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출금통장 개설 요청했더니 '반쪽짜리' 발급...구비서류, 승인기준 은행마다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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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출금통장 개설 요청했더니 '반쪽짜리' 발급...구비서류, 승인기준 은행마다 제각각
'거래 목적' 증명해야...모호한 기준 탓 혼란 가중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3.0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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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로구에 사는 장 모(남)씨는 최근 주거래은행을 바꾸기 위해 입출금통장을 개설하러 집 근처 농협은행 지점을 방문했다가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은행 측에서는 추가 서류 없이는 '금융거래 한도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고. 담당 직원은 계좌 사용목적에 따라 정상 발급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도제한계좌 개설로 안내하는 경우가 많으며 은행 지점 또는 직원의 판단하에 결정되는 사안이라고 안내했다고.. 납득이 되지 않았던 장 씨는 고객센터에 같은 내용으로 질의했고 고객센터에서도 "신규계좌 개설은 지점이 판단하지만 보통 재직증명서 급여내역서 등등의 서류 제출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결국 거래 목적 입증을 못해 한도제한계좌를 만든 장 씨는 "너무 까다로운 계좌 개설 과정 때문에 소비자 불편만 늘어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수 년 전부터 시중은행들이 보이스피싱 계좌 양산 방지를 위해 계좌 개설 조건을 강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정상적으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은행에 거래 목적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를 증빙하는 서류가 은행마다 다르다. 홈페이지나 고객센터에 도 관련 내용이 자세히 안내돼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만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계좌개설 승인 여부가 개별 지점 또는 직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다보니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등에 은행 휴면계좌가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은행의 통장발급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과거 은행에서는 신분증만 있으면 입출금 계좌가 개설됐다. 하지만 요건 강화로 ▶금융거래목적확인서와 ▶관련 증빙 서류를 제출하고 ▶은행 심사를 거쳐 발급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만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이체·출금한도가 제한된 '금융거래 한도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다만 금융거래 한도계좌는 1일 기준 창구거래(인출/이체 포함) 100만 원, ATM 및 전자금융거래는 30만 원에 불과해 불편이 따른다. 입금만 자유로울뿐 이 외 업무는 제한이 걸려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지점에서는 금융거래 등 증빙이 어려운 고객에게는 금융거래 한도계좌를 개설해 주고 자동이체, 청약통장발급, 당행 신용카드 발급 등 금융거래이력을 수 개월간 쌓은 후 한도 제한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계좌 개설 신청시 필요 서류나 승인 조건 등 계좌개설에 필요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6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IBK기업)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금융거래목적 확인 증빙서류를 안내하는 곳은 기업은행 1곳에 불과했다. 은행들은 지점 내방 전 콜센터 또는 지점 직원과 통화 후 구비서류를 가져오도록 안내하고 있다. 
 

▲은행들은 통장개설 전 고객센터 또는 지점 직원과 통화 상담 후 구비 서류를 갖고 내점해 줄 것을 안내하고 있다.
▲은행들은 통장개설 전 고객센터 또는 지점 직원과 통화 상담 후 구비 서류를 갖고 내점해 줄 것을 안내하고 있다.

계좌 개설을 위해 소비자가 구비 서류도 은행마다 제각각이다.

가령 '급여수령 계좌' 개설을 위해서 기업은행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급여명세서 ▲재직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중 하나를 제출해야했다. 하나은행은 ▲재직증명서 ▲급여명세표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고용계약서 ▲소득금액증명원 ▲합격증/사원증 중 하나를 요구해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었다.  

은행마다 요구하는 서류들이 제각각이다보니 소비자들은 지점 방문 전 구비 서류를 미리 챙겨야 하지만 은행 홈페이지 또는 지점에서도 관련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고객센터에 미리 문의를 하거나 계좌 개설 상담시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의 민원이 다수 이어지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은행계좌 개설시 금융거래목적 확인제도를 개선해줄 것을 금융당국에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권익위는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류를 요구하는 법적 근거 미흡 △금융회사별 요구 자료 제각각 △금융거래목적 확인제도 안내 미흡 등을 지적하며 금융당국을 통해 금융회사 내규에 반영 후 개선토록 권고했다.

◆ 은행들 "보이스피싱 피해 극심...계좌개설 어려움 이해해달라"

반면 은행들은 계좌개설 불편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불편은 알고 있지만 보이스피싱 등 범죄 악용 소지가 높아 기준이나 절차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계좌 개설의 목적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 제출 후 각 은행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별 지점 및 직원들이 판단 후 개설 여부를 결정하는데 개별 고객마다 필요한 서류가 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필요 서류를 일률적으로 안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필요서류나 가이드라인을 홈페이지 등 대외적인 곳에 게시할 경우 보이스피싱 조직 등 이를 악용하는 세력이 서류를 위·변조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지점 방문 전에 콜센터 또는 은행 지점 직원과 통화 후 구비 서류를 갖추고 내방해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개설 가능 조건을 일률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고객마다 케이스가 다르고 일률적으로 제시할 경우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면서 "계좌 목적에 맞는 증빙자료 제시 후 고객과 상담 과정을 거쳐 계좌 개설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소득 증명이 어려운 미성년자, 주부, 노령층 고객에 대해서는 대부분 금융거래 한도계좌 개설이 불가피하지만 보유자산 유무, 금융거래 이력 등을 참고로  최대한 불편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은행들은 각 계좌의 사용 목적에 부합한 자료를 제출한다면 대부분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지점 내 상담을 통해 최대한 개설이 가능한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계좌 수를 늘리면 영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굳이 절차와 안내를 복잡하게 만들어 계좌 개설을 어렵게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다만 대포통장을 악용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매년 심각한 수준이라 부득이 불편을 감수케 한다는 점을 고객들이 이해해주시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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