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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소비자, 뒷짐진 본사⑨-가전설치] 에어컨 설치하다 매장 유리창 깨트려....본사-설치업체 책임 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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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소비자, 뒷짐진 본사⑨-가전설치] 에어컨 설치하다 매장 유리창 깨트려....본사-설치업체 책임 핑퐁
뒤늦은 발견 상당수...과실 입증 책임 소재 규정 힘들어
  • 김승직 기자 csksj0101@csnews.co.kr
  • 승인 2021.05.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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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이나 배달앱, SNS 등 온라인 중개 서비스(플랫폼)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품 공급자 외에 플랫폼 제공 기업에도 책임을 묻는 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플랫폼 운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소비자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온라인의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하는 대리점과 프랜차이즈 가맹제도에 있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믿고 거래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본사는 가맹점 뒤에 숨어 뒷짐을 지고 있기 일쑤다. 법적으로 본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도 전혀 없어 소비자 피해 구제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2021년 ‘뿔난 소비자, 뒷짐진 본사' 기획 시리즈를 통해 가맹제도에 따른 소비자 피해 연대 책임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광주 동구에 사는 곽 모(남) 씨는 지난 4월 전자랜드에서 구매한 에어컨을 설치받는 중 본인이 운영하는 매장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를 입었다. 곽 씨는 에어컨 설치 다음 날 이를 발견하고 설치업체에 피해를 알렸지만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뗐다. 전자랜드도 기사가 결백을 주장하고 있어 보상해주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이후 일주일간 항의한 끝에 전자랜드 보험사를 통해 손해평가를 진행했고 에어컨 설치 중 유리창에 사다리를 걸쳐 깨진 것이 드러나 보상받을 수 있었다. 곽 씨는 “설치기사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전자랜드의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에어컨 설치 과정에서 사다리 무게로 깨진 유리창의 모습
▲에어컨 설치 과정에서 사다리 무게로 깨진 유리창의 모습
진주시에 사는 정 모(남) 씨는 2019년 8월 설치한 대성쎌틱 전기온수기가 지난 4월 20일부터 누수를 일으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성쎌틱 본사와 대리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리점은 “대리점에서 수리하기 어려우니 본사를 통해 AS를 신청하라”는 입장이고 본사는 “대리점을 통해 설치한 제품이니 대리점을 통해서 해결을 보라”고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씨는 “온수탱크만 교체하면 되는 문제로 보이는데 아예 수리가 안 된다고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황당해 했다.
 
▲누수를 일으키는 온수기의 모습
▲누수를 일으키는 온수기의 모습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조 모(여) 씨는 지난 4월 쿠쿠정수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냉장고 코드가 느슨해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씨는 정수기 설치 후 줄곧 외부에 있어 냉장고가 꺼진 사실을 4일 뒤 알게 됐는데 이미 여러 냉동식품과 고기 등이 녹아서 상한 뒤였다. 쿠쿠 측은 설치 후 3일이 지난 시점에 발견해 설치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조 씨는 “쿠쿠전자 측에 음식물 영수증을 보냈지만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더라”며 “엔지니어, 설치업체, 쿠쿠전자가 서로 책임을 피하는 통에 기분이 더 상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가전제품 설치 과정에서 장판, 벽지, 유리창 등이 파손되거나 누수 등 피해가 잦은 가운데 피해보상 책임을 놓고 제조사와 설치업체 간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다반사라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가전제품 설치의 경우 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상당수라 해결이 쉽지 않다. 특히 피해의 책임 주체를 제조사와 설치업체가 서로 떠넘겨 문제 해결이 요원한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가전업체와 설치업체는 용역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있으며 피해 발생 시 손해배상은 귀책사유가 있는 쪽에서 진행한다.

제품 문제일 경우 보상 책임은 가전업체에 있으며 설치 중 발생한 문제면 용역업체가 책임지는 식이다. 하지만 설치과정에서 변수가 많고 피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소비자와 업체 간 분쟁이 빈번한 상황이다.

전기온수기 AS와 관련해 대성쎌틱 측은 "온수기 내통 불량 등 수리가 어려워 제품 교환이 불가피한 경우 원인 파악을 위해 본사·지사·대리점 간 기술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다만 이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며 소비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사항을 지속 개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보험사를 통해 손해평가를 진행해도 보상 받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돼 소비자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또 소비자가 사설 업체를 통해 받은 손해평가액보다 보험사가 내놓은 손해평가액이 적어 분쟁이 길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전업체 관계자들은 "소비자가 설치 과정에서 생긴 피해로 민원을 제기한 경우 보험사나 내부인력을 통해 손해평가를 진행하고 피해에 대한 책임이 특정되는 경우 적정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가전제품설치업의 경우 설치 하자로 인해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설치비 환급 및  발생 피해를 손해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사업자의 가전제품 설치 하자로 발생한 소비자의 재산 및 신체상의 피해 역시 사업자가 손해배상해야 한다.

하지만 손해 발생 사실과 손해 액수는 피해자가 입증해야 해 청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욱이 피해 발생 사실을 바로 알아채지 못한다면 이를 증명하기가 더욱 어려워 보상액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민법·상법상에서 피해에 대한 입증은 피해를 주장하는 자가 진행해야 한다”며 “사업자가 모든 제품에 대한 하자를 일일이 증명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로선 제품 설치 시 소비자가 영상을 남기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승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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