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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유업계, 자구책 한계 보이는데 정부 지원은 세금 유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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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유업계, 자구책 한계 보이는데 정부 지원은 세금 유예뿐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4.27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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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락으로 정유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유사들이 자구책을 통해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금유예에 집중돼 있는 정유업계 지원 방안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는 정유업계의 위기상황을 감안해 세금 납부 기한을 3개월 늦춰주기로 했다. 이번 달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이 오는 7월까지 유예됨에 따라 정유사들은 1조4000억 원의 세금부담을 늦출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석유공사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 석유관리원 품질검사 수수료 2∼3개월 납부 유예를 추가 시행키로 했다. 대규모 석유저장시설의 개방검사를 유예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현재 정유업체들은 각종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자구책만으로 현상황을 타개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현대오일뱅크(대표 강달호)는 지난 3월부터 강달호 사장을 포함한 전 임원이 급여 20%를 반납하고 경비예산을 최대 70%까지 삭감하는 등 비용 전면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강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계열사와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이 2014년 말부터 차례로 실시한 임원 급여 반납에 현대오일뱅크까지 합류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정기보수 일정을 앞당겨 지난 4월 8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2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정기보수를 실시하고 있다.

GS칼텍스(대표 허세홍) 임원들은 지난달부터 직급에 따라 급여 10~15%를 반납하고 있다. GS칼텍스에는 12명의 등기임원과 48명의 미등기 임원 등 총 60명의 임원(지난해 말 기준)이 재직 중이다. 이 회사 임원들은 지난해에도 연봉 중 일부를 반납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여수 공장 정제설비 정기보수일을 예정보다 앞당겨 4월 중순부터 진행 중이다. GS칼텍스는 정기보수 이후 재가동을 늦추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 자회사인 SK에너지(대표 조경목)는 지난달 울산CLX내 원유 정제공장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85%로 하향했고, 에쓰오일(대표 후세인 알 카타니)은 희망퇴직 시행을 검토 중이다. 

다만 에쓰오일은 2월 한차례 희망퇴직 설명회를 가졌지만 아직까지 미시행 중이고, SK에너지는 공장가동률만 낮추고 임직원 임금 반납 등의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원유를 정제해 남는 이익인 정제마진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정유업계에서는 1분기 최악의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SK에너지,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2분기다. 수요 절벽으로 인한 진정한 위기가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1분기에 3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상태에서 2분기에도 수 조원 대의 적자를 낸다면 앞으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정부의 지원책이 세금 유예에 집중된 점에 대해서는 정유업계에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항공과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에 40조 원 이상을 대출과 지급 보증, 출자 등을 통해 지원한 것과 달리, 정유업계는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정유업계 4사 대표는 22일 성윤모 장관을 만나 정부가 지속해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정부는 석유수입·판매부과금과 관세 납부유예, 석유공사 여유 비축시설 임대, 전략비축유 조기·추가 구매 등 정유업계 지원정책을 발표해 추진해왔는데 이번 회담을 바탕으로 추가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정유업계는 ▲LPG를 생산하는 원유에 대한 석유수입부과금 미부과 ▲개별소비세법 상 과세물품에서 정제공정 원료용 중유 제외 또는 조건부 면세 적용 등을 추가로 건의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체들의 자구책은 아직 초기 상태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임금조정, 희망퇴직 등 자구책의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의 각종 세금 유예 정책으로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정부의 7대 기간산업 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만큼 원유에 대한 석유수입부과금 미부과 등 세율이라도 인하해줘야 한다는 입장"이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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