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보조금에 휘둘리는 전기차 가격 '하이앤 로우'...대중차는 인하, 고급차는 더 비싸게
상태바
보조금에 휘둘리는 전기차 가격 '하이앤 로우'...대중차는 인하, 고급차는 더 비싸게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1.02.24 0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개편에 나서면서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전략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보조금에 맞춰 아예 가격을 낮추거나 그와 관계없이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하이앤 로우(High&Low)'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미 업계 1위 테슬라가 가격 낮추기에 나섰고 현대자동차, 벤츠 등 후발 주자들도 비슷한 가격대 책정을 고민 중이다. 반면 슈퍼카 브랜드인 포르쉐는 나만의 차를 원하고 자금력도 갖춘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아예 가격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부터 '모델Y' 스탠다드 레인지 출고가를 5999만 원으로 책정했다. 상위 모델인 롱레인지는 6999만 원, 퍼포먼스는 7999만 원이다. 

이는 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가격이 6000만 원 미만일 경우엔 보조금 전액을 지급하도록 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6000만 원에서 9000만 원 미만일 경우에는 50%, 9000만 원이 넘을 경우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보조금은 승용 기준 대당 최대 800만 원이다.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모델 Y
아직 국내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판매량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동차 데이터연구소 카이즈유에 따르면 실제 정부 지원이 없던 1월 전기차 총 판매량은 615대로 전월(3205대) 대비 무려 80.8%나 줄었다. 전년 동월(891대)과 비교해도 21.0% 줄었다.

테슬라가 가격 조정에 나서자 후발주자인 현대차에서도 유사한 모션을 취하고 있다.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첫 모델 ‘아이오닉 5’는 5000만 원 중후반대에서 초반대로 가격을 낮출 것이 유력해졌다. 테슬라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갖추려면 가격에서 우위를 잡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출시 예정인 쌍용자동차 최초의 전기차 ‘E100’도 준중형 SUV 기반으로 개발되는 만큼 가격이 비싸야 5000만 원 초반대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가격대다.

쉐보레도 ‘쉐비 볼트 EUV’를 올해 선보인다. 미국 내에선 3만3995달러(약 3765만 원)로 형성돼 국내에선 보조금 혜택 시 2000만 원대 구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E100 티저
▲쌍용차 E100 티저
수입차 역시 마찬가지로 벤츠는 상반기내 소형 SUV 전기차 ‘EQA’를 선보일 예정인데 유럽에선 4만495파운드(약 6292만 원)에 가격으로 시작됐다. 마크 레인 벤츠 제품&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이 직접 “EQA는 매력적인 가격대로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국내에서도 7000만 원이 넘지 않는 가격일 것으로 전망된다.

볼보도 첫 순수 전기차 ‘XC40 리차지’가 준비돼 있다. B4 엔진을 탑재한 모델도 국내에서 최대 5130만 원에 판매 중이다. 리차지도 보조금 지원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가격대인 6000만 원 선에서 크게 빗나가진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벤츠 ‘EQC’, 아우디 ‘e-트론’ 등이 1억 대의 가격으로 첫선을 보인 것과 달리 올들어 가격이 상당히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보조금과 상관없이 높은 가격대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곳도 있다.

포르쉐다. 포르쉐 ‘타이칸’은 1억 4000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지난달 유일하게 전기차 판매량이 107대(1위)로 154.8%나 급증했다. 유일한 증가세인 데다 동월 테슬라 판매량이 18대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아예 비싼 차는 보조금 없어도 인기가 좋음을 입증한 셈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은 “테슬라가 가격을 내린 이상 앞으로 신형 전기차를 선보일 업체들도 경쟁력을 위해선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포르쉐는 특수성이 있다. 수입차 시장도 빈익빈부익부와 같이 포르쉐를 소유할 정도의 자금력이 있는 소비자라면 보조금은 신경쓰지 않는다. 특수성과 고급성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앞으로도 고가 전기차가 연이어 나올 것”이라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