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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창업3세 경쟁 불붙나?...큰집 허은철·용준 쌍두마차 체제에 작은집 허일섭 일가 지분 확대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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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창업3세 경쟁 불붙나?...큰집 허은철·용준 쌍두마차 체제에 작은집 허일섭 일가 지분 확대 분주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12.0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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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아들들이 GC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GC)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창업 3세로의 후계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 허영섭 회장의 동생인 허일섭 녹십자 회장 일가는 지분구도에서 앞서고 있지만, 허일섭 회장의 장남은 아직 사내에서 입지가 확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허일섭 회장 일가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꾸준히 높이고 있어 향후 승계경쟁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녹십자는 아직까지 후계구도가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3세 중에서는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과 삼남이 경영능력을 인정 받으며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차남인 허은철 사장은 2015년부터 GC녹십자 대표로 재임 중이고 삼남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도 지난 1일 정기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CEO로서 무게감을 높였다.

허일섭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 상무는 아직까지 사촌형들에 비해 직위가 낮고 나이도 10살가량 어려서 앞으로 경영수업을 더 받아야 하는 처지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왼쪽),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허일섭 녹십자 회장(왼쪽),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50.7%인데 오너 일가 23명과 임원 4명, 재단 3곳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집안별로는 허일섭 회장 일가가 14.09%로 지분율이 가장 높다. 허영섭 일가(6.17%)와 허남섭 일가(3.26%), 허동섭 일가(3.18%)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허일섭 일가는 측근 임원의 지분을 더하면 우호지분율이 18.96%에 달하지만, 큰집인 고 허영섭 일가도 재단 보유분을 합치면 우호지분이 12.65%로 높아진다.

결국 남은 오너일가의 지지에 따라 3세 후계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고 허영섭 회장은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차남이고, 허일섭 회장은 오남이다.

개인 최대주주는 허일섭 회장(12.16%)이다. 허 회장의 지분은 5년 전인 2015년 말 11.51%였으나 매년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허진성 상무도 0.41%에서 0.69%로 지분율을 높였다. 허 회장 차남 허진훈 씨도 0.36%에서 0.64%로 지분율이 올랐다.

최근 5년간 허일섭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12.88%에서 14.09%로 높아졌다. 허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용태 부회장(4.87%) 지분을 더하면 지배 지분율은 18.96%로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허일섭 회장은 11월 6일 GC녹십자 주식 3만주를 매각해 119억 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허 회장의 GC녹십자 지분율은 0.82%에서 0.56%로 낮아졌다. 매도 자금은 향후 지주사 지분 매입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세로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매입할 경우 허 회장의 지분율은 12.84%까지 높아지게 된다는 계산이다. 박용태 부회장도 10월 30일과 11월 3일, 6일 총 1만7000주의 주식을 매도해 56억 원을 손에 쥐었다.

허 회장의 지분 매도 시기는 GC녹십자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고점을 찍었을 때다. 허 회장은 주당 39만5561원 에 매도했다. GC녹십자 주가의 최고치는 허 회장이 지분을 매도한 11월 6일 종가로 41만5000원 이다. 이후 주가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36만 원(2일 종가)까지 13.3%나 떨어졌다.

허 회장의 장남 허진성 상무와 차남 허진훈 씨는 현재 보유 주식의 55.8%와 57.3%가 주식담보로 잡혀 있어 당장 홀딩스 지분율을 높이기엔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5년간 허영섭 회장 일가 지분율도 6.12%에서 6.17%로 올랐지만 허일섭 일가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미미하다.

대신 허영섭 회장 일가는 목암과학장학재단과 미래나눔재단을 우호지분으로 갖고 있다. 각각 허은철, 허용준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재단 두 곳의 지분을 더하면 허영섭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12.65%로 높아져 허일섭 회장 일가와 격차를 크게 좁힌다.

박용태 부회장이 10월 말 GC녹십자 지분을 매도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래나눔재단은 11월 3일과 4일 GC녹십자 주식 4만8171주(0.41%)를 전량 매도, 175억 원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허은철 사장과 허용준 사장 역시 녹십자홀딩스 지분의 34.2%와 49.8%로 담보로 잡히고 있어 지분을 당장 늘리기엔 여력이 달린다.

8.73%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허일섭 회장이 대표를 맡고, 허은철 사장이 이사로 등재해 힘의 균형추를 맞추고 있다. 추후 두 집안 간 지배력 경쟁에 있어 캐스팅보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유지를 위해 보유 지분을 녹십자홀딩스의 의결권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정기 인사에서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녹십자그룹은 대표기업인 GC녹십자는 허은철 사장이, 지주사는 허용준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3세 형제경영 체제를 본격 구축하게 됐다.

녹십자그룹은 오너 일가→녹십자홀딩스→GC녹십자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오너 개인의 지분 변동에 대해서는 사유를 알기 힘들다”면서도 “사촌경영 체제로 현재 특별한 이슈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 간 비슷한 지분율로 경영권 다툼 분쟁이 잠재해 있는 경우 회사의 성장성 측면에서는 연구개발(R&D) 등에 사용될 재원이 배당으로 빠져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녹십자 홀딩스는 2019년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이 3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84% 감소했지만, 배당금은 148억 원으로 되레 30%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61.5%에서 498.9%로 띄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녹십자홀딩스의 배당성향은 20~30% 수준이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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