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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철근 구매가는 고무줄?...현대산업개발 66만 원, 현대건설 7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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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철근 구매가는 고무줄?...현대산업개발 66만 원, 현대건설 72만 원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5.06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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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철근 구매가격을 들쭉날쑥하게 공개하면서 공시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영업기밀을 이유로 정확한 가격을 공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시장에서는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 순위 1~10위 중 전자공시에 철근가격을 공시한 8개 업체를 확인한 결과 업체별로 3개사가 동일한 가격을 기재했고, 나머지 업체들은 상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준은 SD400, 두께 10㎜로 같았다.

건설사들은 거의 비슷한 가격에 철근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시된 구매가는 톤당 최저 66만 원에서 최고 72만 원으로 차이가 난다. 
 

GS건설(대표 임병용), 포스코건설(대표 한성희), 롯데건설(대표 하석주)은 지난해 철근 구매가격을 톤당 71만4000원으로 기재했다. 이들 세 업체들은 2018년과 2017년에도 각각 74만 원, 68만5000원으로 가격이 똑같았다.

반면 삼성물산(대표 이영호), 현대건설(대표 박동욱), 대림산업(대표 배원복), 대우건설(대표 김형), HDC현대산업개발(대표 권순호) 등은 철근 구매가격이 달랐다. 현대건설은 72만4000원으로 공시상으로는 건설업체들 중 가장 철근 구매가격이 높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철근 구매가격으로 톤당 69만5000원, GS건설은 71만4000원, 대림산업은 71만7000원을 기재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철근 구매가격으로 66만2000원을 표기하며 가장 싸게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한 가격이 실제 구매가격이라면 현대건설(72만4000원)보다 무려 톤당 6만2000원을 저렴하게 구매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7년, 2018년에도 타 업체들보다 최대 8만 원이나 철근 구매가격이 낮았다.

철근 구매가격은 건설사-제강사간 월별, 분기별로 정하는 고시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이후 업체별로 구매물량, 거래관계 등에 따라 할인이 들어가는 구조로 실제 구매가격은 업체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건설사들의 철근 실제 구매가격은 일급 기밀로써 취급된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우리가 실제로 구매하는 가격을 기재한 것이고 다른 업체의 사정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지난해 실제로는 HDC현대산업개발처럼 60만 원 중후반대로 구매했으나 표면적으로 정해지는 고시가격을 기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의 철근 구매가격(2019년 71만4000원)이 3년간 같았는데 이 가격이 고시가격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월별 철근 고시가격은 71~72만 원 선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실제 구매가격과 가장 가깝게 기재했고, 타사들은 톤당 수만 원 차이가 나는 부정확한 가격을 기재했다는 얘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규모가 더 큰 현대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보다 톤당 6만 원 이상 철근을 비싸게 샀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실제로는 작년 업체들의 철근 구매가격이 60만 원 중후반대로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부정확한 철근 구매가격을 공시에 기재하는 것은 실제 구매가격을 적을 경우 회사 영업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철근 제조업체로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뿐만 아니라 포스코가 베트남 생산법인에서 철근을 수입하며 시장에 가세한 지 오래이며, 10여개 이상의 중소 제강사들이 난립하고 있다.

정확한 철근 구매가격을 공개하게 되면 영업상 여러가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철근가격 담합으로 철강업계가 1000억 원대 과징금을 받은 일이 대표적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가격정보 유출에 매우 민감해 실제 가격을 공시에 기재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주들의 알 권리와 건설사들의 철근 가격 매입정보 보안유지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들의 혼선을 막기 위해 현대산업개발처럼 실제 구매가격에 가깝게라도 기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7년 말에는 한 언론사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철근을 싼값에 구입하는 특급 노하우는'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조선업계 대표주자인 현대중공업은 후판 매입가격을 뻥튀기로 수년간 허위기재한 것이 2016년 말 본지 보도로 밝혀진 이후 정정공시를 내고 가격기준을 바꾼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자공시만 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상당한 차이로 싸게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된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허위공시를 단속하고 관리하는 금융감독원은 "일급 보안사항이란 이유로 정확한 정보가 공시 담당자에게 전달되지 않는게 사실"이라며 "(금감원에서) 그렇게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데다 기재한 내용이 고시가격 기준이라 하더라도 문제삼기 어려우며, 3개년간 가격 추이를 보는 것에 더 의의를 둬야 한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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