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크대 시공 중 마루 훼손하고 임시방편 처리=부산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유명 가구업체인 B사에 싱크대 시공을 맡겼다. 시공과정에서 마룻바닥이 구멍이 뚫리는 등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김 씨가 가구업체 고객센터와 시공 대리점에 보상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화를 돋웠다. 김 씨는 "비싼 값을 주고 싱크대를 바꿨는데 업체의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이사하며 들어올린 '수납침대' 밑 장판 찢어진 채 발견=충북 청주시에 사는 전 모(여)씨는 최근 이사하며 C가구업체의 수납침대를 옮기다 장판이 찢긴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6월 구매해 기사가 설치한 후 10개월 간 위치를 옮긴 적이 없었기에 설치중 찢긴 것으로 확신했다. 업체에 문의했으나 "설치기사가 그렇게 했다는 증거도 없고 시간이 경과돼 보상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전 씨는 "집주인에게 장판 수리비 20만 원을 물어줘야 했다"며 "설치 기사의 과실인게 맞다"며 억울해 했다.
침대, 붙박이장 등 대형가구를 설치하다 바닥이나 장판 등이 파손되는 사례가 빈발하나 배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다.
가구업체들은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본사에서 주도적으로 배상에 나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업체서 배상을 지연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가구 설치 중 바닥이나 장판 파손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로 설치과정에서 도배가 뜯기거나 장판이 찢기는 일이 발생했다. 설치 당일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며 대형가구의 특성상 이사나 가구배치를 바꾸는 과정서 알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렇다보니 설치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지난 뒤에야 파손사실을 알게 돼 보상 요구에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배상받기 위해 고객센터에 연락해도 답을 받기 어려웠다거나 본사에 항의해도 설치기사와 개별로 협의하라는 경우도 있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에넥스 등 주요 가구업체들은 우선 원인 조사 후 설치 과정서 파손된 게 맞다면 배상해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내용이 약관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
한샘은 시공업체와 소비자 간 분쟁 시에는 본사에서 먼저 소비자에게 배상해준 후 시공업체와 협의를 거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샘 관계자는 "소비자보호실에서 파손 주체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 구매자가 현장에서 즉시 목격하는 등 파손 주체가 명확하면 시공업자에게 배상할 것을 즉시 통보한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상해나 재산 손괴가 발생했을 때는 한샘이 가입한 피해 보상 보험으로 처리한다고 덧붙였다.
현대리바트는 내부 규정을 기반으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한다고 짧게 답했다.
에넥스도 파손 피해 발생 시 소비자와의 대화를 통해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한 뒤 본사에서 직접 배상해주고 있었다. 관계자는 "시공업체를 별도로 두지 않고 정식 직원이 현장에서 가구 설치를 도맡아 하기에 배상 주체도 본사"라고 밝혔다.
현행 소비자법에서도 가구 설치 시 파손에 대한 배상 규정은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구 설치 중 물품 파손에 대한 분쟁이 일어났을 때는 업체 측의 배상 기준을 토대로 합의하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민국 기자]