 전기료를 오히려 내려줘야 할 처지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 지역 소상공인의 전기요금을 오는 9월까지 50% 감면해주기로 했고, 전국적으로도 소상공인·저소득층 477만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납부기한을 3개월 유예해 주기로 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올해 물건너 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금 체계 개편 작업 자체가 사실상 멈춰섰다는 후문이다.

한전이 올해도 전기요금을 조정하지 못하고 현재의 탈원전 추세가 지속된다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탈원전 이후 70% 선까지 추락한 원전 이용률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고, 가장 큰 수익원인 전력 판매 수요마저 감소하고 있다. 이미 경기 부진 여파로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런 급박한 시기에 한전공대 설립을 승인하고 추진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계속 제기된다. 한전이 매년 1조 원 대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공대 설립으로 인한 비용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전공대 설립을 4·15 총선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 전격적으로 허가한 것도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적자 수렁에 빠져 있고 1조 원대의 재원 마련 방안도 없으며, 코로나 사태로 전기료 인상까지 물건너 간 이 시국에 공대 설립을 강행하는 것은 4·15 총선에서 호남권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밖에 안보인다"고 비판했다.

한 소액주주는 "등록금에 기숙사 비용까지 무료고 교수진도 최고 대우를 해주는데 이 모든 비용을 한전공대가 부담하는 것"이라며 "한전 주주로써는 한전공대 설립이 최고 악재"라고 말했다.

한전은 2022년 개교 전까지 들어가는 6000억 원 상당의 설립비용 마련과 후속 절자 진행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전 관계자는 "설립시까지 투입되는 6000억 원 재원 투입 방안에 대해 교육부에 제출해 이사회에서 최종 설립 승인이 떨어진 것"이라며  "2031년까지 총 1조6000억 원이 투입된다는 것은 개교 이후 최대한 확장했을 때를 가정 하에 만든 숫자여서 실제로 그만큼 들어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현재 설립비용 마련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한편,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설립등기를 마치는 등 후속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설립 이후 투입되는 비용들에 대한 재원 마련은 정부, 지자체 등과 계속 분담해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적자를 내고 있고 전기료 인상도 물건너 간 상황에서 한전공대 설립 추진이 맞느냐는 지적에는 답하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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