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실적악화에 코로나19까지 겹쳐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1년 넘게 임단협 투쟁 중
상태바
실적악화에 코로나19까지 겹쳐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1년 넘게 임단협 투쟁 중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4.20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사태로 중후장대형 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와중에 현대중공업(대표 한영석) 노조가 임금협상을 1년 넘게 끌면서 위기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을 위한 53차 교섭을 지난 16일에 가졌으나 협의에 이르지 못한 채 오는 21일에 다시 교섭을 갖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작년 5월 2일 임단협 상견례 이후 교섭을 거듭하고 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의 협상에서 △모든 구성원에 대한 특별금 지급 △해고자 복직 등 현안 문제 수용 △한국조선해양 재무제표와 연결한 성과금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특별금 지급은 어렵다는 게 현대중공업의 입장이다. 또 해고자 복직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31일 회사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둘러싼 노사 대립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자 문제 해법 등을 두고 노사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지부는 임단협에서 해고자 복직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함께 다루자고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임금과 현안을 분리해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차근차근 찾아가자고 제안하는 등 임단협 타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노조가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 시국에서 특별금 지급 등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노조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임단협을 마무리 짓기 위해 사측에 다양한 형태로 압박을 넣고 있다. 지난 4월8일에는 생중계로 노사 대표 끝장교섭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사측은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며 거절했다.
 

▲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사장 나와라! 첼린지'에 참가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사장 나와라! 첼린지'에 참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9일부터 '사장 나와라! 첼린지'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영석 사장 나와라! 이제 [    ] 됐다.'라는 손피켓을 만들어 공란 안에 내용을 넣고 얼굴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속지단과 이름을 넣어 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 릴레이로 게시하기도 했다. 17일까지 60여 건이 기재됐다. 1년을 끌어온 노사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 한영석 사장이 직접 나와 협상에 임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 사측 반응은 없었다.

4월 12일 약 한달 만에 열린 52차 교섭에서 노조는 교섭 속도를 올리기 위해 53차 교섭부터 매일 교섭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4일 후인 16일 53차 교섭이 열렸고, 54차 교섭은 21일로 잡혔다.

노사갈등이 계속되자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조선업황 악화로 회사 상황이 엄중한 시기인 만큼 하루빨리 임단협을 마무리해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대중공업 조선부문은 올해 1분기 수주목표 달성률이 5%에 불과해 벌써부터 수주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분기보다 58% 감소한 700억 원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급감으로 1분기 수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심사는 코로나19로 급제동이 걸린 상태다. 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심사를 일시 중지했다. 당초 7월로 예정됐던 심사결과가 잠정 연기됨에 따라 연내 목표로 했던 합병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EU 집행위의 심사가 일시 중지되면서 다른 국가에서의 심사 지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합심해 당면한 난제들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임단협을 1년 넘게 끌고 있다는 것은 현대중공업이 협상에서 노조의 목소리를 아예 외면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노조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쟁의활동을 멈추고 대화에 나선 만큼 사측도 어느정도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