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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위한 기업, 기업을 위한 사회①] 국가적 위기에 우리 기업들이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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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위한 기업, 기업을 위한 사회①] 국가적 위기에 우리 기업들이 함께 달린다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7.16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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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은 위기가 우리 사회에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코로나19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주요 일원인 기업의 경쟁력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추세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생산과 고용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심도 있는 연구와 노력을 펼치는 중이다. '기업은 사회를 위해 일하고, 사회는 기업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주는'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현재 어떤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 지를 심층 보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일본은 한국으로 향하는 반도체 핵심 소재 3가지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행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위안부 재단 해체 등 정치적 이슈 때문에 일본 정부가 애꿎은 우리 기업들을 상대로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일본에서 핵심 소재를 공급 받는 국내 기업들은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들 품목은 국산화가 쉽지 않아 한두 달 내로 재고가 바닥날 경우 반도체생산 공정이 올스톱되는 최악의 위기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조치에 전국민이 분개하며 'NO재팬'을 외치고 있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즉시 일본으로 날아갔다. 수출 규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한·일 관계 개선에 기여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은 정부와 손잡고 1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나섰다. 또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기술 등을 소재·부품·장비 업체에 지원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결국 우리 기업들은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고순도 불화수소,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의 소재를 빠르게 국산화하면서 위기를 잠재우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을 볼모 삼아 정부에 압박을 가하려던 일본 정부의 꼼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수출규제 이후 일본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 감염사태라는 또 다른 위기가 덮쳐왔다.

전세계가 방역문제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내에서도 마스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졌고, 경기침체로 위기를 맞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이 때도 국내 기업들이 팔을 걷어 붙였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는 33개국 113개 업체를 비밀리에 방문해 한국 공적 마스크 규격(KF)에 맞는 부직포를 확보했지만 구입 계약에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정부는 즉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도움을 요청했다. 삼성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가 주도할 경우 40일이 걸릴 계약을 단 5일 만에 끝냈다. 심지어 원료 수출국의 정부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일처리가 신속했다.

이를 통해 6월까지 총 53톤의 부직포가 수입되면서 마스크 공급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삼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스크 생산량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제조 전문가를 중소기업에 파견해 생산공정 개선활동도 펼쳤다. 협력사를 위해 2조 원 이상의 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말 최태원 SK 회장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임직원들의 헌혈 릴레이 봉사가 진행 중인 서울 중구 SKT타워에 나타났다. 홍보실에서도 최 회장의 등장 이후 부랴부랴 보도자료 배포에 나섰을 정도로 깜짝 행보였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혈압을 잰 뒤 헌혈 릴레이에 동참했다. 이후 코로나19로 부족한 혈액 수급을 위한 SK 헌혈 릴레이는 전 계열사로 확산됐다.
헌혈 캠페인에 깜짝 등장한 최태원 SK 회장
헌혈 캠페인에 깜짝 등장한 최태원 SK 회장

최 회장의 헌혈 이후 SK와 함께 ‘기업시민’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은 즉시 광양 앞바다로 달려가 환경 정화활동을 펼쳤다.

후원금을 한 기업은 손에 다 꼽지도 못할 정도로 무수하다. 현대자동차는 코로나 피해가 극심했던 대구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십억 원어치 지역화폐를 구입했다. LG도 수백억 원대의 성금을 기탁했다. 또 삼성, 현대차, LG, 한화 등 대기업 그룹들은 임직원을 위한 연수원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거리낌 없이 제공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침체되고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 국면을 맞고 있으면서도 우리 기업들은 국민들과 보조를 맞추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사회적 위기고조로 기업의 생존전략도 변화...CSR전략 근본적 변화 필요

우리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이미 오래 전부터 기울여왔고, 최근 들어서는 그 넓이와 깊이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한다는 개념은 재계에서 자연스레 자리를 잡았고,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가치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여겨진다.

현재 한국사회는 부(富)의 양극화, 일자리 절벽, 지역·연고주의, 환경위기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런 장애물들이 기업의 성장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동체 사회에서 환경적 위기는 과거 경제성장 중심 발전 모델과 무관하지 않다”며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사회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회적 가치 창출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이재혁 고려대 국제경영 교수는 “CSR은 과거 기업들에게 일방적인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것으로 인식됐다”며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환경이나 사회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게는 게 CSR의 가장 큰 목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비재무적 성과가 비즈니스 경쟁력의 원천임을 파악하게 되면서 CSR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할까?’의 이슈가 아닌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차별 받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속도에 비해 해결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부, 공공기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며 “과거 기업은 주주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데 치중했으나 이제는 이익을 대변하는 폭이 주주, 고객, 비즈니스파트너, 사회 등 이해관계자로 폭넓어 졌다”고 말했다.

과거 기업들은 잉여금을 가지고 기부 등의 사회공헌을 진행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에 있어서 당장 돈으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미래에 더 큰 경제적 가치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일본 불매운동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언택트 비즈니스 성장, 플라스틱 사용 규제 완화, 제조업 밸류 체인(Value Chain) 붕괴, 불화수소 국산화 진행,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른 바이오제약 산업 호조 등 기업의 비즈니스 역학이 바뀌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무게가 더욱 커지고 있다.

새로운 것, 과거에 조명 받지 못했던 것들이 뜨면서 산업계가 재편되는 가운데 소비자(고객)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선진국에서는 기관투자자, 연기금 등이 최고경영자(CEO)에게 환경적 기여, 공정무역 등에 대한 압박을 하는 추세다.

지난 2018년 네덜란드 연기금(ABP)은 인도네시아 열대림을 파괴하는 포스코대우에 투자한 것을 두고 자국에서 비판을 받았다. 결국 ABP는 포스코대우 투자금 1억5700만 유로 중 30만 유로를 뺐다. 한화 약 4억 원 규모로 금액 규모를 떠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상징적 측면에서의 의미가 있다.

장용석 연세대 교수는 “경제위기, 오일쇼크 등 위기가 많았지만 국민 개개인이 모두 위기라고 여긴 적은 역사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처음”이라며 “개인이 겪고 있는 고통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사회적 가치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사회적 가치를 통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만들고 비즈니스 혁신 모델 경쟁 원천으로 삼을 수 있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는 지난 3월 45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병 대유행을 막는 등 사회공헌에 몰두하기 위해서다. 평소 ‘기부왕’이라 불리던 그는 이제 ‘코로나 투사’의 대표자로서 인식이 강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정성미 부사장은 지난해 사회적가치 관련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기 힘들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기업입장에서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역할이자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이재혁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기업들은 자사의 CSR 전략을 객관적으로 검토해보고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전 세계적으로 재개편 되는 밸류 체인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 국내 기업 사회적 가치 창출 수준 높아졌지만 글로벌 기업엔 못 미쳐

국내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의 트렌드 변화 파도에 이미 몸을 싣고 있다. 기부, 임직원 봉사 등 단순 노력봉사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 해결, 지역사회 공헌,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전문가 양성,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 등 사회적 가치창출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임직원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재능기부 활동도 늘고 있다. 협력사의 경영자문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재무적 수치로 환산하는 등 새로운 관점에서 CSR 평가에도 나선다.

최근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발생했을 때 삼성전자는 해외에서 33만장을 확보해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에 제조 전문가를 파견해 기존에 보유한 설비를 활용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공정개선과 기술을 전수했다.

SK는 납세·고용·배당 등 경제간접 기여성과, 제품 개발·생산·판매 과정과 환경영역에서 발생한 비즈니스 사회성과, 지역사회 사회공헌 성과 등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재화로 환산한 실적을 발표한다.

롯데는 2013년부터 해외참전용사 보은사업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취임 후 경영이념으로 ‘기업시민’을 내세웠다. 경제적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화와 현대중공업 역시 기업시민을 강조한다.

KT는 ICT 역량을 나눔으로써 IT 창업활동을 지원한다던지, 멘토링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를 꾀하고 있다. 이마트와 KT&G는 고객만족제도, 신문고제도 등을 통해 소비자 가치 향상에 관심 갖고 있다. SPC그룹은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한 전담부서를 운영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CSR 전략이 과거와 달라졌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수준에는 아직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여전히 존재한다.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는 현지 상황에 맞는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각종 영양학적 연구를 실시해 고객의 선택을 이끄는 전략을 실행했다. 저렴한 가격에 영양이 풍부한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해 빈곤층의 영양 결핍 해소에 일조했다. 이 전략은 신흥시장에서 소비자 신뢰를 얻으며 성장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는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분야에만 2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가구 원료와 관련 있는 재생에너지, 바이오 소재 개발에 투자하며 건강한 소비를 이끌기 위한 고민을 강조한다.

아웃도어브랜드 파타고니아는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개발했고, 전체 매출의 1%를 ‘지구를 위한 세금’이라 명명하며 전 세계 풀뿌리 환경 단체 지원에 쓴다. 사내에는 지구 살리기 활동에만 전념하는 환경팀이 존재한다. 수십 년 한결같은 환경 보호 활동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은 파타고니아 매출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는 2030년까지 제품 생산과 사용의 환경적 발자취를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비즈니스가 성장할수록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비례해 커지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니레버는 베트남에서 물 절약이라는 사회적 가치 활동을 통해 ‘좋은 기업’ 이미지를 얻고 P&G에 턱 없이 밀리던 섬유 유연제 시장을 양분할 정도로 성과를 냈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베트남의 ‘물 낭비’ 문제를 고민했고, 출시 후에는 정부, 시민단체와 협력해 물 절약 세탁 방법을 적극 알렸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화학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이산화탄소 중립 성장 정책과 땅·바다에서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 등으로 환경보호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도 꼽힌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과 경제적 성과를 함께 내고 있다.

장용석 고려대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은 본래의 업과 사회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는 전략으로 사회적 책임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그 속에서 업의 본질에 맞는 비즈니스를 찾아내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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