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르포> 등유값 때문에 시골 노인들 '산 송장' 신세
상태바
<르포> 등유값 때문에 시골 노인들 '산 송장' 신세
  • 유태현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2.07 07: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리의 한 시골마을. 동네 한가운데 사는 독거노인 양연수(여·76) 할머니는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진 지난 5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스스로를 눈뜨고 숨만 쉴 뿐 '살아 있는 송장'으로 표현했다.

방이 너무 추워 누워있는 전기장판에서 몸을 빼내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거실 TV장 위에 올려 놓은 물 그릇은 꽝꽝 얼어 있었고 방은 귀가 얼어 붙을 정도로 찬기운이 쌩쌩했다.

너무 추워 아침 먹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일어난다 해도 부엌에 가면 발이 너무 시리기 때문이다. 스티로폼을 구해 바닥에 깔았지만 온기 없는 부엌에서 발시려움을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양 할머니는 올들어 손님이 왔을때 2번 보일러를 잠깐 가동했을 뿐 평소에는 보일러를 전혀 틀지 않고 지낸다.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이 무서워 전기장판 한장으로 올겨울을 지낼 심산이다. 양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방에서 하루 밤만 지내 보면 등유 세금을 그렇게 인색하게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정책협의를 통해 등유 세금을 찔끔 내리기로 했다. 등유의 경우 ℓ당 90원이 붙던 특별소비세가 63원으로 27원을, LPG 프로판 및 가정용 LPG는 kg당 현행 40원에서 28원으로 12원을 각각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그나마도 동절기에만 지원된다. 고통 받는 시골 노인들에겐 그야말로 '언발에 오줌 누기'다.

최근 시골 노인 가정들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얼음방에서 한겨울을 나고 있다. 양 할머니가 살고 있는 강원도 홍천 서면의 모곡마을은 20여가구중 최연소자가 68세일만큼 노령 어르신네들만 살고 있다.

이 중 3분의 1정도는 독거노인 가구다. 그러나 추위에 민감한 노인들만 살고 있는 이 마을에서 보일러를 가동하고 있는 집은 10가도 채 안된다.

나머지 집은 전기장판 한장으로 겨울을 견디고 있다.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등유값 때문에 감히 보일러를 돌릴수 없어서다.

최근 이 지역의 보일러용 등유값은 한 드럼에 20만원을 넘는다. 작년보다 20%정도 올랐다. 거실과 방 2개인 집에서 살고 있는 양 할머니는 이미 몇년전부터 방 2개의 보일러 스위치를 굳게 잠가 놓았다.

2평 정도인 거실겸 부엌만 난방을 해왔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작년 겨우살이 난방비용이 100만원을 넘었다. 아주 추운날 아침과 저녁으로만 간간이 난방을 했는데도 드럼당 18만원 정도 했던 등유를 6드럼쯤 사용한 것이다.

수입이래야 집안에 차린 구멍가게에서 담배와 술을 팔고 남은 10여만원이 고작이고 나머지는 자식들이 간헐적으로 보내주는 용돈으로 충당해 살고 있다. 다행히 작년 겨울에는 집앞의 도로를 포장하는 공사가 있어 인부들 밥해주고 얼마간의 '목돈'이라도 손에 쥐었지만 올해는 난방비 마련이 어림도 없다.

더욱이 올해는 기름값이 작년보다도 껑충 뛰어 난방의 꿈은 더욱 더 멀어졌다.

양할머니는 "하루 아침 저녁으로 잠깐만 난방하려해도 12월~내년 2월까지 150만원상당의 목돈을 손에 쥐어야 하는데 시골노인들이 그런 거금이 어디 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냉방에서 지내다보니 관절염도 심해지고 감기도 떨어질 날이 없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홍천군 서면에서 주유소를 하고 있는 김성국 씨는 "보일러용 등유값이 크게 올라 아예 난방을 하지 않는 가정이 많다"며 "기름값을 아끼지 위해 독거노인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별로 한 집에 몰려 살기도 하는 등 시골노인들이 고단한 겨우살이를 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동해 2007-12-08 05:58:34
강원도 칼바람
얼굴을 배는듯한 추위에 어르신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