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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 복합점포, 사모펀드 사태에 불판 온상으로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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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 복합점포, 사모펀드 사태에 불판 온상으로 눈총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0.07.21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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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일부 금융투자상품 환매 지연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급증하면서 '은행-증권사 복합점포'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라임자산운용 펀드(이하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이하 디스커버리펀드) 중 상당수가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통한 판매로 알려지면서 성과를 높이려는 고의적인 불완전 판매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이미 증권사 점포 절반이 복합점포인만큼 당초 설립 취지인 장점은 살리고 불완전 판매 등 리스크 개선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은행 직원이 소개한 무역금융펀드 알고 보니 이미 76% 손실난 부실 상품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관련 분쟁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분조위에 상정된 피해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모 장학재단의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하자 담당 은행 직원은 재단 측에 금리가 높은 상품이 있다며 금융그룹 WM 복합점포를 통해 동일 금융지주계열 증권사 직원을 소개했고 그가 제시한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이미 76% 손실이 발생한 부실 펀드였고 손실이 드러나자 은행 직원은 자본시장법으로 금지된 '손실보전각서'까지 쓰는 등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건이었다.

이는 은행-증권 복합점포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소개영업 불완전판매에 속한다. 장학재단은 그동안 정기예금만 줄곧 이용한 원금보장형 성향이 강한 투자자였지만 부실 초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면서 졸지에 수 십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이 외에도 가입자의 의지와 다르게 은행 고객임에도 증권사에서 가입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한금융은 라임 펀드 고객 상당수가 복합점포 '신한 PWM'을 통해 상품 가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고객 일부도 계열 증권사인 IBK투자증권에서 펀드에 가입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는 등 불완전 판매 의심 사례가 이어졌다.

일부 은행·증권사 직원들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고 특정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보장이 된다"는 식으로 현혹 판매한 정황이 드러났다. 평소 친분이 있던 주거래은행 직원의 소개 상품이라 의심없이 투자했다 환매중단이 되고서야 은행이 아닌 계열 증권사를 통해 상품에 가입한 것을 인지한 투자자도 많았다. 

지난 17일 여의도 IBK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열린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주최 집회에서 만난 피해 투자자들은 "IBK투자증권이 기업은행 복합센터에서 고객을 기업은행 상품으로 오인시켜 펀드를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주부 A씨는 "은행 직원이 일반예금과 다름 없는 상품이라며 수 차례 판촉 연락을 했고 거절하자 남편 직장까지 가서 설득하겠다고해 가입했다. 나중에서야 기업은행이 아닌 계열 증권사인 IBK투자증권을 통해 고위험 사모펀드에 가입된 사실을 알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드러난 정황대로라면 당연히 사기 판매가 성립되고 처벌 대상이지만 상식적으로 이런 무리한 판매방식 이행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소개 영업이란 명분이 있지만 현장에서 이처럼 적극적으로 상품을 권유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다른 증권사를 이용하는 계열 은행 고객을 자사 증권사에 소개하는 영업이 많긴 하지만 금융투자상품 거래 경험이 없는 고객에게 소개 영업으로 접근하는 것은 증권사 직원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잘 시도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 복합점포化는 이미 대세... 증권사 점포 절반이상 '복합점포'로 구성

금융지주계열 은행과 증권사의 복합점포 전략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15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시행으로 금융지주회사에 속하지 않는 금융투자회사들도 계열사와 공동으로 고객 상담, 안내, 투자권유, 계약체결 등의 업무 수행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복합점포화는 급속도로 번져갔다.

당시 은행과 증권사 간 칸막이를 제거해 복합점포 활성화를 추진했는데 금융위원회는 기존 점포를 복합점포로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을 증권 등 다른 금융회사로 소개·유치하여 지주의 비은행부문 강화가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증권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5개 금융지주 계열 은행과 증권사 복합점포는 전국적으로 수 백여 곳이 개설돼 있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등은 자사 점포 중 절반 이상이 이미 은행 복합점포로 구성돼 있다.

은행-증권 복합점포가 가장 많은 KB금융은 WM복합점포(73개)와 CIB복합점포(9개)를 포함해 총 82개의 복합점포를 개설했고 신한금융도 PWM센터와 PWM라운지, 신한금융IB플라자 등 복합점포가 66곳, 하나금융도 WM센터, 골드클럽 등의 이름을 가진 복합점포가 38개다.

금융지주 계열은 아니지만 기업은행은 자사가 지분 85%를 보유한 계열 증권사인 IBK투자증권과의 복합점포인 'IBK WM센터'가 전국적으로 18개다. 특히 IBK투자증권은 전체 점포 26개 중 18개가 복합점포일 정도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장기적으로 전체 점포의 복합점포화를 목표로 점포 전략을 계획중이다.

▲ 국내 주요 금융지주계열사 금융복합점포는 수백여 곳에 달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원스톱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 국내 주요 금융지주계열사 금융복합점포는 수백여 곳에 달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원스톱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향후 금융지주 계열사들의 복합점포 전략은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풍부한 고객층과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과의 조합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복합점포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 업무를 동시 처리하고 다양한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은행과 증권의 PB들이 제공하는 부동산·세무·자산관리 등의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원금보장형 성향이 강한 은행 고객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공급이라는 취지가 적절한 지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복합점포 설립 자체가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는 만큼 운영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금융복합점포는 여러 금융상품을 한 번에 비교하는 편리성 차원에서 원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가령 금융회사는 고위험 상품을 고객이 투자하려고 할 때 고객의 소비, 투자행태, 소득수준 등을 타이트하게 고려해 상품을 감내할 만한 지 판단해야 하고 고객 역시 스스로를 스크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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