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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실적 악화로 직원 급여 된서리...올해 이어 내년 성과급도 대폭 삭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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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실적 악화로 직원 급여 된서리...올해 이어 내년 성과급도 대폭 삭감 불가피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6.04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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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평균 1억 원을 훌쩍 넘겼던 정유업계 직원들의 급여가 실적부진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조 단위 적자를 내면서 향후 성과급 축소에 따른 급여 삭감이 예상된다.

SK에너지(대표 조경목), GS칼텍스(대표 허세홍), 에쓰오일(후세인 알 카타니), 현대오일뱅크(대표 강달호) 등 정유4사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해마다 기본급의 800~10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2019년 실적이 악화되면서 올해 받는 성과급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1000%에 육박했던 성과급 규모가 2년 만에 반토막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SK에너지는 2018년 최대 1050%의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올해에는 400% 정도만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GS칼텍스는 2018년 680%에서 올해 약 380% 수준으로 성과급을 줄였다. 에쓰오일도 2018년 1000%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했으나 올해 400%로 책정됐다. 성과급 개념이 없는 현대오일뱅크는 실적에 연동해 지급하는 변동급여가 전년 대비 줄어들은 것으로 파악된다.
 

성과급이 줄어들면서 정유업체들의 직원 평균 연봉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SK에너지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3200만원으로 2018년 1억5200만 원보다 15.2%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1100만 원으로 2018년(1억3800만 원)보다 20.3% 감소했다. GS칼텍스는 2018년 1억2500만 원에서 2019년 1억1100만 원으로 11.2%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900만 원으로 2018년(1억1500만 원)보다 5.2% 감소했다.

정유4사는 보통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성과급 또는 상여금을 지급한다. 2017년 정점을 찍고 2018년, 2019년 2년 연속 실적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성과급이 깎이고 평균 연봉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실적이 사상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유4사는 지난해 1분기 1조31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4조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3조8239억 원)을 냈다. 지난해 정유4사 총 영업이익은 2조2253억 원인데 올해 1분기 만에 작년 벌어들인 수익보다 1조 6000억 원 많은 손실을 봤다.

 

2분기에는 1분기보다 유가가 반등하며 상황이 조금 나아지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4개사를 합쳐 조 단위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제마진이 여전히 마이너스인데다 재고평가손실이 또 다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반기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얼마나 실적 회복을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내년에는 성과급 지급이 아예 없거나 대폭 삭감될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의 경우 업체별로 400% 내외의 성과급을 받으며 여전히 1억 원대 평균 연봉을 기록했지만 성과급 지급이 없어지거나 대폭 삭감되면 평균 연봉도 대폭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유업계 평균 연봉은 구조조정이 단행된 2014년 당시에 비해 업체별로 각각 40~80% 상승한 수준이다. 2019년 100대 기업 연봉 순위에서 SK에너지가 1위, GS칼텍스가 6위, 에쓰오일이 7위, 현대오일뱅크가 8위에 올랐다. 정부에 지원요청을 하고 있지만 정유사들이 직원 연봉 삭감 등 자구책을 고민하지 않고 정부에 지원부터 바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잇따른 설비 및 신사업 투자로 정유업체들의 순차입금(총 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뺀 수치)은 에쓰오일이 6조889억 원, GS칼텍스가 5조4512억 원, 현대오일뱅크가 3조 4530억 원, SK에너지가 2조9568억 원에 이른다. 지금처럼 악재가 겹쳐 미래가 불투명할 때 차입금이 많고 현금이 부족하면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 대정부 간담회 때 각 사 대표들이 유동성 위기를 운운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너무 높은 직원들 급여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쓰오일은 창사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임원급여 일부를 반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추가적인 희망퇴직이나 임금 삭감 조치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정유사들이 조 단위 적자를 낸 상황이어서 하반기 회복되도 2019년보다 실적이 더욱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년도 실적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내년에는 성과급을 기대할 수 없어 평균 연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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