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3월 트레일블레이저 출고 후 지난달부터 주행 중 엑셀을 밟을 때마다 이상한 소음이 들렸다. 액셀을 밟을 때마다 귀뚜라미가 우는 듯 ‘찌르르르’ 같은 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불안한 마음에 근처 직영점 등 서비스센터를 방문했지만 하나같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만 할 뿐 특별한 조치를 받진 못했다.
김 씨는 “액셀을 밟고 시속 40km 이상으로 달리면 여지없이 소리가 나는데 센터 직원들은 소리가 안 들린다며 더 커지면 다시 오라고만 얘기한다. 매일 소리로 고통을 받으면서 운전을 하라는 얘기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성에 사는 임 모(남)씨도 비슷한 경우다. 10월부터 호루라기 부는듯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해 평촌, 분당, 평택, 인천직영 사업소 등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역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식의 비슷한 얘기만 들어야 했다.
임 씨는 “자동차동호회 회원들도 비슷한 증상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데 본사에서는 그냥 타라는 식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신차를 구입하고 보증수리에 대한 돈을 지급한 소비자로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말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스파크에 이어 브랜드 내 판매량 2위를 기록중인 인기 SUV 모델이다. 올 1월 출시한 신차로 소형 SUV 트랙스와 중형 SUV 이쿼녹스 사이를 메우는 전략 SUV로 감각적인 디자인과 가성비로 많은 소비자에 인기를 끌고 있다.
주행 후 소음으로 고통 받는 소비자 역시 늘고 있다. 앞서 김 씨와 임 씨뿐 아니라 트레이블레이저 관련 동호회에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로 30km 이상 주행하면서 액셀을 밟을 때마다 귀뚜라미가 우는 듯한 혹은 호루라기를 부는 듯한 소리가 지속된다고 호소한다.
다만 서비스센터를 방문해도 매뉴얼화된 듯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직원의 답변에 특별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차주들은 AS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조사로부터 제대로 조치를 받지 못하다보니 노래를 크게 틀어놓거나 고속 주행 시 풍절음 등으로 겨우 소음을 외면하는 방식으로 운행중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서 소음이 들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외부 타이어 마찰이 내부로 연결되는 일도 있고 ▷터보차저 소음 ▷녹슨 허브베어링으로 인한 문제 등 다양하다. 다만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은 풍절음이 아니라면 딱히 외부 조건과는 상관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진혁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파수와 고유 진동수가 일치할 때 소음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번 사례의 경우 가속 페달을 밟을 때의 특정 조건이 진동수와 맞아떨어져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면서 “특정 조건 내에서 소음이 지속되고 같은 문제가 타 트레일블레이저에서도 반복된다면 품질 하자를 의심할 수 있다”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서비스센터 방문 후에도 처리가 안됐다는 점은 소음이 개인차이기 때문에 그런 것 일 수도 있다”면서 “상황을 명확하게 재현할 수 있는 환경 하에 작업자 동승 후 소음이 확인된다면 조치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