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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상장사 등기임원 86% 내부인사...신동빈 회장, 순혈주의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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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상장사 등기임원 86% 내부인사...신동빈 회장, 순혈주의 깰까?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10.2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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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롯데그룹이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파격적인 쇄신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인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 그룹의 2인자였던 황각규 부회장이 퇴진했고, 이달 20일에는 롯데쇼핑 기획총괄 임원에 컨설턴트와 동아ST 출신의 정경운 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이미 인사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롯데 특유의 '순혈주의'가 이번에는 깨질 것이라는 예상도 뒤따르는 상황이다.

특히 롯데그룹 상장사 사내이사 21명 가운데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 롯데제과 이영호 대표, 롯데케미칼 김교현·임병연 대표, 롯데푸드 조경수 대표 등 8명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큰 폭의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그룹 10개 상장사 중 법인대표 체제인 롯데리츠를 제외한 9곳 CEO와 사내이사(전무급 직위 이상)의 입사연도와 회사를 조사한 결과 21명 중 18명(85.7%)이 롯데그룹 계열사 입사자로 집계됐다.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는 롯데케미칼 이영준 대표, 롯데정밀화학 신준혁 전략기획부문장, 롯데하이마트 김진호 상품본부장 등 3명이다. 김 본부장은 롯데가 2012년 인수하기 전부터 하이마트 재직 중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외부 인사는 2명으로 줄어든다.

롯데를 이끌고 있는 주요 경영진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그룹 2인자 황각규 부회장의 뒤를 이어 8월부터 롯데지주를 이끌게 된 이동우 대표와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는 나란히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롯데백화점 황범석 대표 역시 1992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CEO자리까지 올랐다. 롯데하이마트 황영근 대표와 롯데푸드 김재열 홈푸드사업본부장도 롯데백화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유통과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석유화학분야 주력사인 호남석유화학 출신도 4명에 이른다.

롯데는 1979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했는데 롯데케미칼 김교현·임병연 대표, 롯데정밀화학 정경문 대표와 주우현 경영본부장 등이 호남석유화학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롯데가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한 이후 입사했다.

롯데제과 민명기 대표와 롯데푸드 조경수 대표는 1985년과 1986년 롯데제과에 입사했다.

입사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 CEO 및 등기임원이 된 인물도 9명에 이른다. 앞서 언급된 롯데백화점 황범석 대표를 비롯해 롯데칠성 이영구 대표, 롯데제과 이경훤 중앙연구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외부영입 인사는 롯데케미칼 이영준 대표와 롯데정밀화학 신준혁 전략기획부문장, 롯데하이마트 김진호 상품본부장 등 3명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삼성종합화학, 신 부문장은 듀폰코리아, 김 본부장은 하이마트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처럼 내부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는 데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꼭 내부인사를 등용한다는 인사기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외부인사 영입에 인색했던 롯데그룹이지만, 최근 순혈주의 타파를 비롯해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롯데쇼핑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매출 16조4888억 원, 영업이익 2697억 원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비해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37% 감소한 수치다. 또 다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롯데케미칼도 매출(전망치 12조3856억 원)이 18.1% 감소하고, 영업이익(2349억 원)은 78.8%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8월 황각규 부회장 사퇴 이후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을 후임자로 정하는 한편, 롯데물산과 롯데렌탈 등 일부 계열사 대표를 교체한 바 있다. 롯데가 연말 정기 인사가 아닌데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어서 신동빈 회장의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따르고 있다.

두 달 가량 일본에 체류하다가 지난 11일 귀국한 신동빈 회장은 계열사 업무보고와 함께 정기인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인사시기도 예년보다 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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