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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위한 기업, 기업을 위한 사회⑤] 소비자와 함께하는 기업...고객 중심경영으로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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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위한 기업, 기업을 위한 사회⑤] 소비자와 함께하는 기업...고객 중심경영으로 ‘윈윈’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7.27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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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은 위기가 우리 사회에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코로나19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주요 일원인 기업의 경쟁력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추세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생산과 고용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심도 있는 연구와 노력을 펼치는 중이다. '기업은 사회를 위해 일하고, 사회는 기업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주는'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현재 어떤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 지를 심층 보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일 인터넷상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이마트(대표 강희석) 강릉점을 방문해 카트를 끌며 쇼핑을 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 부회장의 모습이 SNS에서 시선을 모으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불과 이틀 전인 18일에도 이마트를 방문한 게시물을 올렸는데, 그는 ‘(어디인지는)안 알려드림’이란 재치 있는 문구로 관심을 더욱 유발하는 기술(?)도 발휘했다.

이마트가 자체 생산하는 식품브랜드(PB) 피코크의 어메이징 즉석떡볶이, 샤인머스캣, 크레페 등을 구매한 사진도 종종 올린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껏 폼 잡는 모습이나 가족과의 일상도 공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은 딱딱하고 멀게 느껴지는 재계 총수 이미지와 달리 소비자에게 친근함을 주는 효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SNS에서 활동 중인 기업가의 모습은 흔히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그가 올린 게시물에는 평균 2만개의 ‘좋아요’가 화답한다. 신세계·이마트에 우호적인 소비자가 늘어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는 장면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의 제품의 질에만 주목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똑똑한 소비의 개념이 질 좋은 물건을 값싸게 구매하는 것에서 기업에 대한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 주목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봉사 등 CSR에 힘쓰는 이유다.

기업들은 과거 소비자 불만을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하는 비용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소비자 중심경영을 펼치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적극 개발하는 등 고객을 받들며 함께 가는 대상으로 여긴다.

◆ 소비자중심 경영으로 권익 제고...기업도 ‘윈윈’

과거 캐나다 출신 유명 가수 데이비드 캐럴은 유나이티드 항공사 비행기를 탄 뒤 수하물로 맡긴 자신의 기타가 짐칸에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3500달러짜리 기타는 파손됐고, 데이비드는 보상을 받기 위해 9개월 동안 항공사에 수차례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의 불만을 들은 항공사 관계자들은 한 입으로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며 보상을 거절했다.

화가 치민 데이비드는 항공사에서 겪은 감정을 토대로 ‘유나이티드는 기타를 깨부수고 있다’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은 게시 한 달 만에 5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유나이티드와 관련된 불쾌한 경험이나 보이콧 하자는 의견이 900만 건 이상 달렸다. 유나이티드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0년대 들어 소비자들의 주권의식이 높아지고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고객 불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을 갖추고 있다. 소비자 목소리의 확산 속도와 파급력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LG전자(대표 권봉석·배두용)는 고객들의 불만과 제안 사항들을 하루 혹은 주간 단위로 분석하는 VOC위원회를 운영한다. 소비자의 니즈를 품질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로 가전 AS 불만을 30% 줄이는 효과를 봤다. 휴머니즘 스쿨을 통해 서비스 엔지니어들에게는 서비스철학을 교육한다.

KT(대표 구현모)는 소비자 만족도 제고를 위해 CEO 직속에 고객최우선경영실을 두고 있다.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신입사원들이 고객 입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레인보우체이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파리크라상(대표 황재복)은 품질 관리 강화 등을 위한 전담부서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케이크 배달을 바라는 소비자 요구가 접수됐고, 제품 파손 없이 오토바이 배달이 가능한 ‘케이크 딜리버리 패키지’가 탄생하기도 했다.

롯데홈쇼핑(대표 이완신)은 소비자보호, 경영단체, 법조 등 분야별 전문인사로 구성된 시청자위원회가 매달 정기 회의를 진행한다. 시청자 입장을 대변하는 회의를 통해 자막 가독성 향상, 방송언어 개선, 상품 정보 보완 등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마트, 홈플러스(대표 임일순), 롯데마트(대표 문영표) 등 대형마트들은 한 해에 발생하는 계산착오가 10만 건이 훌쩍 넘는다는 점에 착안해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계산착오 보상제’를 도입하고 있다. 잘못을 지적하면 3000원~5000원가량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행사품목이 품절될 경우 10일 동안 해당 가격으로 재구매할 수 있는 고객만족제도도 갖추고 있다.

KT&G(대표 백복인)는 고객센터와 별도로 인터넷상에 신문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불만 사항은 물론이고 부조리에 대한 신고가 가능하다.

소비자 중심경영은 결국 기업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미국 퍼듀 대학 조사에 따르면 89%의 고객은 “제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해당 기업이 나의 불만을 경청하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그 기업의 제품을 재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LG경제연구원은 “과거 기업들은 소비자 불만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하는 비용 개념으로 인식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2010년대 들어서는 소비자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 고객 이탈을 미연에 방지하는 선제적 대응 경영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 제공...지속가능기업 위한 핵심요소

롯데칠성음료(대표 이영구)는 올 들어 5월까지 매출이 전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실적 상승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생수를 배달해주는 정기 구독 서비스. 저렴하고 편안함을 제공해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서비스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구독 서비스는 유통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소비자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해 그 기간 동안 상품을 제공 받는다. 편하면서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단골손님을 붙들 수 있다.

이마트는 피자, GS25는 택배·원두·도시락, 버거킹(대표 문영주)은 햄버거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금융과 자동차업계에는 비대면 영상 상담이 도입되고 있고, 타이어 회사들은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 타이어를 장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이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중국기업 추격, 경쟁심화, 대외악재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입장에서 소비자 중심 경영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SK텔레콤(대표 박정호)은 최근 ‘3대 유통 혁신’에 나섰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원하는 장소가 어디든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바로도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매장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보안 전문가의 컨설팅을 기반으로 이용자 정보보를 보호하는 ‘프라이버시 청정 매장’으로 새로 꾸몄다. 9월에는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해 무인매장도 오픈할 예정이다.

KT 역시 지난 20일 ICT를 오프라인 매장에 도입해 소비자가 직접 유무선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갖췄다.

유통업계는 빠른 배달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며 소비자 편의 증진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침체된 오프라인 시장의 활력을 도모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24시간, 30분 내 배달’을 목표로 PB브랜드 피코크 상품 배달서비스를 도입했다. 롯데백화점(대표 황범석)과 롯데마트는 서울 전역 3시간 이내 배달이 이뤄지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6월부터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반찬과 회도 배달한다.

파리바게뜨는 업계 최초로 매장별 빵 나오는 시간을 앱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달부터는 커피와 샌트위치를 한 달 동안 매일 제공하는 ‘월간 구독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코웨이(대표 이해선), 바디프랜드(대표 박상현) 등 대표 렌탈 업체들은 렌탈기간을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렌탈료가 부담되면 렌탈기간을 길게 늘려 매월 납입되는 금액을 줄이는 방식이다.

현대차(대표 정의선·이원희·하언태)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새 차량을 살 수 있도록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출고 후 한 달 내에 차종을 바꾸고 싶으면 교체할 수도 있다. 출고 1년 내 차 사고를 당하면 수리비를 부담하고 다른 모델 신차로 교환도 가능하다. 구입 후 실직 등의 이유로 유지가 힘들어질 경우 잔여 할부금을 내지 않고 차량을 반납할 수 있어 ‘실직자 구제 프로그램’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비자들과의 소통 창구인 고객센터에는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챗봇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2017년 풀무원(대표 이효율), 대신증권(대표 오익근) 등이 업계 최초로 챗봇을 도입했고 아시아나항공(대표 한창수), 현대카드(대표 정태영), 현대건설(대표 박동욱), 삼성전자서비스(대표 심원환) 등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잇달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문장을 인식해 대화가 가능한 업그레이드 된 챗봇 상담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특히나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이는 곧 기업의 사회성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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