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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 1년새 20개 보험 가입...고령자 상대 기만적 보험 판매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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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 1년새 20개 보험 가입...고령자 상대 기만적 보험 판매 극성
6대 판매 원칙 있으나 마나... 지정인 확인서비스 등 활용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21.02.1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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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에 취약한 고령자를 상대로 일선 보험사의 기만적인 불완전 판매 행위가 속출, 제도적 피해방지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6개 보험사가 70대 노인에게 20개의 보험을 가입시켜 한 해 보험료만 600만 원에 달하는 피해가 드러날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진해에 살고 있는 강 모(여)씨는 최근 홀로 사는 시아버지가 보험사의 불완전 판매에 당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강 씨의 시아버지는 지난해 AIA생명, 신한생명. AXA손해보험, 라이나생명, 현대해상, 흥국화재 총 6개의 보험사, 20개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대부분이 암, 치매, 운전자보험 등으로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 씨는 지난해 코로나 영향으로 홀로 계신 시아버님과 왕래가 덜했는데 자식들도 알지 못하는 20개의 보험이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최근 연말정산을 하면서 알게 됐다고.

강 씨는 “70대 중반인 시아버지는 무슨 내용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전화통화를 통해 보험가입을 권유받았고 결국 연간 보험료가 600만 원에 달한다”면서 “한 보험사에서만 3~4개의 상품을 가입하는 등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보험에 가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골 어른에게는 600만 원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라면서 “추운 겨울에도 가스비 걱정에 보일러도 덜 때시며 한푼 두푼 아끼시는 어르신들에게 달콤한 말로 현혹해 이러한 보험을 가입하게 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분개했다.

강 씨는 이와 비슷한 방식의 통신 판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자신의 시아버지 뿐 만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성시에 거주하는 김 모(여)씨도 최근 자신의 어머니가 필요도 없는 보험을 3개나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의 어머니가 가입한 보험은 AIA생명에서 판매하는 상품이었다. 

김 씨는 “고령의 어머니가 최근 자신을 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으로부터 보험가입 권유 전화를 받았다”면서 “당시 고령자, 유병자 고객에게만 적용하는 보험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판단력이 부족한 어머니가 보험을 3개나 가입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나중에 약관을 읽어 보았을 때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보험이 아니었다”며 “딸인 내가 해약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어머니가 직접 전화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황당해 했다.

보험사들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험 영업에서 불완전판매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심사 단계부터 판매 사후 확인 절차를 거치며 더불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AIA생명 관계자는 “고령층의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청약 후 심사 단계에서 가입자의 수입 대비 가입 신청한 보험 상품이 적절한지를 따져보는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해피콜을 통해 소비자가 청약서, 상품설명서, 약관 등을 교부받고 제대로 설명을 들었는지에 대한 확인 절차도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들은 향후 금소법이 시행되면 더욱 구체적인 방안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대해상 관계자 역시 “계약이 진행된 모든 판매 건에 대해서는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밖에 설계사나 GA를 대상으로 준법교육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 보험사, 고령자 대상 상품 출시 경쟁...불완전판매 피해 잦아

앞서 두 사례처럼 금융정보에 취약한 노인들은 보험판매 직원의 달콤한 말에 속아 불완전 판매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령자 대상 불완전판매는 가입할 필요가 없는 보험을 속여서 판매하거나, 기존보험을 해지하고 비슷한 보험을 재가입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7조(적합성의 원칙)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계약 체결을 권유해서는 안 되며 적정한 상품을 권유하고 부당한 권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소법의 6대 판매 원칙은 △적합성의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이다.

하지만 노인들의 경우 약관을 꼼꼼히 읽는 경우도 적으며 녹음 등의 준비도 미흡해 추후 분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법적 수단을 강구할 수도 있으나 소송 절차가 지나치게 번거롭고 복잡해 언감생심이다.

특히 최근에 유병력자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이 쏟아지고 있어 앞으로 불완전판매 관련 피해를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 보험의 등장은 지난 2013년 고령자 보장성보험 활성화를 위한 제도의 개선에서 비롯됐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들의 보장성보험 가입 필요성이 커지면서 상품설계 요건 등이 완화했다.

보험업계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지정인 확인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자녀 등 지정인에게 보험 보장 내용 등을 알려 가입한 상품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청약 철회권 행사 등의 조치할 수 있다.

다만 이 또한 의무사항은 아니기에 고령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위험을 고지하지 않는 등 일부 보험사와 법인대리점(GA)의 불완전판매 민원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은행과 증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처럼 고령자 대상 보험에 대한 판매 확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설명의무를 불이행한 경우 가중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는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보험연구원 변혜원 금융소비자연구실장은 “노인 대상 보험 영업이 완전판매가 되기 위해서는 해피콜과 같이 사후 판매 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보험사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복합적인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향후 금소법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관련 조치들이 보다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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